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로렐라이는 요정일까 요괴일까?

이종균 3 1421
로렐라이(Loreley)는 요정일까 요괴일까.

  독일을 관광하고 가장 실망스러운 게 로렐라이 언덕이라 한다.
  알프스에서 발원하여 스위스 프랑스를 스쳐 독일에 들어 북으로 향한 멀고 먼 레이스 끝에 네덜란드를 통해 북해로 흐르는 1390킬로의 길고 긴 물줄기가 라인(Rhein)강이다.
  프랑스의 센(Seine)강이 젊은이들의 사랑이 깃든 낭만의 강이라면 라인강은 세계 제2차대전후 독일의 경제부흥을 일으킨 기적의 상징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굽이굽이 흐르는 이 강의 아름다움을 어찌 센 강이 따르랴.
  특히 이 강의 손꼽히는 경승은 가우쁘(Gaub)와 장크트 고아르스하우젠(St. Goarshausen)사이에 솟구친 로렐라이라 불리는 판암질의 바위 언덕이 아닌가 싶다.
  이곳은 강폭이 좁은 만큼 강심이 깊고 거센 물살이 소용돌이 칠뿐 아니라 물속에 암초가 있어 뱃길로는 위험하기 그지없는 곳이다.
  배를 짓는 기술이나 저어가는 능력이 미흡했던 옛날에는 사고가 많이 났음직도 하다.
  그래서 여기에 수많은 전설이 얽혀있다.
  이곳에서 발행된 'Rhein'이란 가이드북에 의하면 요부 로렐라이(Loreley)에 관한 전설이 실려 있다.
  -이 세상 사람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아름다운 여인이 매혹적인 아름다운 목소리로 뱃사람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뱃사람들은 바위벽 위에 앉아 비파를 연주하며 노래 부르는 요부를 찾기 위해 황홀한 눈을 두리번거리다가 그만 위험한 물살이나 암초가 있는 곳을 잊고 물속에 가라앉고 만다.
  어느 달 밝은 밤, 젊은 백작이 이 암장 앞을 지날 때, 처녀의 아름다움에 홀리어 잠시 노를 멈추고 암장으로 건너가기 위해 물속으로 뛰어들었으나 물살사이로 사라진 뒤 돌아오지 못했다.
  이 말을 들은 아버지 백작은 크게 노하여 바위위의 마녀를 잡아 처형하라고 명한다.
  부하 병졸들이 로렐라이를 발견하고 그녀가 사는 동굴의 길을 막아 잡으려는 순간, 그녀는 ‘라인 강의 아버지’에게 살려달라고 울부짖으니 물거품을 인 물살이 높이 솟구쳐 요괴를 감싸 안고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 일이 있은 뒤로부터 아무도 요부의 모습을 본 사람은 없으며 달 밝은 밤이면 신비스런 노랫소리가 울려온다고 한다.-
  그러나 낭만파 시인 브렌타노(Clemens Brentano;1778~1842)가 쓴 설화시 ‘로렐라이 이야기’는 이렇다.
  -아득한 옛날 물의 요정과 꼬마 산신령, 그리고 산의 요정들이 가파른 바위틈에서 함께 살고 있었다.
  그중 매혹적인 요정이 궁녀가 되어 왕자의 사랑을 독차지한다. 그러다 왕자가 다른 궁녀에게 마음이 쏠리자 요정궁녀는 실망한 나머지 죽기로 결심을 한다.
  이 비련을 들은 주교는 기사 세 명으로 하여금 궁녀를 수도원으로 안내하도록 하나 수도원으로 가던 도중 요정궁녀는 왕자와의 추억이 서린 저 언덕위에 한번 가보겠다며 올라가 깊은 강물 속으로  뛰어들어 죽는다는 내용이다.-
  로렐라이는 왜 특정한 남자에게 배신당한 한을 죄 없는 뱃사람들에게 갚으려는 것일까?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1824년 하이네(Heinrich Heine;1797~1856)는 이곳을 방문하여 시 한 편을 썼는데 그게 바로 “Die Loreley"이다.
