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외로운 성악전공자의 길

바리톤 2 1808
  오래전 읽었던 톨스토이의 "예술론" 가운데 기억나는 한마디가 있습니다.

"바그너의 음악은 예술이 아니다.(오랜 시간동안 성악가들의 성대를 혹사시킬 만큼 거대한 규모의 악극) 들판에서 씨를 뿌리며 '라라라' 노래를 부르는 러시아 아낙네의 노래야 말로 진정한 예술이다."'

이 말이 저에게는 마치 진리인듯 가슴속에 자리잡았습니다.

그 후 예술에 대한 저의 관점은 변하였습니다. 예술은 평범한 사람이 즐기고 이해할 수 있어야 진정한 예술이라고 저의 관점이 바뀐 것입니다.

성악가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옛날 사람들의 관점은 서로 상반되었습니다.

"풍각쟁이" 예로부터 문(文)을 숭상하고 예(藝)를 천시여겼던 옛사람들의 관점이었습니다.

제가 성악을 전공하겠다고 어른분들께 말씀드렸을 때 "미친놈아."라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나중에 저의 아버님께서 제가 음악을 전공한 것을 사람들에게 자랑하시곤 하는 모습을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렇게 음악을 천시여겼던 우리 옛 어른들께서는 또 다른 관점으로 성악가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어려운 고급음악을 하는 사람" 이것이 바로 성악가들을 보는 또 다른 관점이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성악을 하는 사람은 천하지만 그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고급스럽고 일반 사람들이 접근하기 어려운 음악 이라는 관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래 저래 성악가는 외로웠고 때로는 고급음악(?)을 즐길 줄 아는 사람들만 모여서 닫힌음악회를 여는 모습들이 과거 성악동호인들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뿐만 아니라 성악을 하려면 고가(高價)의 레슨비가 들어가기에 성악은 왠만한 재력가의 자녀들이 아니면 배우기도 힘든 그런 영역의 학문(?)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지극히 평범한 가정에서 저를 뒷바라지 하시느라 가족들의 희생이 정말 컸습니다. 늘 생각할 때마다 죄송스럽습니다.

하지만 성악을 전공하고 대학교를 졸업하여도 딱히 진로가 보장되어있지 않은 어정쩡한 영역이 성악가의 영역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얼마 전 제가 발목이 아파서 정형외과에 며칠 동안 다닌 적이 있었습니다. 그 병원의 간호사(연세가 있으신) 한 분이 제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 친구 아들이 성악을 전공하려고 레슨을 받고 있는데 학업성적도 전체에서 순위안에 들고 있어요."

그 말을 들은 저는 반가운 생각과 함께 우려스러운 생각이 교차하였습니다.

학업성적이 좋은 학생이 성악가가 된다는 것은 반가운 일이지만 성악을 전공한다고 해도 졸업후 딱히 진로가 보장되어 있지 않기에 저의 솔직한 심정으로는 그냥 그 학생이 평범하게 공부를 하여 진로를 찾도록 하고 성악은 취미로 하도록 할 것을 권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성악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학생이라고 하기에 이런말을 해 주고 돌아왔습니다.

"한국교원대학교를 졸업한 다음 열심히 공부하여 음악선생님이 되던지 음악학을 박사학위까지 하고 교수님이 되면 좋을 것 같네요."

  성악전공자의 길은 너무나도 외롭고 힘이 든 길입니다. 저도 성악을 전공했지만 다른 길을 걷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대학교에서 성악을 전공한 것을 후회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미국인 성악가 Ritchard Knoll 박사님이 이런말을 하였다고 합니다. "당신이 만일 성악을 전공 한 다음 당신에게 안정적인 직업이나 돈 그리고 지위 이 모든 것들 가운데 어느 하나도 주어지지 않는다 할지라도 성악을 공부하고 싶다면 당신은 성악을 공부하십시요."

침례신학대학교 교회음악과 교수님이신 바리톤 심성식 교수님이 저에게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제가 신학대학원에서 신학을 공부할 때 교수님과 나눈 대화입니다)

"성악을 전공한 학생들이 성악을 공부할 때의 정신으로 한다면 무엇을 하더라도 잘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음성가 "사랑"을 작곡하신 작곡가 + 지휘자 + 플룻연주가 + 목사님이신 고 정두영 교수님이 교회음악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하셨다는 말씀을 적어 보고 싶습니다.

"학생 여러분! 음악은 연주하는 것이 아닙니다. 음악은 즐기는 것입니다."

비록 성악을 전공한 사람이 진로가 명확하지 않고 돈이나 명예 지위 아무 것도 주어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 할지라도 성악을 공부할 때의 정신으로 살아가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가곡을 부르고 노래를 부르는 것을 행복하게 즐긴다면 성악을 전공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보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2 Comments
수패인 2006.12.30 12:16  
  바리톤님은 하고 싶었던 것을 하셨으니 그래도 행복하신 분입니다.
꼭 하고 싶었던 것들을 현실적인 이유 주위나 가족의 반대로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잖아요.
녹차 2007.01.07 16:54  
  네 성악...어렵죠 외롭고..그럼에도 나는 오늘도 공부하고 배우고 무대에서 좌절하고 후회하고 끝내고싶고 그러다 다시 맘 다잡고 노래하고 ...내겐 이길이 아닌가벼 하다가...또도전해보고...괴롭습니다 한계를넘지 못하는것같고...연주를하지말고 즐기라고요? 네저도 그러고픕니다 그래야하고요 근데그게 무대설때마다  초긴장에 울렁증에 ...ㅠㅠ누가알리요..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