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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 갈바람 갈잎의 노래 ㅡ 가을 타는 남자가 ㅡ

정우동 4 1760
가을을 타는 남자가 가을 바람 따라 나섰다가
대구-경산의 ' 갈바람 갈잎의 노래' 잔치에 다녀 왔습니다.
 
11월 12일 일요일 아침밥도 거른채
이도령과 가약 맺은 춘향의 고을 남원에 가서 질녀의 결혼식에 참례하고
특별한 지인이 머물고 있는 전남 구례의 피아골에 황혼녘에 닿았습니다.
'피아골에 단풍이 없으면 지리산을 생각할 수없다'고 말할 정도로 피아골
의 단풍은 유명합니다만 유감스럽게도 때를 놓치고서는 남명 조식선생이
지은 山 水 人紅의 三紅沼詩를 읊조리면서 아쉬운 마음을 달랩니다.

가을에 붉은 단풍 봄꽃보다 고와라
천공(天公)이 나를 위해 묏빛을 꾸몄으니
산도 붉고 물도 붉고 사람마저 붉어라

피아골의 지명은 원래
쌀농사를 지어도 북데기 피가 많아서 '피밭골'인 것이 변하여 피아골이
되었고 옛날의 전란때는 싸움의 피해를 피하여 간 골 즉 피난지였고
한국동란때는 이곳에서 아군과 적군 彼我간에 격전이 벌어져 피를 많이
흘렸다는 영화를 어릴적에 본적이 있습니다.

산골의 물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단잠을 자고
차를 여러번 바꾸어 타야하는 대굿길이라 일찍 서둘러
영호남이 맞닿아 있는 화개장터를 지나 하동을 거쳐 진주에 내렸습니다.

우리 선대 어른중에 以자 吾자 쓰시는 할아버지가 시로 읊은 영남 제일의
촉석루를 멀리로 바라보며 쪽빛 강물위에 우뚝 솟은 義岩에서 왜장을
껴안고 떨어져 죽은 주논개의 충절을 생각합니다.

거룩한 분노는
종교보다도 깊고
불붙는 정열은
사랑보다도 강하다
아! 강낭콩꽃보다도 더 푸른
그 물결 위에
양귀비꽃보다도  더 붉은
그 마음 흘러라

논개는 흔히 우리가 잘못알고 있는 것처럼 애시당초에 기생이 아니고
최경회장군의 후실이면서 남편을 잃은 슬픔을 감추고 나라를 위해 기생으로
가장하여 그처럼 큰일을 결행한 주논개인 것을 다시 한번 더 새겨 둡니다.

한데서 춥다가 따뜻한 차안에 오르니 졸리워 한숨 자고나니 벌써 대구입니다.
우리 사이트에 오래전부터 좋은 문장과 교훈적 강설로 글을 실어 주시던
뭉게구름 김형규 교수님을 여러 차례 전화로만 인사하다가 두어해만에 처음
으로 만나 뵈옵는데 서부터미널에서 나를 태우고 영남대 이공대 평생교육관
박범철교수님의 가곡교실 현장으로 안내해 주시고 일부러 먼길 달려 범어동
으로 가서 맛난 점심을 사 주셨습니다. 저녁에 행사장에서 다시 뵙기로 하고

63년의 한해지만 공부한 추억속의 산격동 경북대학교 캠퍼스에서 그동안
칭형호제하는 사이가 된 지암 홍양표 교수님을 만나 신암동댁으로 가서 차
마시며 쉬다가 사모님을 모시고
경산 대구 칸트리 클럽에서 박범철가곡교실이 제2회 우리가곡의 날을 기념
하여 여는 가곡교실반 합동수업 연주회인 갈바람 갈잎의 노래 잔치에 참석
했습니다. 두분 교수님을 뵈니 오랜 스승이나 지기처럼 반갑고 즐거운 시간
이 되었습니다.
특히 고마운 분은 두번째인 이번에도 밥해 먹여 차 준비해 칙사대접해 주시
고 서울 올때는 차표 사서 태워주시고 도중에서 먹을 음식물까지 챙겨주신
말이 없으시면서도 자상하시기만한 사모님이십니다.
대구 형수님(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 에나 억수로 고맙습니다.
   


