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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송수권 시인 근황

별헤아림 5 1582
- 송수권 시인 근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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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초장이 보이는 뜰 - 2004. 8. 11. - 사진1.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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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초장에서 내려다 본 섬진강- 2004. 8. 11. - 사진2.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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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초장 문간에서: 좌로부터 권선옥, 송수권 시인, 박원자 시인 - 2004. 8. 11. - 사진3.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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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개장터 가까운 곳에서 : 좌로부터 송수권 시인, 오재동 시인 - 2004. 8. 11. - 사진4.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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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차를 마시며: 김경 시인, 송수권 시인 - 2004. 8. 11. - 사진5. s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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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사리문학관 총관리자로 '토지문학제' 주관: 최-- 시인님 - 2004. 8. 11. - 사진6. sun>


몇 달 전 마로니에 광장에서 송수권 시인의 부인 이연엽 여사의 백혈병 투병과 관련된 송시인의 얘기를 읽은 적이 있습니다.
오재동 시인, 박원자 시인 그리고 저 셋이서 전라도 광양에 있는 송수권 시인의 집필실 <어초장(漁樵莊)>을 찾았습니다. 방학 동안 순천엘 계시지 않고 '어초장'집필실에서 글을 쓰시는가 봅니다. 한지로 된 시화<산문(山門)에 기대어> 와 액자 몇 개가 걸려 있는 방 안에 컴퓨터는 보이질 않았습니다. 컴퓨터를 전혀 상대한 적이 없고, 오로지 차탁 앞에 앉아 흰 백지에다 글을 쓰신답니다. 눈동자의 빛남이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순천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재직하시는 송시인(65세)의 말씀에 따르면 현재 부인 이연엽님(54세)은 골수이식 수술을 마치고 10개월 여 치료를 받아왔으며 8개월 정도 더 치료를 받으면 정상인으로 돌아온다고 하셨습니다. 최근의 한 달 치료비가 250 만원 정도가 든다고 했습니다. 저도 한 권 선물로 받았습니다만 <아내의 맨발>이 방송을 타면서 3쇄라고 하나요? 2억원이 드는 수술비에 <아내의 맨발>을 사서 읽어 준 분들이 많아서 3000만원 정도... . 각처에서 들어온 성금이 5천 여 만원, AB형의 피를 헌혈해 주신 의경님들의 도움으로 시인으로서 그래도 아내를 살렸다는 자부심에 많은 위안을 받은 게 아닐가 하는 것이 저의 생각입니다.
낚시를 무척 좋아하시고, 술은 아무리 배우려고 해도 실패를 했으며, '디스'담배를 박스로 준비해 두고 계시더군요. 백혈병 수술비도 50세가 넘으면 의료보험이 되질 않는다는군요. 저도 50세가 가까워 오는데... .
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름 있는 정치가라고 거짓말 않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예술을 창조한다고 해서 그 삶마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깨끗한 시를 쓰는 여자라고 그 생활이 깨끗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술과 삶의 괴리. 그 오차. 그 뒤집힘들.

<2004. 8. 14. 토요일>
5 Comments
정우동 2004.08.14 21:01  
  어초장(漁樵莊)이라 물고기 대신 시간 낚고, 편한 보일러는 재껴두고
땔나무 거두는 집주인의 고아한 취향을 웅변해 주는 옥호입니다.
모르는 게 없고, (최영미 시인이 퍼스널 컴퓨터에서 바라던 희망사항
하나만 제외한) 무슨 요구든 다 들어 만능인 컴퓨터 없이 사시는
송시인의 탈속-탈시대의 생활은 범인으로서야 흉내도 못낼 일입니다.

작년 언제쯤 아내 잃고 시를 쓰면 단수하겠다던 시인의 추상같은 선언
에 가슴 조이던 나는 그의  지극한 정성과 순애보가 오늘의 낭보를 듣
게 해주어서 기쁜 마음 한량 없습니다.
부인 이연엽님의 완전하고 빠른 회복을 빌어 마지 않습니다.

방학을 이용한  박원자 권선옥 두분 선생님의 탐구생활이
내내 즐겁고 행복하고 유익-흡족스럽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바다 2004.08.14 21:35  
  별헤아림님!
너무나 소중한 기억이 될 사진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송수권 시인님의 근황까지 올려주시니 많은 분들의 궁금증을
풀어주신 듯 싶네요.
혹시 이 사진을 보고 섬진강을 너도나도 오시겠다고 하실지도 모르겠군요 ㅎ ㅎ.

마지막부분이 가슴을 찡하게 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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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을 만나면서 이름 있는 정치가라고 거짓말 않는 것도 아니고,
훌륭한 예술을 창조한다고 해서 그 삶마저 훌륭한 것도 아니고, 깨끗한 시를 쓰는 여자라고 그 생활이 깨끗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예술과 삶의 괴리. 그 오차. 그 뒤집힘들 
 
sun 2004.08.14 22:40  
  정우동님...!
 망설이다 올린 글 읽어 주시고 격려해 주심 감사드립니다.
바다님...!
갑작스런 제안에 후딱 다녀온 하루를 꽉 채운 여행... . 뜻 깊고 감사했습니다. 강가의 음식점에서 대접해 주신 매운탕 먹으며 이런저런 생각을 했습니다.
 사진은 제 옛날 '문학서재'에서 필요한 것만 골라서 <다른 이름으로 저장>해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
자 연 2004.08.17 12:44  
  보고 싶던 어초장 들어다 놓으셨군요 !

