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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깊은 철학의 나라

이종균 7 1539
  유럽은 물론 초행이 아니다.
  25년 전 사회개발과 성인교육현황 시찰차 한 달 동안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덴마크, 그리고 영국을, 서커스 포장 밖에서 구경하듯이 돌아본 일이 있지만 그 세월이 짧지 않는지 생소하기만 하다. 
 인구 8천만에 국토면적 35만 7천 평방 킬로, 남북 장방형인 독일은 동으로  폴란드, 체코에 접하고, 서쪽으로 네덜란드, 벨 지움, 프랑스와 차례대로 국경을 이룬다.
  남으로는 스위스와 오스트리아를 험한 알프스를 경계로 대치하고 있으며, 북으로는 북해연안과 덴마크에 맞닿아 있다.
  지리 지정학적으로 봐서야 동서남북으로 강대국들을 접하고 있으니 최대의 취약점을 지닌 셈이다.
  우리 속담에 “독일병정 같다”는 말이 있는데 책임감 있고, 빈틈없고, 냉담하고, 독하고, 원리원칙에 인정사정없는 성격을 이름 아니랴.
 “독일”하면 60대 이전의 기성세대들이야 세계 2차 대전 당시 나치(Nazis) 히틀러의 파시즘(Fascism)과 독일민족 지상주의에 의한 유대인 말살정책 등을 떠올릴 것이며, 전후 세대들은 독일군의 살벌한 경계속의 요새가 어처구니없는 허점을 드러내 끝내 용감한 미군에 의해 일망타진되고 마는 전쟁영화의 영향으로 포악하기만 하고 어리석은 게 독일 국민이라고 생각할는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독일 땅을 밟으며 눈길이 마주치는 사람마다 먼저 “할로”하고 다정한 목소리와 눈웃음을 보내는 모습에서 독일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고 보니 예로부터 철학과 문학과 음악이 앞선 나라, 과학문명이 뛰어난 나라, 독일국적의 노벨수상자만도 67명, 미국국적을 가진 독일인 수상자까지 합친다면 세계 최다 수상기록을 수립한 민족, 그들은 참으로 사려 깊고 친절하고 소박하고 실용적인 국민이다. 남부 알프스 지역 일부를 제외하고는 북해의 파도가 모래를 밀어붙여 되었다는 평평하고 드넓은 대지, 그래서 지반이 약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일반적으로 고층건물이 없어 성당이나 교회건물이 더욱 우람해 보인다.
  호화롭고 사치스럽기보다 실용적인 개인주택은 대부분이 울타리가 없고 3~40평 내외의 잔디밭을 가꾸고 있다.
  혹 차도에 접한 집은 소음을 막기 위하여 나무 울타리를 심는데 옛날 우리나라에서 심었던 쥐똥나무인데 놀랐다. 우리는 그것을 뽑아내고 시멘트 브럭 담을 세우지 않았던가.
  들창마다 아름다운 화분을 매달아 밖에서 보이게 할뿐 아니라 집안에도 허전한 공간 곳곳에 빈틈없이 꽃을 가꾼다.
  심지어 가정마다 잔디밭 가운데 철제나 시멘트로 만들어 덮은 오수맨홀뚜껑이 있는데 그 위엔 반드시 대형 화분을 놓아 빈 공간을 메웠으니 그들의 꽃 사랑하는 마음이 이만하면 값진 것 아니랴.
  시내에서 정장에 넥타이를 맨 젊은이를 보기 힘들고, 정복을 입은 경찰관 하나 보지 못했다.
  그래도 깔끔한 옷차림을 한 사람은 대부분 노인층이다.
  독일의 젊은이들은 일확천금하려는 꿈보다 열심히 일하여 세금을 많이 내고 늙어 사회보장을 받아 편히 산다는 계산이다.  주말과 휴가는 철저히 지킨다. 여름휴가철에는 도심이 텅 비어 공동화를 이룬다.
  아우토반(Autobahn)이라 불리는 속도제한이 없는 자유주행 고속도로엔 우리가 캠핑카라 부르는 본 모빌(Wohn Mobil)과 캠핑용 트레일러를 달고 다니는 본 바겐(Wohn Wagen)이 자전거 두 세대씩을 싣고 질주한다.
  쌩 하고 튕기듯 소리를 내며 달리는 차는 최소한 2백 킬로 이상을 달리는 차들이다. 그래서 일시에 고속도로가 막히는 일이 없도록 여름방학을 지역별로 달리한다. 방학이 끝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일터에 돌아가 또다시 열심히 일들을 한다.
  독일의 여름 날씨는 섭씨 37~8도를 오르내리며 태양이 이글거려도 그늘에 들면 금세 청량감을 느끼게 하여 땀이 흐르지 않는다. 특히 밤이 유난히 짧아 밤 10시가 되어서야 서쪽하늘이 뻘겋게 물들고 새벽 4시가 채 못 되어 동살이 튼다.
  춘하추동 가릴 것 없이 날마다 몇 차례씩 비를 뿌린다던 독일의 날씨가 두 달 내내 맑은 날씨를 보여 20년만의 축복이라더니 월드컵 축구가 끝난 뒤 농민들은 가뭄 때문에 농작물이 40%나 감수되었다고 울상이다. 하늘에 의존하는 농군들의 처지는 우리나라나 같은가 보다.
  8월에 들며 겨울이 성큼 다가오는 느낌이다. 새벽기온이 10도 안팎, 아침 산책길에 등산장갑을 끼고도 손이 시리다.
  이곳에 머무르는 동안 독일 현지인 가정에 두 차례 초청을 받았는데, 한번은 내 손녀 동급생 엄마의 생일잔치였는데 한국음식 잡채가 맛있으니 그걸 좀 만들어 가지고 어머니 아버지 모시고 오면 좋겠다는 초청이었고, 또 한 번은 내가 현직에 있을 때 독일에 사는 친구의 소개로 사업차 내게 찾아왔던 독일인인데 내가 독일에 왔다는 연락을 받고 3시간을 달려 “요술 맥주잔” 하나를 선물로 들고 찾아와 자기 집에서 차 한 잔 하자는 초청이다.
  나는 그 호의가 고마워 친구와 같이 찾아갔다. 약속대로 빵 몇 조각에 커피뿐 이었지만 거실 내실 서재 지하실 할 것 없이 심지어는 눈먼 강아지까지 소개하며 대화를 나누는 그에게 정감이 갔다. 그보다 더 놀란 것은 그의 부인이 한국 사람으로 모 예술대학 회화과 출신 이었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바로 이웃에 살고 있던 80대의 노부부, 뜰이 넓어 한 쪽에 채소를 가꾸는데 늘 수확물을 거두어 넘겨주던 정, 그 옆집 젊은 부부의 어린 딸이 늘 찾아와 내 손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일, 내 손녀의 피아노 솜씨를 그냥 잠재울 수 없다며 자기가 직접 지도하겠다고 자원해 나선 음대 교수의  교육열, 국적은 달라도 사람 사는 곳은 다 정들면 사촌인가보다.
  인구 40만의 도시 오스나뷔르크에 쾔른 성당에 버금가는 오랜 역사의 성당이 있다. 성지라면 열일도 젖히는 아내가 보고 싶어 하기에 찾아간 돔 성당, 아내는 드넓은 정원에 버려진 담배꽁초를 뙤약볕 아래서 줍기 시작한다. 이 동방의 노파를 보며 그들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고속도로 휴게소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면 어디나 담배꽁초를 아무렇게나 던져버리는 독일 사람들의 습성, 옥에 티 이것 하나는 고쳤으면 어떨까 충고하고 싶다.
 
