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깊이 간직한 어머니의 모습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마음에는 특별히 간직된 어머니의 행복한 모습이 있을 것입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경우였을까요?
학교에 들어가 첫 번째로 상장을 받아 온 날일까요, 반장으로 뽑혔던 날이었을까요?
대학 합격자 발표 날이었을까요 아니면 취업을 하여 첫 월급을 타서 사다드린 선물을 받으셨을 때였을까요?
그도 아니면 결혼식 날이었을까요 아니 그보다 첫 손주를 안겨드린 날 이었을까요?
혹 TV에 출연한 날도 있지 않았을까요? ^^
또한 임용고시에 합격했을 때나 의사면허를 받았을 때 등 참으로 다양한 경우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압니다.
그 어느 경우라도 우리의 어머니들이 크게 기뻐하셨을 것임을.
이렇게 각자의 마음 속에 자신만의 특별한 경험이 있을 것처럼 제 경우에도 그러하였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부터 저의 어머니께서는 겨울이면 산에 나무를 하러 다니셨습니다.
그때는 제가 너무 어리다고 어머닌 저를 데리고 가지 않으셨습니다.
대신 저는 어머니께서 산에서 내려오실 때에 맞춰 늘 어머니 마중을 하러 나갔습니다.
아침에 어느 산으로 가신다고 말씀해 주시기 때문에 길을 잘 잡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어느 날은 어머니께서 산을 바꾸어 올라 가셨습니다. 그래서 마중 나올 저를 생
각하셔서 일찍 산에서 내려오셨는데도 그만 저와 엇갈리고 말았습니다. 저는 어머니께서
아침에 말씀해 주신 산 방향으로 걸어 갔습니다. 하매나 하매나 어머니를 만날까 한걸음
한걸음 걸어 들어가다 보니 어느 새 산중에 이르렀고 어두워진 산에서 그만 길을 잃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어머니 마중을 나가는 대신, 어머니께서 돌아오시면 드실 수 있도록 국수를 삶기로 하였습니다.
그래, 무쇠 솥에 물을 붓고 아궁이에 불을 지폈습니다.
물이 끓자 국수를 넣었구요.
그리고는 어머니께서 밥하실 때 처럼 무쇠솥 바깥으로 김이 새어 나오자 아궁이속 큰불을 끄고 잔불로 뜸을 들였습니다.
드디어 날이 어두워지며 어머니께서 오셨습니다.
“엄마. 내가 국수 삶았어.”^^
저는 아주 의기양양하고 기분이 좋았습니다.
마중은 나가지 않았지만 어머니를 위하는 일을 하나 해 놓았기 때문이지요.
어머니께서 솥뚜껑을 여시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리고 찬 바람과 함께, 추운 겨울 공기 속을 걸어 오시는 동안 몸베바지와 쉐터에 베인 싸늘한 기운을 느끼게 하며, 쟁반을 들고 방안으로 들어오셨습니다.
쟁반의 그릇에 무엇이 담겨 있었겠습니까?^^
다 아셨을 것 처럼.....^^
그것은 다름아닌..... <떡이 된 국수> 그것도 식은 지 오래인 국수였습니다.
어머니께서 저를 꾸짖으셨을까요?
여러분이라면 그렇게 하셨을까요?
아니오. 결코 그렇게 하지 않으셨을 것입니다.
제 어머니 역시도 그렇게 하지 않으셨습니다.
어머니께서는 “어떻게 국수를 다 삶았어 그래....”라는 말씀을 몇 번이나 하시면서 국수에 아니 식어버린 떡이 된 국수에 간장을 조금씩 놓아 가시며 정말 맛있게 드셨습니다.
나중에 어머니께서는 웃음 가득한 얼굴로 제게 밥 짓는 것과 국수 삶는 방법의 차이를 말씀해 주셨습니다. 그제사 저는 제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설령 방법을 몰라 국수를 떡이 되게 하였어도 또 때를 잘못 맞춰 식어버린 국수가 되게 하였어도 어머니에게는 그것이 중요하지 않으셨나 봅니다.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원망하거나 나무라지 않으시고 오직 제가 어머니를 위해 드시게 하려고 한 국수를 삶은 그 행동만을 크게 칭찬하셨기 때문입니다.
힘에 부친 생활에 병을 얻으신 어머니는 투병 끝에 여전히 젊은 나이에 일찍 돌아가셨습니다.
비록 어머니는 가셨지만 어머니께서 그날 제게 보여주신 그 환한 웃음과 태도는 제 일생을 두고 가장 아름다운 어머니의 모습으로 제 마음깊이 간직되어 왔습니다
그리고 저 역시 어머니처럼, 자녀를 포함한 다른 이의 행동에서 언제나 결과만이 아니라 동기와 과정까지도 고려하여 칭찬할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알고 있는 것과 행함과의 사이에 늘 거리가 있어, 살면서 그 교훈을 적용함을 잊기도 자주하고 부단한 실패도 거듭하였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는 다시한번 어머니의 그 교훈을 가슴에 새겨 봅니다.
그리고 조용히 떠올려 봅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눈물나게 그리운 그날의 어머니의 모습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내일부터 얼마간 이 홈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치료를 잘 받은 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와 뵙겠습니다. 여러분 모두 안녕히 계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