어제 더위가 그냥 더위 아님을 알리 시는 시인님 감사 합니다...
권 선생님 좋은 분 잘어우르시니 부럽습니다...
여행 만한 스승이 없다지요...
올 가을엔 거짖 말 조차 잘 익을거라  ...
바람이 이르고 가더래요...'
고맙습니다 !!
별헤아림 2004.08.18 11:49  
  ^^* 이름 난 정치가일수록 거짓말은 더 잘 하는 것 같고, <즐거운 나의 집>을 쓴 페인(원제: 페인의 Home sweet home, 곡 비숍)이 그러하고, 시(詩) 쓴다고 어디 청소할 시간이 있을라구...... ! ^^*

글은 바로 그 사람을 나타내는 것이고, 그 사람의 향기가 묻어나고, 글 쓴 사람의 사상과 감정이 담겨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나 소설에서 '시적 화자'와 '서술자'가 글쓴이의 사상과 감정을 대신해서 표현하는 가운데 허구성을 통한 실재 삶과의 괴리.
  <아내의 맨발> 서문에 그 분의 지나온 삶이 요약되어 있으며, 병 든 아내를 바라보는 심정이 산문과 시로 표현되어 있습니다. 송수권 시인은 현재 순천대학교 전임강사입니다. 석-박사를 받지 않고 교수가 된 분이 우리 나라에 소설가 이문열씨와 송수권 시인 두 분이랍니다. 이문열 교수는 사립에 계시고, 그래서 송수권 시인은 석-박사 받지 않은 국립대 교수 1호라고 하더군요. 교수 특채 때 강의 심사의원으로 문단에서는 까마득한 후배이신 K교수 등 두 분이 심기가 편하질 않아서 안절부절 못 하여 강의실을 나왔다 들어갔다 했다더군요. 참고로 초등부터 대학까지 우리 나라에서는 봉급제도가 단일화된 것으로 압니다. 제가 알기로 정식 교수 중 '전임강사'에서 2년이 지니야 '부교수', '부교수'에서 5년 지나야 '교수'. 이렇게 되는 것으로 볼 때 교수가 되신지 3년이 못 되는 것으로 생각됩니다.
  중학교 교사 시절 16살의 제자 이연엽 씨를 만났을 때는 27세..? 남편은 교사도 그만 두고 시 쓰는 일에 몰두하시고, 부인께서 3자녀를 키우기 위해 해수욕장의 수박장사도 하시고, 18년간 보험회사에 다니셨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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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팝나무 가지의 꽃들
                  송수권 

온 몸에 자잘한 흰 꽃을 달기로는
사오월 우리 들에 핀 욕심 많은
조팝나무 가지 꽃들마다 한 것이 있을라고
조팝나무 꽃들 속에 귀를 모아 본다
조팝나무 꽃들 속에 네다섯 살짜리 아이들
떠드는 소리가 들린다
자치기를 하는지 사방치기를 하는지
온통 즐거움의 소리다
그것도 봉따구니에 정신없이 밥풀을 쥐어 발라서
머리에 송송 도장버짐이 찍힌 놈들이다
코를 훌쩍이는 녀석들도 있다
금방 지붕 위의 까치에게 헌 이빨을 내어 주고 왔는지
앞니 빠진 밥투정이도 보인다
조팝나무 가지 꽃들 속엔 봄날 이런 아이들 웃음 소리가
한종일 떠날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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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엽(蓮葉)에게
      송수권

그녀의 피 순결하던 열 몇 살 때 있었다
한 이불 속에서 사랑을 속삭이던 때 있었다
연(蓮) 잎새 같은 발바닥에 간지럼 먹이며
철없이 놀던 때 있었다
그녀 발바닥을 핥고 싶어 먼저 간지럼 먹이면
간지럼 타는 나무처럼 깔깔거려
끝내 발바닥은 핥지 못하고 간지럼만 타던
때 있었다.

이제 그 짓도 그만두자하여 그만두고
나이 쉰 셋
정정한 자작나무, 백혈병을 몸을 부리고
여의도 성모병원 1205호실
1번 침대에 누워
그녀는 깊이 잠들었다
혈소판이 깨지고 면역체계가 무너져 몇 개월 째
마스크를 쓴 채, 남의 피로 연명하며 살아간다

나는 어느 날 밤
그녀의 발이 침상 밖으로 흘러나온 것을 보았다
그때처럼 놀라 간지럼을 먹였던 것인데
발바닥은 움쩍도 않는다.
발아 발아 까치마늘 같던 발아!
蓮잎새 맑은 이슬에 씻긴 발아
지금은 진흙밭 삭은 잎새 다 된 발아!
말굽쇠 같은 발, 무쇠솥 같은 발아
잠든 네 발바닥을 핥으며 이 밤은
캄캄한 뻘밭을 내가 헤매며 운다.

그 蓮잎새 속에서 숨은 민달팽이처럼
너의 피를 먹고 자란 詩人, 더는 늙어서
피 한 방울 줄 수도 없는 빈 껍데기 언어로
부질없는 詩를 쓰는 구나

오, 하느님
이 덧없는 말의 교예
짐승의 피!
거두어 가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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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