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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 타러 가는 날

노을 11 747
고령자고용촉진주간 기념식
올림픽파크텔 1층에 있는 올림피아홀 전면에 걸려있는 현수막을 보고 비로소 나는
오늘의 행사 내용을 짐작했다.
그랬구나. 고령자고용촉진을 위한 사회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노동부가 샘터사와 연계하여 벌인 일이었구나.
샘터 홈페이지에 무심코 들어갔다가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고령자(?)들의 수기를
모집한다고 하기에 응모를 했다.
내가 고령자에 속한다고는 정말이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 캠페인 제목이 ‘Working 60+’여서 말 그대로 일하는 60대라 하니
해당자가 될 수밖에 없고 하고 싶은 말도 없지 않은 판에 한 번 보내보자 했다.
처음에 샘터사로부터 걸려온 전화 내용은 정말 자신의 얘기냐는 확인이었다.
‘네 제 이야기인 데요’
전화를 끊고 속으로 이런 전화는 공연히 희망을 품게 만드는데 싶어
좀 조바심이 났다. 아니 신경이 쓰였다.
며칠 후 다시 샘터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내 글이 은상을 받게 되었다는 말을 듣고
나는 애들처럼 ‘어머 웬일이니’하고 말았다.
이게 웬일이람? 기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친절한 샘터사 기자는 그 후로도 시상식에 대해 몇 번 더 전화로 자세히
안내를 해주었는데 당일 호텔에 와서 이만근 기자를 찾으라고 하여
하마터면 ‘아유 무겁네요’하고 장난말을 건넬 뻔 했다.

가을 들어 검정 비로드 정장을 한 벌 사면서 무슨 예복 같기에
입고 갈 곳도 없는데 싶어 아쉽더니 드디어 때를 만났구나 하고 신이 났지만
그만 날씨가 받쳐주질 않아 하필이면 수능 당일에다 제일 추운 날이 될 줄이야.
추위를 무릅쓰고 멋을 부리기에는 너무 많은 나이를 생각하며
옷 든든히 입고 일찍 전철을 탔다. 수능 때문에 출근시간이 늦어지는 바람에
전철은 대만원이었다. 성내역에 내리니 너무 시간이 일렀다.
버스로 두 정거장이라는데 너무 이르다 싶어 곱게 물든 은행나무 가로수를 감상하며
버스 한 대를 보냈더니 그 후로 영 오지를 않는다.
그래, 우아하게 두 정거장이나마 택시를 타고 가자,
빈 택시 잡아타고 행선지를 일러주었다. 올림픽공원이 보이는 도로에서 코너를 돌더니
내리라 한다. 요금을 지불하고 폼 나게 잔돈도 받지 않고 내려서 보니 이상했다.
 올림피아나 호텔? 이름이 틀린데? 눈에 띄는 아무나 붙들고 촌아지매처럼 물었다.
‘올림픽파크텔이 어딘가요?’ 아저씨가 가리키는 곳을 보니 한참 멀다.
기가 막혔다. 시간이 넉넉하다 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우아하기는 틀렸다. 뛰자.
서울 어느 거리보다 도로 폭이 넓은 건널목을 냅다 뛰어 건너
호텔을 향해 잰 걸음을 옮기며 속으로 나쁜 운전기사라고 욕을 했다.
아니 속으로 한 게 아니라 인적이 드문 넓은 보도에서 소리 내서 원망을 했다.
그런데 은행잎이 곱게 깔린 가로수길이 너무 좋아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돌이켜 보니 이런 길을 걸어본 지가 얼마만이냐 싶어서 그 기사를 용서하기로 했다.
공기는 차갑고 바람 끝은 쌀쌀했지만 맑고 푸른 하늘과 높은 구름,
그리고 참다랗게 물들어 간간이 잎을 떨구고 있는 노란 은행나무가 줄지어 서있는
거리의 쾌적함이 누구를 원망하고 있기에는 너무 아름다웠다.
게다가 나는 지금 상을 받으러 가고 있지 않은가.   
11 Comments
노을 2006.11.16 18:46  
  메리님 궁금해 할 것 같아 올렸습니다.
정우동 2006.11.16 19:33  
  노을 이복희님의 은상수상을 축하합니다.
지난달에는 아우 이경종님의 작사가 데뷰에 이어 누님의 수상소식에
집안의 피물림을 다시 확인합니다.
이미 바다님과 우진이(할매)자매님. 공수봉님과 하늘곰 남매분들외
또 다른 형제분 누가 있더라. 가능성은 늘상 열려 있으니까 누구든
도전하여 거머지어 보세요.

