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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쓰기..............아날로그의 매력

꽃구름언덕 1 1793
꽃잎넣은 창호지 문이 파랗게 되도록 편지를 쓰던 기억이 있다.
유년 시절 얼굴도 모르는 국군 장병 아저씨들에게 지우고 쓰기를 거듭하며
위문 편지를 참 많이도 썼었다.

 어느 때는  친구들 몫까지  쓰는라 팔이 아팠던 기억도 있다.
사춘기 소녀  적엔 말이 통하는 친구들과 일기를 쓰듯, 숙제는 하지 않아도
편지만은 하루도 걸르지 않고 주고 받으며 행복해 하기도 하였다.

좋아하는 시인들의 시를 적어 보내기도 하고  또 친구들의 시를 받기도 하면서
인생의 깊이도 모르면서 세상에서 제일 고민이 많고 고독한 사람인양 눈물을 흘리기도 하던
고운 무채색의 시절이 아련하다.
꿈을 기꾸던 시절  학교에서 매일 만나면서도 주고 받던 편지가
아니었다면  그 시절의 낭만이 쉬이 잊혀 졌으리라.

꽤많은 분량에 편지들이  긴 세월 지났어도소중하게 보관되어 있다.
비 오는 저녁나절 같은 때에 가끔 그 빛바랜 편지를 읽노라면
남이 써준 자서전 같이 나에 대한 좋고 나쁜 평가들이 씌어 있었고
그때의 내 모습이 또 친구들의 모습이 보이는듯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탄듯 그 편지를 잡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눈을 감고 있을 때도 있다.
내용 만큼이나 글씨의 모양도 다양하다.
무슨 사연이 있었는지 눈물 방울이 떨어져 얼룩진 편지들,
정갈한 펜글씨, 멋을 부린 흘림체,
내용 만큼이나  글씨의 개성도 다양하다.

아무튼 나는 이 많은 옛 사연들을 귀중한 보물로 여기고있다.
그 많은 편지들을 주고 받던 시절이 어쩌면 내게 정신적 자양분이 되어 있을지 모를일이다.
누구나 처럼 때가 되어 연서를 받기도 하고, 남의 연서를 써주며  재미 있어하던 그때가 참 그립다.

가정을 떠나 직장을 다닐 때는 그 많은 꽃잎들과 단풍잎을 넣어 보내 주시던
눈물젖은 어머니의 긴 기도문 같은 편지와 형제들의 사랑어린 편지도 받고
밤새워 답장을 쓰노라면 그순간 꼭 가족들과 함께 있는 것 같은 맘이 되기도 하였었다.

길고 깊은 인생의 고민스러움을 편지로 나누던 때의 내 정신은 그리 황폐하거나
가난하지 않았던것 같다.
삶이 그리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을 나이 쯤엔 또 그만큼의 연륜을 가진 친구들과 내면의 가치와
삶의 당위성을 찿고 유지하며 가장 나답게 살고자 안부를 묻고 서로 용기를 주면서 편지를 썻다.

소녀적 같이 풀꽃 같은 편지는 아니더라도 친구의 말대로 새들의 흰 나래같은
글들을 주고 받다가 훳수가 줄어드는 요즈음이다.
그래도 가끔 부치지도 않는 편지를 쓰며 밤을 밝히기도 한다.
지금은 세상에 어느 만큼 편승해 사노라니 그것 마져 멀어지는 느낌이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만은 무슨 의무감 같은 심정으로 전 부터 도시락에 쪽지 편지며 외투 주머니에
부탁이던 잔소리던 항상 써주는 편인데 그나마 군대를 가고, 서울에 있는 대학을 가고 하니 게을러진다.
사실 글씨를 예쁘게 쓰지 못하는 나로서는 편지의 내용보다
글씨가 부끄러워 편한 사람이 아니면 기피하는 편이다.

그런점에선 요즘이야 키보드만 누르면 원하는 필체로 다써지고
E-mail등으로 무슨 요술을 부리듯이 신속히 편지를 주고 받거나 화상 통신으로
직접 상대방을 보면서 대화하는 시대가 되었으니 악필의 부담이야 없는 편이겠다.

사이버 공간에서 모든 일이 이뤄질 뿐만 아니라 "문자메세지 중독증"이라는 신종 증세까지 보이며
걸어 다니면서도 휴대폰을 쉴새 없이 누르는 젊은이들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된다.
과연 저렇게 보내는 메세지들로 그리움이라던가 상대방과의 추억을 생각한다든가 하는
결고운 심성이 자랄까?
멋진 편지 문화는 이 시대에도 생겨날까?

이런 생각을 하는걸 보면 변화에 쉽게 적응 못하는 특히 기계치인 나만의 고집일까.......!
나역시 요즘은 모든일을 이 전지전능 하다시피한 컴퓨터로 하고 있으니
이 또한 시대에 못미치는 자의 이율배반이 아닌가?
다원화된 사회에서 컴퓨터로 쓰고 보내는 편지는 실시간 전달되니
얼마나 놀랍고 효율적인 정보전달 기능을 하는가?

원고를 많이 쓰시는 어느 문인도 편지만은 친필로 써야 마음이 편하다고 하지만
이것 역시 관념의 산물일 것이다.
"편지 에티켓"이니 하며 편지쓰는 예문과 법을 가르치는 책들이 나오던 시대는 옛날이 되었다.

하지만 하얗게 밤새우며 편지지를 정성스레 채워 나가던 일이야 하지 않더라도,
 편지를 보내기 전에 달 밝은 창밖 한 번 내다보고  잠깐 숨을 고르고
상대방에 얼굴을 떠올리며 꾸물거리다가 가장 편안한 맘이 되었을때
이_메일로건 무슨 쪽지건  보낸다면 좋지 않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날들의 모든 대화를 편지를 쓰듯이 예의를 갖춘다면
또 그만큼 남을 배려 한다면, 인생의 장면 장면들이 아름다워 질것이다.
옛 빛깔은 아니더라도 "난필 용서하기를......" 하면서
오랜만에 마음에 고인 그리움 같은 편린들을 꺼내어
여유로운 초 여름 푸른 마음으로 긴 편지 하나 써야겠다.
꽃잎 넣은 창문은 없어도..........! 








 
1 Comments
바다 2003.07.20 07:05  
  도시락 편지!
저도 제 딸이 5학년 아들이 3학년일 때 도시락 위에
엄마가 짤막한 좋은 시(이건 남의 글)와 엄마의 사랑의
글을 몇 개월 보냈던 기억이 새롭네요.

아들이 도시락을 열때마다 엎드려 손으로 가리고 무엇인가를
읽길래 궁금하여 담임선생님이 들여다 보셨다고 하시며 감탄해
하셨는데 그걸 길게 하지 못했던 것을 지금은 몹시 후회하고 있답니다.

꽃구름 피는 언덕님은 정말 마음 속에 어린 시절과 젊은 날의 보화가
가득하군요. 살아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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