 
열치매
나타난(나토얀) 달이
흰구름 좇아 떠나니 어디인가
새파란 가람물에
님의 얼굴이 비쳐 있네
여울내 물가에
님의 지니시온
마음의 끝을 좇고저
아아 잣나무 가지 높을시고
눈조차 모르실 꽃사내시여

높다랗고 밝게 나타난 달로써
기파랑을 칭송한 忠談師가 지은 찬기파랑(향)가의 옮김글입니다.
온 세상의 어둠을 밝히려는 박범철 교수님의 속마음을 헤아려 봅니다.

월요 목요 금요반에 나토얀반을 운영하시는 박범철 교수님은
이동균 선생님이 책으로 슬그머니 확인한 공부벌레였고
스스로가 예의로 말하면 범철을 범절로 바꾸어 예의범절로 소개할 정도이고
옆에서 지켜본 그의 인간적인 매력은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가까웠습니다.
나에게는 논어에서 읽은 博文約禮를 실천하는 사람으로 각인되기에
대구CC의 우기정 회장님 같은 후원자자 계실 것입니다.
좋은 마당과 맛있는 향연을 베풀어 주신 우회장님께 감사드리고
오직 한길만 아는 예술가의 영원하고 큰 후원자가 되어 주시기를 바랍니다.

유학간 일본에서 온라인으로 알게 된 경주 동국대의 안재호 교수님
가곡교실 초창기의 청일점으로 이제는 큰 기둥이신 이동균 선생님
좋은 일 궂은 일 안가리고 헌신하시는 수산나 조화복님
아르정땡에서 열심히 가곡동호회 활동을 펼치시는 김재철 회장님
여미량회장님, 김수경회장님, 이정숙회장님, 서정숙회장님, 이경자회장님
그리고 참석하신 모든 분들, 뵙게 되어 영광이었고 반가웠습니다.
대구의 권선옥 시인은 물론 마산의 김경선 원장님도 뵈어 반가웠습니다.

우리가곡의 진흥과 발전이란 공동의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박범철 교수님의 가곡교실을 비롯한 여러단체와 동호동지들의
활발한 교류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
4 Comments
별헤아림 2006.11.19 11:34  
  멀리서 오신 정우동 선생님.
가을 타는 마음. 두루 다녀 보시는 마음 속에서
사람 사이에서 느낄 수 있는 '인정'이란 말을 떠올려 봅니다. ^^*
정우동 2006.11.19 21:06  
  떠날 때는 소슬바람에 조금은 쓸쓸하고 스산했으나
돌아올 때는 안그래도 권선생님 말씀처럼 
훈훈한 인정들을 담아오는 길이 푸근하고 따뜻하기만 했습니다.
반겨 주셔서 고마웠습니다.

뭉게구름 2006.11.20 23:04  
  갈바람을 타고 남원 춘향의 정조와 진주 논개의 충절을 흔들어 깨우고, 구례 피아골의 붉게 물든 아름다운 단풍잎을 한아름 안고 대구에 오신 정우동님!
부족한 대접임에도 과분한 칭찬을 주시니 송구하기만 합니다.
대구의 박범철 교수님의 가곡교실과 <우리 가곡의 날> 기념 <갈바람 갈잎의 노래> 행사를 전국에 널리 알려 주심에 감사를 드립니다.
마산에서 오신 김경선 원장님께도 함께 감사를 드립니다.  건강하십시요.
송인자 2006.11.25 14:42  
  정우동선생님.
상세한 설명에 그 자리에 함께 한 것 모양 따사로움이 느껴집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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