7 Comments
해야로비 2006.10.11 19:14  
  그 담배꽁초가 있어야 그 꽁초를 줍는 공무원이라는 일자리가 쓸모가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버리는 담배꽁초를 아무 부끄러운 마음없이 버린다지요?
바 위 2006.10.12 00:52  
  선생님

추석 잘쇠셨지요 !
긴 여행 진여정 아름다우소서
바램 놓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


사철은 말이없고 가을은 가고가고

첫 서리 오는날에 임오시나 마중가면

생각은 철없는것 처럼 저하늘을 빙빙도오
이종균 2006.10.12 05:34  
  해야로비 선생님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바위 선생님
젊은 날 오르내린 장엄한 암장들
백발이 서리처럼 온 머리 덮었어도
바위란 이름만으로 제 가슴은 뜁니다.

두 분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수패인 2006.10.12 17:46  
  음악에서 독일 빼고나면 남는게 하나도 없죠.
일일히 열거하기도 힘들 정도로 수많은 위대한 작곡자 음악가.
저는 유럽도 미국도 아직 못가봤지만 둘중에 택일 하라면 무조건 유럽 입니다.
천박함이 흐르는 미국보다는...
송월당 2006.10.14 00:05  
  선생님 제가 유럽을 2번 갔는데 독일에 못 가보았어요.
선생님의 글 읽으며 언제 한번 독일에 가보고 싶은 마음이에요.
이종균 2006.10.14 03:54  
  수패인, 송월당 선생님,
독일 현지인의 초청을 받았을 때, 한국 일본 중국사람은 구분을 못하겠다 하더군요! 저는 유럽인도 모두 구분한다 했습니다.의아해진 그들이 어떻게 구분하냐 묻길래 못믿어워 보이면 프랑스 사람, 인색해 보이면 스위스, 불량해 보이면 이태리, 우직하면 덴막, 거만해 보이면 영국, 그리고 사려깊고 친절하면 독일사람이라 했더니 한바탕 박장대소를 허더군요...
달마 2006.10.15 01:54  
  우직한 데네막 인 재치넘친 대한사람

누구 가 말려웃고 山전水전 空中 戰

해 보면 알리라고 일러 알아 몰라 함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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