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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렁탕 한그릇 비우고.

권혁민 5 882
대기업에 다니던 나이가 나랑 친구뻘 되는 이가 대기업이라는 그 넓고도 큰 우산을 박차고 소나기 퍼 붇고 태풍 몰아치는 세상으로 뛰어 나왔다고.
그래서 지하철 3호선 화정역 근처에 자그마한 설렁탕 집을 내일 개업한다고.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내게 전화로 알려왔다.
전화를 끊고나니 내마음 한구석이 갑작스레 알싸해 지는 듯하다.

이름만대면 누구라도 그 회사 그 자리를 부러워 우러러 볼만도 한 자리고 직책이었는데.....
그것을 그처럼 쉽게 박차고 나 올때 그 당사자와 직접 관계자 (제수씨) 그리고 많은 친척들은 또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을 함께 했을까?
사람은 목표한 그 자리에 일단 오르면 그때부터는 그 자리를 지키는려는 마음과 자세-수성(守城)의지를 갖기 마련인데.....이를 그뜻이 자의던 타의던 떨치고 나왔다.

그러고보니 나와 거래관계에 있던 이들이 참 많이 뛰쳐 나와 독립을 한 듯하다.
오랜 생활 직장에 몸 담고 있다가 나와서 홀홀단신으로 사회에 나와서 성공과 실패의
그 환희와 쓴맛을 함께 보곤한다.

이런 자리는 필히 난 가야만 한다.-이건 평소 나의지론이다.
가서 축하도 덤뿍 해주고 축복기도도 왕창 해주고 노래 불러 달라고 하면 못하는 노래도 힘있게 불러주어야 한다.
춤을 추라고 내 어께를 떠 밀면  어께춤이라도 덩실덩실 추어서 그의 마음과 기분이 흥겹고 죽었던 기가 살아나게 북 돗아 주어야만 한다.

가족을 다 대동하고 가서 뜨껀한 설렁탕 한그릇 뚝딱 비우고 오고 싶어 아내와 아이들께
"오늘 저녁은 아빠가 잘 아는 사람이 새로 개업한 설렁탕집에서 한방 쏜다!"호탕하게 오쳤건만
돌아오는 메아리는.....?
모두들 반응이(.........)(zzzzzzzzz)시큰둥하다.

아내는 몸이 피곤하니 그냥 쉬겠다고.
당신만 다녀오라고.
큰 녀석은 토요일임에도 논술과외가 사전에 잡혀 있다고.
둘째와 셋째-두 녀석은 아까부터 컴퓨터 게임에 빠져서 모니터 안에서 그 시선이 헤어나기를 스스로 포기한 듯하다.
막내녀석-"폐하가 시키는대로 하겠습니다!"-(대조영 버전)

그래서 하는 수 없이 녀석을 대동하고 개업 설렁탕 집으로 향하는데 .......
그 차안에서 틀어 준 음악이.

겨울,눈꽃이 피면(임 승천 작사/김 성덕 작곡/테너 박 범철 노래)을 계속해서 수 십 차례 반복해서
틀어 달라고 한다.

허어,이 맹랑한 녀석봤나?

집에서 아빠가 피아노 앞에서 띵띵 단음으로 노래 할때는 아는 채도 않하던 녀석이......
(나의 마음속으로는) 그래 아들 넷중에서도 이놈은 끼가 단단히 박힌 녀석이었지.
5살적에 벌써
산아(신 홍철 작사/신 동수작곡/고 성현노래)를 다 외어서 부르고
그리운 마음(이 기철 작사/김 동환 작곡)을 어디던 가면 앞에 나서서 부르곤 용돈을 두둑히 받곤 했지.
그러니 좋은노래 아름다운 노래는 그냥 듣고 지나 칠리 없지.
반드시
자기 입으로 불러야 직성이 풀리고 자기노래화 시키려 들 것은 자명하지.암 그렇고말고....

이런 맹랑하고 고집 쎈 막내녀석땜에
저 그날
제가 요즈음 듣고 싶었던 노래 부르고 싶은 노래-강가에서(지 은경 작사/김 동환 작곡/박 범철 노래)는
녀석에게 사정사정해서 겨우 서너번밖에 들을 수 없었답니다.

가서 개업축하해주고  후루루 먹고 온 설렁탕 한그릇은
내 배를 남산만하게 만들었고,

돌아오는 길에는
이제 제법 녀석이 가사를 곧 잘  따라 부르는 가곡(겨울,눈꽃이 피면)이 내 공상과
마음을 더없이 흡족케 합니다.

박형,개업을 진심으로 축하하네.
번창하시게나...... 

5 Comments
임승천 2006.10.23 12:21  
   
 권혁민님! 행복한 가정의 모습입니다. 우리 가곡을 좋아하는 막내의 끼도 아빠를 닮은 것 같습니다. 가곡교실에서 한 번 불러보면 어떨까요?
 막내에게 우리 가곡 많이 부르도록 배려해 보세요.감수성이 아주 많을  것 같습니다.
 
유랑인 2006.10.23 12:44  
  아주 흡족하신 막내인가 봅니다  ^^
맞습니다.  어려서 무엇을 접하면서 크느냐가 상당히 중요한 것이....
따뜻한 정경이 보이는 듯 합니다.
친구 분 사업도 님 댁내 평안도 기원합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6.10.24 13:14  
  대기업을 뒤로하고 새로이 시작하는 친구분 시작하기전 얼마나 많은 생각들을 하셨을까요...친구분들과 주위의 격려와 본인의 성실과 노력으로 대박나실겁니다....
그리고 막내아드님..너무 이쁜데요...아빠와 함께 할 수 있다는건 진정 좋은것이지요...말이 통해서 좋겠어요...ㅎㅎ
임승천님의 말씀처럼 가곡교실에 데리고 나가셔서 노래도 시켜보고
또 그 분위기들을 느끼게 해주는것도 좋을듯 하네요...ㅎㅎ
노을 2006.10.24 17:40  
  이 글 읽는 동안 어째, 남의 이야기 같지 않습니다.
오랜 동안 몸담아있던 직장을 떠나는 일은 쉽지 않지요.
그런 어려운 심정에 처한 분들에게 보내주시는 님의 성원과 마음이
참 다정하십니다. 아버지의 마음을 닮은 막내아드님, 참 귀엽습니다.
가곡의 앞날을 확실하게 책임질 듯 합니다. 
해야로비 2006.10.25 09:49  
  남의 일 같이 않게 읽어집니다.
나이가 들면....있던곳에서 나와 새로운 자기일을 해야되는 환경이 되죠.
많은 갈등과, 고민속에 새로이 시작하는 친구분에게 주변의 따뜻한 마음이 많은 힘을 실어 주시리라 믿고...잘 되시길 빕니다.

아드님....다음달 가곡교실에 꼭 함께 오셔서...노래 한곡 부르도록 해 주세요~~듣고 싶습니다.  그러면...또, 새로운 꿈을 키울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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