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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버트 킴 선생님 ~

gagok 0 724

인생은 도박이 아니다

저는 요즈음 한국교육에 대해서 많은 걱정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교육에 대해 거의 모두 부정적인 소식들이 들려오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국의 한 유력지에 실린 사설을 보니 한국의 교육정책이 초등학생보다 못한 대학생을 찍어내고, 믿기지 않겠지만, 이것은 분명히 우리 대학의 현실이라고 했습니다.

이 사설에 의하면 15개 대학 경제학, 수학, 컴퓨터학과 학생 757명에게 '75.3%'를 소수로 나타내면 얼마가 되느냐는 초등학교 6학년 문제를 냈는데, 24%의 대학생들이 이 문제를 맞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물론 '양'에 대한 개념을 몰라도 학과과정을 마칠 수 있는 과도 있겠지만, 이 질문을 받은 대학생들은 ‘양’에 대한 개념을 모르면 도저히 공부할 수가 없는 경제학, 수학, 컴퓨터학과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을 만든 당사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입니다. 초등학교 6학년 교과서가 잘못된 것도 아니고 상식 이상의 것도 아닐 터이니 그 교과서를 탓할 수도 없습니다.

이는 첫째로 당사자의 책임이며, 둘째로는 그들을 가르친 학교 선생님들의 책임이며, 다음으로는 영어만 잘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부모들의 책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고집해 온 한국의 교육시스템 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학생들에게는 공부를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주어야 하는데, 평균 수준을 낮게 잡아 모든 학생들에게 낮은 교육을 시켜왔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옛날의 교육은 공부 잘하는 학생들은 좋은 중학교, 좋은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학생들은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그곳에 들어가서도 뒤지지 않기 위해서 공부를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우리나라의 발전에 많은 기여를 했고, 또 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부터 우리나라의 교육은 대학에만 들어가면 공부는 끝이라는 말을 많이 듣고 있습니다. 학생들이 이런 생각을 갖고 있는 이상 우리나라의 장래는 암담하기만 합니다. 미국대학교의 도서관이나 기숙사는 늦도록 불이 꺼지지 않고 있는데, 한국의 도서관이나 기숙사는 어떤지 궁금합니다.

물론 한국의 모든 대학생들이 그렇다고 보지 않습니다만, 학생들의 논문이 다른 사람에 의해 쓰여지는가 하면 교수들의 논문 자체도 조교들이 많이 도와주는데도 사전검열도 없이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서 나중에 발각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게다가 같은 논문이 복수로 사용되어 말썽이 된 사례도 보았습니다. 이런 교육풍토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탄생하기를 기대하는 건 욕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뿌린대로 거둔다’는 옛말도 있지 않습니까.

공부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더라도 공부하지 않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복권에 당첨되는 확률과 비슷해서 성공이 자기 차례가 된다는 것은 기대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인생은 요행을 바라는 도박이 아닙니다. 그러나 요즈음 한국사회는 요행을 부추기는 사회로 전락되는 것 같이 보입니다. 지난 달에는 '바다이야기'로 사회가 떠들썩했는데, 이제는 정부가 복권도 인터넷으로 할 수 있게 하려 한다고 하니, 직업 없는 젊은 사람들이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확천금을 바라며 자판기나 마우스에 손가락만 움직이면 있을 것을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정부는 대한민국을 정말로 도박공화국으로 만드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이 신문 사설에서는 독일이 2000년 OECD 학력평가에서 자기나라 학생실력이 바닥수준으로 나타나자 제일 먼저 한 일은 '국가교육수준진단위원회'의 설치였다고 합니다. 모든 자료를 꺼내 독일교육이 하위권에 있는 이유와 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었다고 합니다. 독일은 이러한 반성을 거쳐 2003년에 평준화 교육을 접었는데, 벌써 그 효과를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국은 정반대로 교육의 하향평준화를 고집하면서 훌륭한 학생들에게 기회를 주지 못하고 부모들에게 맡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일본 국제과학진흥재단이 2003년 한국, 중국, 일본의 10여개 대학 이공계 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학, 물리, 화학 학력평가에서 한국은 전 분야에서 꼴찌를 차지했다고 발표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데도 참여정부가 들어선 후 교육부총리만 7번이나 교체하면서도 좋은 교육정책은 나오지 못했습니다. 훌륭한 교육정책으로 요행을 부리지 않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하는 젊은이들이 대한민국에서 많이 배출되기를 바랍니다. 인생은 도박이 아닙니다.

로버트 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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