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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난다는 것

박금애 12 1666
방학을 한지 열흘이 지나서 방학전에 미루어 놓았던 일들을 어젯밤에 정리정돈했다. 그것은 바로 오늘 설악으로 떠나기 때문이다. 그곳의 산행을 몇번이나 실패했었다. 폭우가 쏟아져서 오색에서 다시 되돌아오고 또는 가기전에 갈 수 없는 일들이 생겨서 포기도 했었다.
설악은  내게는 그리 쉽게 허락하지 않는가보구나. 아니면 항상 그곳으로 떠날 준비가 안되었단 말인가?
밤늦도록 정리정돈하면서  내게 꼭 필요한 것도 아니면서 언젠가 긴요하게 쓸거라고 생각하며 껴안고 있던 것들을 버렸다.
얼마전 수련회에서 임사(臨死, Near Death)체험을 했다. 生의 끝이 죽음이 아니라 삶속에 항상 같이 존재하며 삶의 연속인줄 알고는 있었지만 관속에 들어가 있다 나오면서의 느낌은 '아! 이제 나는 새로 태어나는구나'였다.
관속에 들어가기전에 아쉬움을 한가닥 유서에 썼다. 완전과 자기 충실에 열심인 내게  남은 것은 것은 무엇일까? 그것보다 더 좋은 것은 너그러움과 포용할 수 있는 편안함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좋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관속에서는  유서쓰기전에 가졌던 낯설게 느껴졌던 죽음이 참으로 편안하게 느껴졌다.
한 순간에 900번의 생각이 일어났다 사라짐은 순간 마다 우리는 생과 사를 900번 오가는 것이다.
그럴때마다 우리는 한가지씩 정리하고 버리면서 또 새로운 각오로 살아야되는데------.
떠난다는 것은 정리하고 버림으로서 새로운 각오로 돌아오는 산뜻함이 있어서 좋다.
설악산이 떠날 준비가 다 되어서  알고 부르듯이 죽음도 그렇게 날 부르면 정리하고 갈 수 있어서 좋으련만 알 수 없는일이다.
이제 남은 일은 무엇일까? 설악의 부름에 충실하게 가서 복종하며 맘껏 품에 안겨보는 일이다.
그리고 언제나 묵묵하게 갖은 초목과 짐승들의 터전이며 계곡의 생명수 조차 붙잡지 않으며 꼭대기에 구름도 쉬어가게하는 그런  너그러움과 포용을 나의 남은(?) 삶을 사는 것일 것이다. 
 

12 Comments
가객 2003.07.31 13:54  
  참으로 반가운 글을 접하게 되는군요.
박금애님의 글을 대하고 보니 그간 동호회에서 보낸 세월이
그림처럼 스쳐 지나갑니다.

평소의 모습에서도 항상 변함없는 아름다움을 보여 주시는데
한걸음 더 나아가 삶을 더욱 진지하고 깊게 성찰하는 모습을
보여 주시는군요.

설악산, 대자연의 품 속에서 자신을 풀어 놓고 자연과 하나됨으로써
많은 것을 얻고 그리고 재충전한 후 돌아 오셔서
과천에서 반갑게 만나 뵙기를 소망합니다.
나리 2003.07.31 18:53  
  그러게요,  박 금애님!!!

참으로 반갑습니다.^*^

즐거운 여행 되시구요,

저도 과천에서 기다리겠습니다.
평화 2003.07.31 22:26  
  박금애님! 안녕하세요.*^-^*
따스하고 잔잔한 미소와 단아한 모습이 오늘밤엔 무척 그립습니다.
언제나 한결같으신분! 넉넉한 가슴으로 모든것들을 다 수용하실것만
같은 박금애님께서 여름의 설악을 만나러 가시는군요.
가셔서 푸른 초목들과 더불어 아름다운 추억 많이 엮으시고 그동안 고단한
일상에서의 쌓였던 피로를 말끔히 풀고서 가뿐한 마음으로 돌아오세요.
저도 기다릴께요...
바다 2003.07.31 23:13  
  처음으로 읽어보는 것만 같은 박금애 님의 반가운 글
지금쯤 설악에서 선녀가 되어 계시지 않을까요?
내 마음의 노래를 변함없이 지켜주시고 사랑하시는 금애님
아름다운 설악에서 한학기 동안의 피로 잊으시고 돌아오셔서 9일날 대공원에서 꼭 뵙게 되기를
엠프랜 2003.08.01 11:02  
  자연은 변함없이 항상 그자리에 있습니다

박금애님도 항상 묵묵히 그자리에 계심을 압니다
묵직한 바위처럼...

