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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주는 작은 친구이야기

靜 軒 7 774
오늘은 저희 집에서 벗들과의 만남이 있는 날입니다.
여기서 저기서 와서 거실 가득 모여 있습니다.

현관문이 열리며 큰소리로 “하머니!”(할머니) 하고 부르는 아이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누구를 부르는 소리일까요?
바로 저... 입니다.^^
현관에는 하얀 햇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민혁이가 엄마랑 와서 서 있습니다.
저는 “오~ 그래그래. 우리 민혁이 왔어.”하며 역시 함박웃음으로 달려갑니다.^^
민혁이....오늘 제 얘기의 주인공입니다.^^


민혁이는 2003년 5월생입니다.
키 크고 인물 좋은 그러나 그보다는 언제나 겸손한 또한 민혁이에게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예쁘게 말하는 태도를 보고 자라게 한, 뚝딱뚝딱 나무 벤치도 만들어 베란다에 놓고 뚝딱뚝딱 거실 벽에 장식용 나무를 붙여 하얀 페인트칠도 하는 손재주 많은 아빠와 예쁘고 상냥한 엄마, 그 엄마를 닮아 아주 아주 예쁜 2000년 9월생 누나랑 살고 있습니다.

저와 민혁이 가족은 여러 해 동안 알고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민혁이랑 친하게 된 것은 다시 말해 민혁이의 “하머니”가 된 것은 지난 해 여름부터였습니다.

무더웠던 지난 해 여름 낮,
저는 민혁이와 민혁이 아빠 그리고 다른 여러 명과 함께 얘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보아하니 민혁이가 더운 날씨에 힘이 들었나 봅니다.
엄마와 누나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데 자꾸만 엄마에게 가자고 떼를 쓰고 그런 민혁이를 아빠가 달래느라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민혁이에게 다가가 “아이스크림 사 줄까?”하고 물었습니다.
민혁이는 정말이지 좋아라 하면서 저를 따라 가게로 갔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맛있게 아이스크림을 먹었고 그 후는 한번도 칭얼거리지 않았습니다.
 
이날 이후 민혁이는 제가 있는 곳이면 꼭 저를 찾아 보조개가 들어가는 예쁜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하머니” 하며 달려오곤 했습니다.  저도 민혁이의 특성, 사람을 좋아하며 반기고, 항상 웃으며 얘기를 하는, 그 예쁘고 특별한 특성을 나날이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도 종종 민혁이와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게도 되었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그렇게 부르도록 시켰습니다.^^  제 나이가 아이에게는 할머니 소리를 충분히 들을 만하고 또 제 기억 속의 할머니는 늘 푸근하고 든든하고 기대고 싶고 어리광 부리고 싶게 하는 아늑한 칭호이며 존재여서 민혁이에게 기꺼이 그런 할머니가 되고 싶었습니다.^^)


친구들이 민혁이를 데리고 장난을 합니다.
나 이쁘냐...누구는 이쁘냐...고 물으면서.^^
민혁이의 재치있고 정직한 대답에 모두가 웃음을 터뜨립니다.
대답을 하던 민혁이가 갑자기 웃고 서 있는 저를 쳐다 보더니 환하게 웃으면서 말합니다.
“하머니 이뻐!”
친구들이 말합니다.
“할머니야 당연히 이쁘지. 그럼.”^^ 
(저는, 물으나마나 저를 예쁘게 생각해 주는 민혁이 때문에 행복합니다.^^) 

이들 중에 민혁이에게 짖궂게 말장난을 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체구도 크고 목소리도 우렁찬 친구입니다.
“너 할머니한테 자꾸 안아 달라고 할거야?  할머니 아프단 말이야.”
“너 할머니 집에 올 때마다 빵도 잔뜩 먹고 물도 너무 많이 마시잖아. 그러면 자꾸만 화장실 가야 되잖아. 그렇게 많이 먹으려면 이제 오지 마세요.”..... 라거나
“너 할머니 집에 들어올 때 왜 그렇게 크게 “할머니!”라고 해. 그러면 할머니 집 개가 놀라잖아.” ..... 라는 식으로.^^
이 경우는 민혁이가 아무런 대답도 하지를 못했습니다. 
딱하게시리...^^

하지만 ....

