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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동 선샌님의 re.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이종균 1 1050
일석이조(一石二鳥)

 구약성서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이 버티어 서서, 이스라엘군에게 맞서 싸울 자를 내보내라고 큰 소리를 치는데, 이 때 아직 볼에 붉은 빛이 가시지도 않은 베들레헴의 양치기 소년 다윗이 자갈 다섯 개를 골라 주머니에 넣고 끈이 달린 막대기를 들고 이에 맞섰다.
 갑옷과 창과 칼로 무장을 한 골리앗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자 다윗은 재빨리 주머니에서 돌 하나를 꺼내 팔매질을 하여 골리앗의 이마를 맞혔다.
 그리하여 다윗은 팔매 돌 하나로 블레셋의 장수 골리앗을 쳐 죽였다.
 요즘 같으면 전쟁에서 가공할 위력을 가진 대량 살상용 첨단 무기들이 쓰이고 있지만 이들이 만들어지기 이전에는 막대나 돌이 쓰였으리라는 것쯤은 능히 짐작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돌로 사람을 쳐 죽였다는 최초의 역사적인 기록일 것이라는 점에서 나는 관심을 갖는다.

 한 가지 일로 두 가지 이익을 얻는 것을 뜻하여 중국에서는 일거양득(一擧兩得)이라 하는데 우리는 일석이조(一石二鳥)라 한다.
 일석이조란 돌 하나를 던져 새 두 마리를 잡는다는 뜻이니, 미천한 야생동물쯤 돌로 때려잡아도 괜찮다는 의미로 생각한다면 소름이 끼칠 일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돌팔매가 가을 논에서 참새 떼를 쫓는데 쓰였던 옛날이 생각나거니와 어린 시절 V자형 나뭇가지에 고무줄을 달아 구슬만한 돌로 용케도 참새를 맞혀 잡는 동네 선배의 솜씨에 감복하여 그 형을 졸라 고무총 하나를 얻었을 때 그 기쁨은 지금 생각해도 감격스럽기만 했던 추억이다.
 나는 그 고무총을 가지고 동네 골목골목을 뛰어 다녔으나 참새를 잡기에는 기술이 미치지 못했다. 그래서 마당 한 가운데 먹이를 뿌리고 부엌문 뒤에 숨어 새가 모이기를 기다렸다가 돌을 날린 것이 그만 마당에 맞고 튕겨나 장독대 간장 항아리에 구멍을 내어 어머님께 호되게 꾸중을 들었던 기억이 아련히 떠오른다.
 그 땐 오직 새를 맞춰 잡고만 싶었을 뿐 왜 잡아야 하는지는 알지도 생각지도 못했으니 내 마음속에도 일석이조의 본능이 흐르고 있었던 게 아니었을까.

 그로부터 수십 년이 지난 어느 날 골프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사람마다 소중한 것이 어찌 한 두 가지랴만 골퍼에게 있어서 클럽만큼 소중한 것이 또 없다. 그런데 일행 중 한 사람이 페어웨이로 달려드는 귀여운 다람쥐를 향하여 애지중지하던 클럽을 던지는 걸 보며 나는 적이 놀랐으며 아니 산 짐승을 저리도 죽이고 싶을까 애써 쓴 웃음을 참았다.
 우리나라의 다람쥐는 유난히 그 빛깔이 아름다울 뿐 아니라 등 뒤에 다섯줄의 암흑색 무늬가 있어 귀족적인 품위가 풍긴다. 그래서 외국 사람의 부러움을 받다.
 잽싸고 장난기 많은 다람쥐는 낚싯대 끝에 올가미를 매어 놓으면 여기에 기어올라 들락날락 장난을 치다가 스스로 걸려드는데 이렇게 산채로 잡은 다람쥐는 1960년대 초반에 일본으로 수출되어 외화벌이에 한 몫을 했던 고마운 동물임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이렇게 해서 우리는 야생동물을 잡아 팔아먹은 나라가 되었고 일본은 야생동물을 애완용으로 사들인 나라가 된  것이다.

 야생조수들의 수난사례는 등산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멧새나 들짐승들이 귀엽고 아름다우면 아름다울수록 더욱 보호되어야 하는데도 사람들의 호기심은 죄 없는 이들을 향하여 돌팔매질을 부추긴다.
 그걸 잡아서 어디에 쓰려는 것일까. 아무리 미천한 동물일망정 피를 흘리며 죽어가는 모습이 뭐가 그리 보고 싶을까.
 일석이조란 성어가 우리들의 성격형성에 어떤 영향을 미친것은 아닐까 하는 정답이 없는 수수께끼 같은 의문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그러고 보면 날로 각박해지는 인심, 사소한 일에도 금방 살인이 날것만 같은 과격함, 갈수록 잔인해져가는 범죄수법 등 모두가 이와 어떤 인과관계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언젠가 하와이 여행 중 산비탈 숲속에서 점심을 먹을 때, 사람들이 자기 음식을 나누어 산새들에게 던져주고 산새들은 그걸 받아먹기 위해 자꾸만 사람 곁으로 날아들던 모습, 또 하나우마 만에서 포동포동 살 오른 물고기 떼가 사람의 몸을 스치며 한데 어울려 수영을 즐기던 사람과 야생조, 사람과 어족과의 조화로운 모습이 그 어떤 비경보다도 아름답게만 기억된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나라에 성능 좋은 공기총이 개발되어 보급되면서 불법적으로 마구잡이를 하는 바람에 들짐승과 산새들은 씨가 마를 위기에 있다.
 자연의 생태계가 균형과 조화를 이룰 때 자연환경도 사람들의 생활환경도 쾌적해진다는 오묘한 이치를 되새겨보는 초가을의 아침이다.
1 Comments
달마 2006.10.15 02:22  
  일석 삼조요 ~~~

늘 고마울 겁니다.

짜이지엔 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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