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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난감.

권혁민 2 773
중학교 시절의 이야기다.
입학한 지.며칠이나 지났을 음악시간에
어머님 같으신 연배의 음악선생님께서 수업시간에 들어오셔서 하시는 말씀이
여태껏 참 많은 제자를 가르치고 또 나름대로 보람도 의미도 당신의 가슴속에 잘 간직하며 살아왔다고
자부하며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생애에 아주 황당하고 당황스러운 일이 불과 몇년전에 바로 이 학교에서 있었다고 하신다.

가을소풍을 가서
김밥 먹고 사이다 마시고 삶은 계란 까서 먹고 난 후.
전교생이 소나무 그늘아래서  죄다 모여 오락시간을 갖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시골 중학교소풍의 수순이다.
그날도 이 수순을 잘 진행해서 무리없어 보이는 듯 했다고 한다.
학생회장이 그때(그 오락시간)시간에 메인 사회자가 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요즈음 같으면 끼가 철철 넘치고 유우머 감각 있는 명사회자를 색출하여 아주 재미있고 부드럽게
진행 할만도 한데......그 시절에는 그랬나보다.

각반에서 신청 들어온 순서대로 춤이면 춤,노래면 노래,별 무리없이 잘 진행하던 사회자더러 갑자기
교장 선생님이신가?
아니면 교감 선생님이신가?
어이, 사회자도 이제 노래 함 해봐요!
못한다고 노래는 잘 못한다고 뒤로 빼면 뺄수록 박수소리와 함성소리는 더욱 더 커지고
결국 마이크를 들고 앞으로 나선 사회자 얼굴은 붉게 상기 되었는데......

으-음(심호흡 크게 한번 하고)

동해물가 백두산이 마르고 닳토록~~~~

좌중은 일순간에 엄숙.침묵.냉냉.쾌속냉동실로 변해가는데.....
그래도 의연하게 2절 3절 4절까지 모두 가사 한자 안틀리고 부르고 내려 왔으니.....
그 자리에 있었던 음악선생님.
쥐구멍이라도 빨리 찾아야 했고....
노래 시킨 선생님-하늘 한번 보시고 땅 한번 보시고 술만 하염없이 쭈욱 들이켜야만 했다고 한다.

이 실화를 감회가 새로우신듯 이야기 하실 때.
나는 눈물나게 책상 두들기며 제일 큰 소리로 하하하 웃어야만 했다.
눈감지 않아도 그려지는 장면들.
그 역사적인 현장에 안 참석해도 보여지는 모습들을 생각하니
눈에서 눈물이 다 났다.

이렇게 재미나는 이야기를 나 혼자 알고 있기가 너무 아까워서
집에와서 밥상에서 나름대로 각색 조금씩 해가며
이야기를 그대로 전했는데.....

아뿔사,세상에 우째 이런 실수를.........

이번에도 중학교 동창회에 가서 난 가곡을 부르고 돌아 왔다.
그것도 신작가곡을 말이다.
몇해 전부터 난 동창회에 가면 오로지 가곡만 불렀다.
그래서
동창생 진행자가 나의 노래순서는 맨 마지막으로 옮겼다.
피날레 송으로 나의 노래를 대신한다고 농담처럼 말했다.
올해는 중간쯤 시키길레

구름따라(정치근시,임긍수곡)를 불렀다.-무반주로
그런데 웬걸 앵콜이 들어 왔다.
그래서 결국 한곡(고향에 돌아와/정약용시,임긍수곡) 더 부르고 자리로 돌아 왔는데....
아이들이 도대체 이런 가곡이 언제 있었냐고?무슨 곡이고 누구곡 이냐고 물어 온다.

말하면 너희들이 아냐?

내가 트롯트를 잘 모르듯.....
너가 이런 가곡을 언제 함 들어 보기는 했냐?

동창생 녀석들에게 어떻게하면 이렇게 좋은 우리의 가곡을 전하지.....
고민 좀 해야겠다.

 
 
 
2 Comments
오경일 2007.06.18 20:55  
  우리 교회에 이모 장로님이라고 있는데요.
이분은 오락 시간만 되면 숨어버리고
숨다가 붙들리면 송아지송아지 부르고 도망가시고,
 단체로 버스를 타고 설악산을 갈때면 노래시킬까봐 자기 승용차로 가시던 분인데
2년전 나 성가대 해보면 어떨까 한다.
왜? 성가대를 하시려고 하느냐 묻자
음치를 고치려고 한다고 대답을 하더군요.
요즈음은 가금씩 소리가 들려 오더군요.
이동균 2007.06.19 13:10  
  혁민님, 한가지 제안 합니다. 성악발성으로 하되, 예술성있는 가요를 청중들의 입맛에 맛게 부를 수 있는 몇곡을 준비해 두면 분위기에 따라 골라 볼 수 있고 대중 속에 함께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브라이트만이 오 나의 아버지를 하듯이, 조영남씨가 가곡을 가요처럼 가요를 가곡처럼 하듯이 요즈음 오버크로스 있잖습니까? 물론 이것도 싫어하시는 분들이 있겠지만 너무 한쪽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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