다시 한번 수상을 심축하며 나도 또한 덩달아 기쁜 마음입니다.
베일에 가려 있던 문학소녀의 신비가 이제사 풀리려나 기대가 됩니다.
.
Schuthopin 2006.11.17 01:10  
  노을님 이렇게 글을 잼나게 쓰시니 당연한 일이지요...^^
축하드립니다.
언제나 소녀같으신데 노령이라구요?...^^
누가 믿겠습니까?

이글을 보는순간 당연한 결과라 생각했습니다.
진심으로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그 공모작을 올려주시면 어떠실런지요...^^
수패인 2006.11.17 10:08  
  공모작 어서 올려주시고 다시한번 축하 드립니다. 무슨 상이든지 받으면 기분 좋은것이죠.
바다 2006.11.17 11:26  
  정말 감칠맛 나는 글 . 입상은 당연하고 오늘 이 글 또한 금상감입니다. 좋은 글 .. 너무 좋습니다.

 노을언니
이복희여사
축하합니다 _()_()_()_
세라피나 2006.11.17 12:07  
  *일*^^ 내실 분 이라는 거^^  이미~ 알았지요.^^

와~~^^  축하드립니다.^^

읽어 내려가는  눈동자의  움직임에  가속의
동력을  재촉하는  글의  묘미^^  멋지세요^^

저도^^  바다 선생님 따라서~^^

노을언니~^^
이복희여사님~^^
축하드려요~~~`^^
노을 2006.11.17 12:42  
  어쩐지 맘 켕기는 동생같은 메리님에게 나 상타러 가요 했더니 궁금해 하더군요. 동요부른 상이냐고 하니 우습기도 하고...
고령에 일하는 분도 그리 많지 않고 하물며 글을 써서 응모하는 분도 많지 않으리라 짐작되어집니다. 그러다보니 저같은 사람의 글도 은상을 타게 되었겠지요.
정우동선생님, 윤지휘자님, 수패인님, 바다님, 세라피나님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요즘 자주 들어오지도 못하다가 불쑥 상탔다고 자랑한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내마노에 포진한 은빛 세대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어요. 그날, 있었던  일들 정리하여 다시 올리겠습니다. 
해야로비 2006.11.18 01:29  
  축하드립니다.  노을님~~
정말....피는 못 속인다는하는 말의 실감을 팍 팍 느끼고 있습니다....
노을언니~~
메리님껜...아까...샘터사에서 수필로 상을 받는 다고 자세하고, 아주 정확치는 않지만...이야기를 했답니다.~~
축하드리고....수상하신 수기....이곳에서 읽기를 기대합니다.
신은희 2006.11.18 11:57  
  응모한 사람이 많지 않아도 등수에 들기는 쉽지 안으리라 생각합니다...
축하드립니다...
유랑인님의 누님이시군요..
가곡교실에서 뵈면 인사드리겠습니다...
송월당 2006.11.29 23:11  
  아니 노을님 이 좋은 소식을 왜 가입 인사방에 올리셨는지요?
우연히 이방에 왔다가 반가운 소식 보고 축하 빨리 못해드려 죄송한 마음이에요.늘 재미난 글 잘도 쓰신다 했더니 결국 상도 타셨군요.
아이고 부러워라.. 유랑인님 시 노래되어 빛나고 노을 누님 은상 타시고 겹경사 정말 축하 드려요.
유열자 2007.01.30 19:46  
 

노을님 여기숨어있어 오늘에야 찿앗네
축하드려요 노을님 당신이 고령이라니 참웃기는것아네요
어제나 수줍어하고 애기같은 얼굴인데 난 딴사람이름이줄 알았어요
수상작 올려주시고 많은글 써주셔서 우리로 행복하게 해주세요
형제분의 분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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