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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남자'여, '독거노인' 하면 미워..잉..

김형준 7 1033
죽음이 여러 계절을 떠돌다가 독수리로 와선
내가 그리도 아끼고 사랑하던 이를 급히 채어갔다.

아프더라도 좀 더 오래 곁에 있어주길 바랬는데
이미 가버리고 내 마음 속에 아픔과 그리움으로 남았다.

진심으로 많이 사랑했었다.
허나 이젠 그 님은 떠나고 없다.
오직 나의 마음과 사진 속에만 남아 있고
육체는 땅으로, 영혼은 하늘로 각자의 길을 떠났다.

음악과 종교가 나를 버텨 주는 존재이다.
이 늙은 몸이 부르는 노래에
듣는 이들은 항상 따스하게 반응을 보여준다.

감사한 일이다.
청중에게,
특히 그런 재능을 주신 신에게

밥도 하고, 세탁도 하고, 청소도 하고....
나는 혼자 사는 남자
살림 사는 남자
살림을 몽땅 혼자 살아 나간다.

두려울 때도 있다.
이전엔 모든 것을 님이 다 해주었는데
떠나고 나니
가신 님의 존재감이 더욱 크게 느껴진다.

님이 곁에 있을 동안
난 진심으로 최선을 다해 사랑과 기쁨을 주었던가
좀 더 잘 해 주었어야 하는데
하는 아쉬움의 감정이 현기증처럼 난다.

비록 혼자 살지만
할 것은 다 하며 산다.

친한 누군가가 나를 '혼자 사는 남자'라 불렀다.
"난 독거노인이야"라고 말하자
그런 표현을 쓰면 같이 안 놀겠다며 샐쭉해진다.

'아, 나를 많이 좋아하고 있구나.'

그 말이 그 사람의 마음을 창 처럼 찔러댔나 보다.
맘 상하게 하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었는데.

"그래도 현실은 받아들여야지."

그렇게 내가 부드러이 말해 보았지만
그 사람은 한참 동안이나 말이 없다.
마음 속에서 나에 대한 애처로운 감정을 추스리고 있나 보다.

'나를 이토록 아끼고 좋아하는 사람도 세상에 있네.'

그렇다.
세상은 여전히 살아볼 가치가 있는 곳이다.

나를 아껴주고,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한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들이 있는한

나는 비록 혼자 사는 남자,
즉 독거노인이긴 하지만
행복을 알고, 사랑을 알고, 예술을 아는 사람이다.

오늘도 누군가가 나를 사랑하고 있고,
나는 남은 여생을 의미있게 살기 위해 걷고 또 걷는다.

비록 혼자 살고는 있지만
난 축복을 많이 받은 존재인 모양이다.

따스한 가을 햇살을 타고
즐거운 노래가 산천과 천지 속으로 퍼져 나가고 있다.
황금색 들판이 넘치도록 풍성하고 여유로이 품에 안겨 온다.

아, 가을이다!
좋은 님과 단풍으로 하나 되어 물들고 싶다.
7 Comments
이종균 2006.10.26 11:57  
  일터 따라 홀로 살기 열일곱 해
독거의 어려움이야 내 이미 체험한바이나
거기 애틋한 그리움을 더 했으니
뉘라서 그 깊은 맘을 알리요!

혼자 사는 남자, 독거 노인
이름이야 어떻든
예술과 사랑이 가슴에 넘치는 임
받들어 기리는 이 어찌 하나 뿐 이리까...
김형준 2006.10.27 14:34  
  아,
이선생님께 독거의 기간이 길으셨군요.
어떤 직장에 몸 담고 계셨을까 잠시 상상해 보았습니다.

외로움,
허전함,
그리움....

자유로움 (?),
산,
산,
산....

'혼자 사는 남자', '독거노인' 매양 같은 뜻이지만
'독거노인'하면 어쩐지
'외로움', '아픔', '슬픔', '빈곤', '소외감' 등등
그다지 좋지 않은 수식어구들이 연상이 됩니다.

아마도,
고령화 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된 '노인문제' 중
아주 어려운 이슈로 자주 조명이 되어서인가 봅니다.

이젠 '독거노인'이라는 단어를 자연스레
받아들이기로 하였습니다.
'혼자 사는 노인'이면 행불행을 막론하고
다 속하는 단어로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특히 본인이 그러한 뜻으로 사용한다 하시니까요.