“너 할머니 집에 가지마. 할머니 집에 개 있잖아.” 
“하머니가 캐(발음이 이렇습니다.^^), 방에 넣어요.”

“네 엄마 어디 갔어?  민혁이 데리러 안오나 보다. 큰일났다.”
“괜찮아요. 기다리면 엄마와요.”
“아냐.  네 엄마가 못 올지도 몰라. 너 이제부터 할머니하고 살아야겠다.”
“네.” 
제가 묻습니다.
“민혁아. 엄마가 안 오시면 할머니가 어떻게 할까?”
민혁이는 망설이지 않고
“하머니가 엄마한테 데려다 줘요.”
(저는, 저를 철저히 믿으며 조금도 불안해 하지 않는 민혁이 때문에 행복합니다.^^)


제가 민혁이에게 과자를 주려고 하는데 이 친구가 말했습니다.
“주지 마세요. 민혁이가 아까보니 누구에게 잘못을 했어요.”
민혁이는 단호하고 엄한 표정으로
“안돼! 싫어! 먹으꺼야! 미워!”
이렇게 할 줄도 알더군요.^^
 
한번은 이 친구가 민혁이에게 껌 두개를 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껌 하나 드려. 할머니 좋아하니까 드려야지.”
민혁이가 대답을 안하더군요.^^
민혁이를 안고 민혁이네 차까지 데려다 주며 말했습니다.
“할머니 슬퍼. 민혁이가 껌 안 줘서.”^^
제 얘기를 듣자마자 민혁이는 작은 손에 힘을 주며 제 목을 안고 자기 볼을 제 얼굴에 꼭 갖다 대며 정답게 얘기를 하였습니다. 
“하머니. 주께요.”
저는 이번 것은 다 먹고 이담에 많이 생기면 달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제게는 보배로운 벗들이면서, 늘 자녀들과 대화하고 따뜻하고 안정되게 자녀를 양육하는, 민혁이 엄마 아빠가 이날 더욱 훌륭하게 생각되었습니다. ^^ )

저희 집 옆 돌계단을 올라갈 때 민혁이 엄마가 손을 잡을까 물으니 “아니.”라고 하더군요. 아무래도 위험해서 제가 손을 잡자고 하니까 환하게 웃으며 금새 “네. 하머니 손 좋아.”^^ 
(저는, 저랑 손잡기를 좋아하고 편안함을 느끼는 민혁이 때문에 행복합니다.^^) 

계단을 올라 갈 때 민혁이가 “도레미파..”하며 가자고 하였습니다.
제가 내려 가면서도 “도레미파..”라고 하니까 민혁이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내려가는 거니까 “도시라솔파...”해야 된다고.^^

노래를 좋아해서인지 민혁이가 저의 집에 와 있을 때면 꼭 피아노를 치려고 합니다.
오늘도 잠시 피아노를 쳤습니다. 
제가 “엄마가 민혁이에게 말하는 목소리는 어떤 소리이지?” 했더니 높은 음의 “솔” 음을 손가락 하나로 쳤습니다.
다음으로 아빠, 누나 그리고 제 목소리까지 만들었습니다.
민혁이는 모두 높은 음의 예쁜 소리를 만들었습니다. 손가락 하나로.

이번엔 짖궂은 친구 이름을 말하며 그 친구의 목소리를 만들어 보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민영이는 왼손가락 다섯개를 쫘-악 펴서 아래쪽 건반을 한꺼번에 “쿠-왕--”하며 치는 것이었습니다.  놀랍고 우스워서 다시 한번 시켰는데 여전히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녀석.^^
나중에 이 얘기를 다른 친구에게 해 주는데 옆에서 듣고 있던 민혁이가 자신의 행동에 대한 설명을 하였습니다.
“시끄럽게.”...했다고.^^

그 친구도 이제는 민혁이에게 그렇게 말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민혁이도 차츰 그 친구가 무섭지 않고 체구만큼이나 마음이 아주 크고 넓은 좋은 아줌마라는 것을 알게 될 겁니다.^^



