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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편지

별헤아림 8 1186
11월의 편지
권선옥(sun)

11월 어느 날
일손도 잡히지 않는
스산한 바람소리만 들려오는
저물어 가는 그런 저녁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혼자 있을 그대에게 편지를 씁니다.

창가엔 어둠이 내려 앉습니다.
어둠이 밝혀 놓은 더 많은 것들을 볼 수 있습니다.
어두워지는 곳에서만 보여지는 당신의 마음까지도.

어둠이 내린
내 마음의 창가에서
그대에게 보낼 편지를 씁니다.

지나가는 가을 바람이어도 어떠하리
외로움에 떠는 구절초라도 어떠하리

11월의 편지 곱게 접어 그대에게 보냅니다.
곱게 물든 마음 떨구지 못 하고 있을 그대에게 보냅니다.

<2006. 11. 1.>
8 Comments
수패인 2006.11.02 09:30  
  이제 겨우 이틀째... 11월이 되니 마음이 바빠지는 사람이 저만 인 줄 알았건만..
딸랑 한장 내지 두장 남은 달력에 마음이 흔들리나 봅니다.
장미숙 2006.11.02 12:55  
  별..시인님의 편지를 받을 수 있을까,
11월의 저는 한 떨기 구절초이렵니다~^^
세라피나 2006.11.02 12:58  
  왜~^^ 울리시나요~~!!^^

선생님!!
마음으로 쓰고 또 쓰고  지우고  또 지운
마음으로도 부치지 못 한,  부칠 수 없던 수많은  편지들이 있습니다.

바보같은  떨림을 잠재우기에 
꽤 많은 숫자의 시간을 약발^^ 삼아,약효의  한숨이  아리도록  스밀 즈음
눈물 몇방울 *뚝*^^ 떨구고  분연히 일어섭니다.^^  *힘 겹 게*

선생님!!  가을이 떠나려하니  주체 할 수 없는 심사가
자꾸~ 마구~^^ 저를 울려요.^^  어떡하죠?^^

 들통 낼 작심하고  부끄러운 심경을 고백 했네요. 선생님~!^^
*11월의  편지*에  휘말려버리고  말았습니다.^^ 11월에~~~

어느 시간 붙잡고
흐드러지게  선생님하고 얘기 주고 받고 싶어요.^^
행복하시구요~~^^



 

자 연 2006.11.02 13:33  
  * 사철은

해 떠도
내 하늘 해는 타지않네

그러니
임을 초대하기엔

저으기 서늘하여
당신 맘 조차 써늘할까

써 놓은
편지 한통 문지방밑서 조는구나
별헤아림 2006.11.04 02:24  
  여고시절
청송 심씨 수도사대 졸업하신
(이 대학이 지금 어느 학교로 바뀌었지요?)
가정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놀자고 보채는 아이들에게
서머셋 모옴의 '점심'과 '정복 되지 않는 여자'를 읽어 주셨습니다.

그 뒤 저는 서머셋 모옴에 미쳐서 '달과 6펜스', '인간의 굴레'...etc...
점점 그의 문학적 매력에 빠져 그 작가의 책을 찾아서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의 단편 소설 중에서 '레드(Red)'라는 작품이 있습니다. 10대 후반의 붉은 머리의 백인 미소년과 원주민 소녀와의 사랑, 이들의 옛일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르는 듯이 지내는 나이 많은 남편의 냉소적인 통찰력으로 파헤쳐진 인간 심리에 대해서 두고두고 독서 토론을 한 적이 있습니다.

레드(Red)가 몇 십년이 지난 후, 중년이 되어 배가 파선되어서 한 때 머물렀던 그 원주민 마을로 다시 찾아갑니다. 그들이 오랫동안 그토록 갈망하던 만남의 시간은 왔습니다. 일별의 순간은 무심히 지나갑니다. 뚱뚱해진 중년의 여인을 그는 알아보지 못 합니다. 서로를 알아보지 못 하는 짧은 순간이 스치고 몇 분도 지나지 않아 그들은 과거의 기억과 함께 마음 속으로 서로를 확인하게 됩니다. 그러나 셋 모두 그 사실에 대해 아는 체를 하지 않습니다.
 그토록 갈망하던 두 사람의 사랑의 재회도, 오랜 세월 질투로 자신을 괴롭히던 이도 모두들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없이 여인이 차린 식탁에서 식사를 하고, 이튿날 무덤덤하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갑니다.

이런 대목이 있습니다.

- 사랑의 비극은 죽음이나 이별이 아닙니다. 만약 두 사람이 계속 같이 있었다면, 둘 중 한 사람의 사랑이 식어 버리는데 어느 정도의 시간이 걸렸을 거라고 생각하십니까? 오, 몸과 영혼을 다 바쳐 사랑한 여자가, 한순간도 눈에서 떼어 놓는 것을 견딜 수 없을 만큼 사랑했던 그 여자가, 이제는 전혀 대수롭지 않은 존재로 바뀌어 버리는 것은 견딜 수 없을 만큼 고통스러운 일이랍니다. 사랑의 비극은 바로 무관심이지요.-

사랑의 대립적인 개념은 '미움'도 '증오'도 이별'도 아닌 '무관심'이라는 사실에 즈음하여 볼 때,

수패인님.
장미숙 시인님.
세라피나님.
자연님.

님들이 이 가을에 무심할 수 없음는
마음이 살아 숨쉬는, 삶을 사랑하는 분들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
세라피나 2006.11.04 16:56  
  먼저^^
지금의  세종대학교의  전신이  수도 여자 사범대학으로 알고 있어요.^^

선생님!^^
마음 살펴 주시는  산소 같은  글  감사히 읽고^^
가을의  우수를  즐겨야겠습니다.^^

제가 너무  센티멘탈^^한 글을 올려서  무거우셨죠?^^
갑자기 우울한 기분에...^^
마음의 빗장을 놓아 버리고  싶을 때가 있어요.(알면서.. 그리곤 엄청  후회~)^^
맛있게  밥 먹고  훌~훌~  털었어요.^^

참, 
내마노 정기연주회 때 함께 간  미~운^^ 제 조카 일기장에
유명한 시인 선생님(헤아림 선생님)^^ 을  만나 뵌 일이
신기하고, 설렌 듯~  예쁘게~^^  써, 있었어요.^^
동심의 마음 속에  *시인의 꿈*과  함께요.^^ 
 
세라피나 2006.11.04 17:08  
  아~!^^

선생님~
*모짜르트  바이올린소나타  e단조 K.304*
선물로~^^  드릴게요.^^* 
별헤아림 2006.11.05 23:37  
  세라피나님.
과분한 마음 보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온 마음을 쏟고도 돌아오는 것이 아픔뿐일 때도 많습니다.
한 것도 없이 고운 마음만 받는 것 같습니다.

 2년 전에 쓰다만 습작 소설. '내 마음의 노래' 사이트에도 올린 적이 있었으나, 어떤 분과의 의견 충돌로 홧김에 지워 버렸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꺼내 봅니다. 책상 서랍에 넣어둔 일기장을 어느 날 꺼내 보면, 자신이 쓴 것임에도 새로워지는 느낌이랄까요.

곧 겨울이 오고 그러면 한 해가 갈 것이고, 또 다시 새로운 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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