사랑,
예술,
열정,
나눔...

이러한 것이 세대의 어느 계단에
속해 있는지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이겠지요.
사랑노래 2006.10.28 02:54  
  혼자 산다고 해서 다 獨居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독거란 그저 외롭고 쓸쓸하게 혼자 집에 틀어박혀
살아간다는 시대적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그러니 그 여인의 말씀이 더 현실적이라 생각합니다.

님은 이웃과 더불어 다정하게 살아가며
내마노에서 인기도 많으시고
글을 통해 유추해 볼 때 직업(교수?)도 있으시니
집 밖에서의 활동이 많으실 것이고
그러니 ‘자유롭고 화려한 싱글’이라고 불려져야겠지요.

굳이 한자로 쓰자면 ‘ 自 華 獨 身’이 좋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대적 표현으로는 ‘화려한 싱글’인 것 같습니다.

님은 노래도 잘 하시고
노래하는 곳에 자주 찾으시고
반겨주는 이들도 많지요.

님은 글도 잘 쓰시고
글 쓰실 소재도 많으시고
글을 즐겨 읽어주는 팬들도 많지요.

게다가 님에게는 정감을 가진 여인도 있으시니
어찌 ‘외롭고 쓸쓸하게 혼자 산다’고 말할 수 있을까요?
그저 님의 설정이고 선택일 뿐,
여전히 ‘화려한 싱글’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것이 있기에 ‘갈등이 있다’고 성현께서는 有情이라 하셨지요.
갈등이 있는 그 마음은 푸르고,
늘 푸름이 있다면 ‘老人’보다는 ‘靑春’이라고 부름이 좋겠지요.

다만, 사회의 대다수 사람들이 노인이라 부르면
그 때 자연스럽게 노인이라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그러나 지금은 ‘自 華 獨 身’에 ‘萬 年 靑 春’이 더 어울리겠습니다.

이따금 내마노에 들러 님의 진솔한 글을 대하면 즐거울 때가 많습니다.
그러니 늘 감사할 뿐입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한 삶을 누리시기를 바랍니다.
김형준 2006.10.28 22:12  
  사랑노래님,
들려주셔서 좋은 말씀 많이 해주시니 감사드립니다.

사실 윗글은 제 스스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저 아는 분에 대해 픽션과 논픽션을 혼합해 놓은 글입니다.

님의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또한 제게 대한 말씀들 참으로 감사드립니다.

보다 열심히 살고,
보다 열심히 창작하고,
보다 열심히 노래부르며
보다 열심히 다른 이들과 나누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다시 한 번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님의 삶에도 늘 건강, 행복, 건필이 있으시길 빕니다.
김형준 2006.10.30 08:52  
  평상시에는 흔히 보이지 않던 것도
눈여겨 살펴 보면 이곳 저곳에서 나타나는 수가 있다.

우리의 주변에도
'혼자 사는 분'들이 꽤 많이 있다.

사별하고 혼자 사는 분,
이혼 내지는 별거 하고 혼자가 된 분,
결혼을 하지 않은 채 '혼자 삶'을 택한 분,

여하간 혼자서 사는 것은
둘이나 여럿이서 사는 것보다 외로울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으면 많을 수록.

물론 모여 산다고 반드시 덜 외로운 것은 아니지만...
김형준 2006.10.31 03:04  
  이곳에 제가 올리는 글들은
때론 픽션이고, 때론 논픽션,
때론 이 둘을 혼합해 놓은 것입니다.

윗 글은 픽션과 논픽션을
혼합해 놓은 형태입니다.
이 글에서 말하는 '나'는
필자 본인을 지칭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해 없으시길 빕니다.

여기서의 '나'는
이 글의 주인공으로 설정된
어느 분에 대해 필자가
1인칭 시점에서 상상력을 발휘하여 쓴 것이랍니다.

필자의 육체적 나이는
아직 '노인'이 아니고,
중년에 속해 있답니다. (^_^)

정신 연령은
7세에서 90세 사이
어디엔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김형준 2006.11.15 04:34  
  '독거 노인',
하나의 언어 속에서
무언의 약속으로 생성되는 의미들,

형용사란 그래서 중요한 모양이다.
어떤 형용사를 붙이느냐에 따라
명사의 부정성과 긍정성에 값이 붙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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