제 친구들은 저를 부러워 합니다.
“좋겠다.”...고 하면서요.^^
민혁이는 저 외의 어느 누구에게도 “하머니”라고 부르지 않습니다.
(물론 친족이 아닌 사람들의 경우에.^^  저는 민혁이의 할머니가 된 것을 큰 특권으로 여기며 행복해 합니다.^^) 

올해 들어 민혁이가 부쩍 큰 것 같습니다.
지난 가을만 해도 “하머니 안고” 하며 안아 달라고 하거나 헤어질 때는 발을 동동 굴리면서 울고 “하머니도 타” 라고 해서 민혁이 엄마와 아빠가 민혁이를 뒷자석 유아용 의자에 앉히기가 아주 어려웠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거의 떼를 쓰지 않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헤어질 때 “하머니도 타세요.” 라고는 해도.^^

밤에 잠자리에 누워서도 할머니 얘기를 한다고 민혁이 아빠가 전해 주더군요.
민혁이에게 강아지 인형이 생기면 민혁이가 모두 저희 집 개 이름으로 똑 같이 부른다고 얘기하며 민혁이 엄마가 웃더군요.



저는 민혁이를 보면서 새삼 “사랑”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롭게 깨달으며 살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불쾌하게 하지 않으려 애쓰는 것이며
그러므로 친절한 것이고
정직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며
다른 이의 유익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행동하는 것이며
그러므로 서로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라구요.


저를 행복하게 해 주는 작은 친구 민혁이가
지금처럼 행복한 환경 속에서 무럭무럭 커 나가기를 바랍니다.^^


(2006. 3. 15)
7 Comments
해야로비 2006.03.21 12:21  
  ^^*....잔잔한 미소가......저까지 행복하게 해줍니다.
산처녀 2006.03.21 12:24  
  행복이 줄줄 묻어 나오는군요 .
그래요 .행복은 꼭 소유에서만 나오는것은 아니지요
서들비 2006.03.21 12:53  
  아름답고 행복한 이야기 나누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靜 軒 2006.03.21 16:15  
  해야로비님. 산처녀님. 서들비님.
반갑습니다. ^^  민혁이는 주위 사람들에게 늘 웃음을 줍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이고 심성도 고우니 모두들 민혁이와 한마디라도 더 건네려 한답니다.  행복한 요소를 많이 지니고 태어나서 그것을 나누어 주는 것 같아요.  그래서 겨울같은 제 마음의 뜰에도 봄꽃이 활짝 핀 듯 하구요.^^  긴 얘기 읽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세요.^^
2006.03.21 18:58  
  높은 마루요 !
노을 2006.03.23 09:58  
  정헌님 손주는 없으십니까?
아이들은 참 다 사랑스럽지요.
그 중에서도 민혁이는
사랑받게 하는 천성을 타고 났군요.
사람을 변하게 하는 것은
고통과 사랑 두 가지라는데
늘 사랑이 충만하니
정헌님은 행복하십니다.
靜 軒 2006.03.23 12:37  
  아이코... ^^  노을님.  자칫 답글을 못적는 아쉬움을 가질 뻔 했네요. ^^  집안에 일이 있어 며칠 이곳에 못올 것 같아서요.^^ 

민혁이....
저는 그저 누구나처럼 아이에게 아이스크림을 하나 사 주었을 뿐인데 그날 민혁이에게는 위로가 절실히 필요했던 날이었나 봐요.^^  작은 아이라 느낌을 말로는 표현 못해도 필요했던 때에 자기를 위로해 준 그래서 기쁘게 해 준 것 같은 제게 고마움과 정다움을 표현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되면 제가 때를 잘 만난 것 밖에는 안되는 거지요?^^)
그후 자신의 마음을 해맑은 웃음과 함께 표현하고 또 저를 언짢게 하지 않으려고 하는 민혁이의 태도에서 또 민혁이를 즐겁게 해 주려는 저를 돌아보며 ...사람사이의 정과 관계를 다시 배우고 있어요.^^

노을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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