  -저 산 위에 아름다운 처녀가 황금빛 금발을 빗으며 부르는 황홀하고 신비스런 노래, 조각배 탄 뱃사공이 마음 흔들려 암초는 보지 않고 먼 산만 바라보다 격랑에 휩쓸리는 건 로렐라이 때문이란 내용이다.-
 이 시가 발표 된지 10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 질허(Friedrich Silcher ; 1789~1860)가 곡을 붙여 부르게 되면서 이 로렐라이 언덕은 일약 세계적으로 유명한 경승지로 이름을 떨쳐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들게 되었으니 한 편의 시, 한곡의 노래가 이렇게 위대한 힘을 가진 것인가...
  지금 내겐 이 132미터인 직 벽의 높이가 두려울 것도 없으며, 전하는 전설이 슬플 이유도 없다. 다만 25년 전에 이곳을 방문했을 때 보지 못했던 로렐라이의 동상이 안내책자에 소개되어 호기심에 벅차있을 뿐이다.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 매혹의 여인상, 기념품가게 주인에게 물었더니 저 아래 방파제 끝에 있다한다.
  홍수 때 배를 대피시키기 위해 쌓은 인공방파제는 언덕 밑 주차장에서 물길이 내려가는 쪽으로 1킬로쯤 뻗어 있는데 그 끝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전라의 로렐라이가 석대위에 앉아있다.
  옷은 왜 벗었을까?
  너무나 아름다워 보는 사람마다 마음을 홀린다는 매혹의 여인상은 늙은 동양인의 눈에는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고, 오히려 저 언덕위에 옷을 입고 앉아있는 하얀 돌 조각상이 더 청순해 보인다.
  우리 역사상 절세의 미인으로 알려진 수로부인!
  부군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할 때 바닷가 병풍 같은 천길 단애에 만발한 철쭉꽃을 탐하자 주위에 따르던 자들은 아무도 그 꽃을 꺾을 수없다 아뢰었다.
  그런데 소를 몰고 오던 한 늙은이가 ‘날 아니 부끄러워하거든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하며 꽃을 꺾어 바쳤다던 헌화가에 저명한 자곡가가 있어 여기 가락을 붙인다면 세계의 관광객이 우리나라 강릉으로 쏟아질는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 것이 아름답고 소중하다면 갈고 닦고 널리 알리는 노력도 해야 하지  않을까?
  수없이 밀려나가는 마을꾼들, 선진국의 문물을 보고 견문을 넓히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가면 들어오는 사람도 있어야 할 것 아니랴.
   
3 Comments
산처녀 2006.10.22 19:37  
  제 남편이 로렐라이언덕을 다녀 와서
가장 실망했다 하더군요.
소문보다 못한 구경 이야기에 제가 그중 하나 가고 싶은곳을
말하니 웃으며 가보면 허탈한 웃음만 나는곳이 로렐라이 언덕이라 하더군요.
저는 남편에게 구경을 제대로 못하는 구경치라고 늘 말하는데 ...
자 연 2006.10.24 16:59  
  선생님 ~

빗소립니다.
개벽된 세상밟으려면
원로의 지혜가 요하듯
기망하시니 비가 내립니다
언제나 이듯
후학들 배워 깨우칠 글
다리이듯 놓아주십시오.

우리민족의 멋스런 선비정신
상품화하면 큰 인푸라되리라
선생님 글 되 읽으며 생각이 미칩니다.

건강 건안 하시길
또 삼가 기원드립니다.

고맙습니다 @@@
송월당 2006.10.24 18:17  
  중학교때 음악 시간에 로렐라이 언덕을 배우며 알게 된 전설을
선생님의 글 읽으며 이제껏 미지수로 있던 이야기가
사진과 함께 조금은 해결되었어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