4학년때 졸업여행으로 설악산엘 갔었는데 음주가무에 눈이 멀어 (히히~) 제대로 설악을 보지 못하고  얼렁뚱땅!하고 온적이 있었어요
그후로 십여년이 넘게  가보질 못했습니다

제 몫까지 느끼시고  다녀와서 얘기해 주세요

조심해서 다녀 오세요~
동심초 2003.08.01 11:42  
  오랫만에 선생님의 글을 대하니 눈물이 날 정도로 보고 싶어지네요

 산은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을 가진 자 만이 오를 수 있다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오랫동안 오르고 싶어도 여러가지 이유로 오를 수
 없었던 산에 이제서야 오르실 수 있게 되신것을 축하드립니다

 설악산 대청봉에서 바라보는 자연은 너무나도 오묘하답니다

 늘 그자리에서 한결같은 모습으로 웃으시던 모습을 그려 보면서
 이번 산행에서 많은 것들을 배우시고 자연속에서 편안한 쉼을
 얻으시기를 바랍니다 잘 다녀오세요^^
박금애 2003.08.02 23:09  
  가객님, 나리님, 평화님, 바다님, 엠프랜님,  동심초님 한동안의 제 침묵에도 따뜻한 눈길로 챙겨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덕분에 무사히 잘 다녀 왔습니다.
오색에서 새벽 3시 30분에  출발  대청봉에서 소청봉을 지나 백담사쪽으로 40여분 내려간 곳의 봉정암을 들려 다시 소청봉으로 올라와서 설악동에 밤 8시에 도착했습니다.
대청봉에는  樂山樂水('요산요수'- 지혜 있는 자는 사리에 통달하여 물과 같이 막힘이 없으므로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의리에 밝고 산과 같이 중후하여 변하지 않으므로 산을 좋아한다.)글이 새겨진 돌비가 눈에 띄어서 떠나기전의 다짐했던 생각들이 떠올라서 한결 반가웠습니다.


오숙자 2003.08.02 23:34  
  박금애님!
같은 시기에 서해안 장구도란 섬엘 다녀왔거든요.
밀물 썰물 시기 마추어 조개 맛살도 캤답니다.
그런데 모래 주변에 동그랗고 납작한 자갈이 어찌 많은지
예쁜 돌도 주어왔지요.

금애님이 다녀오신 설악의 아침은 특히 안개와 함께 한폭의 산수화 처럼 절경이었겠네요.
박금에님 글을 읽으니 설악산에 다시 가 보고 싶답니다.
평화 2003.08.03 00:33  
  박금애님 글 읽으니 저도 힘겹게 오른 백설이 뒤덮인 백담사에서
곧 입술이 얼것만 같았던 약숫물 맛이 새삼 그리워져오네요.
무사히 잘 다녀오셔서 넘 반갑구요 동호회에서 건강한 모습으로
뵐것을 기대하겠습니다.*^-^*
오숙자 2003.08.03 08:37  
  윤회사상에서 영혼은 변함없는 존재이나
다른 육신을 통하여 거듭 태어난다고 하지요,

아무튼 우리의 영혼은 어떠한 모멘트에 의해 다시 태어나는
감격을 갖게도 되지만
육신은 떠나면 돌아오지 않지요
이승에서의 삶은 단 한번뿐임으로
그가치와 소중함을 깨닫게 됩니다.

서로 사랑하고
아름답게 살아가기도
턱없이 부족한
이 세상....

해야할 일이
많아짐을 느낍니다......
정종화 2003.08.09 01:30  
  오숙자님의 글을 보니
학교다닐 때 배운 기억이 있는 윤회사상을 다시한번 생각게 합니다
이생으로 모든것이 끝난다는 생각보다는 내생이 있다고 생각하는게 더 삶을 성실히 살수 있을것 같네요
이 한몸 죽어서 모든것이 끝난다고 생각하고 싶진 않네요
고인이 된 정몽헌 회장님도 이와 같은 마을을 더 깊이 사유 하였다면...
고인은 어떻게 생각하실련 지 모를일이 지만 내생에서 좋은 세상 태어 나소서...
박금에 님의 Near Death 체험을 저도 한번 해 보고 싶네요
그럼 헝컬어진 현 생을 다시 추스려 질것 같네요
모든 분들이 박금애 님을 큰 가슴을 가진 분이라 하네요
저도 한번 뵙고 싶네요 넓은 가슴을
과천에 낮에 모이신다는데  낮에는 삼차원의 시간의 제약이 가로 막네요
사차원 시공을 초월한 세계에선 가능 하겠네요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사라진다니..
달무리 2003.08.13 13:23  
  누군가 말했습니다.
산엔 왜 오르냐고
그러자 한 사나이가 대답했습니다.
산이 있기 때문에 오른다고
???

번뇌가 많은 한 범부가 선사를 찾아가 말했습니다.
저는 마음이 무척 불안합니다.
불안한 마음을 고쳐주시시요
그말을 듣고 있던 선사가 말했습니다.
그럼 불안한 네마음을 내게 꺼내어 보이거라 하고
???

결국 우리들은 가장 근본적인 것들을 잊고 살아가는것 같습니다.

어떤 선사가 그랬다지요?
"一切唯心造(일체유심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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