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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의 드라이브

가객 9 1633
아침나절 비는 추적거리고 하늘은 어두워서일까 마음이 밝질 않았다.
불현듯 바람을 쐬고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데든 발길 닿는 곳에 가자...가볍게 마음먹고
오랜 세월에 걸쳐 가끔 듣곤 하는
나나 무스쿠리의 테잎을 찾아 테잎 플레이어에 넣고서
외곽도로 쪽으로 차머리를 돌렸다.

내 성격이 좀 퇴영적인 성향이어서 그럴까,
어떤 노래를 듣고 있으면 어김없이
과거의 어느 한 시절에 대한 추억에 빠져 들곤 한다.
마치 어린시절 친숙했던 도미나 이미자 노래를 듣고 있을 때
초등학교 시절의 추억들이 머리 속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듯이
오늘도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를 듣다 보니 옛추억들이 떠 올랐다.

사막에서의 생활에 익숙해진 어느 주말 나 홀로 승용차를 몰고
걸프만의 유명한 해변인 Halfmoon Bay를 따라 드라이브하면서
나나 무스쿠리 노래 들을 듣곤 했었다.
흑발의 머리에 검은테 안경을 낀 차가울 정도로 이지적인 모습이면서도
솜사탕처럼 달콤한 그녀의 목소리에 빠져 들었는데
그 시절의 고독과 향수를 달려 주기에 너무나 좋은 곡들이었다.

특히 잃어버린 슬픈 사랑을 노래한 "사랑의 기쁨(마르티니 작곡)"이나
노예들의 고통을 노래한 "흘러가라 괴로운 지난 날이여
( 베르디 '나부꼬'중의 히브리 노예들의 합창 )"는 매혹적이었다.
아라비아해의 물결 위에 부서지는 저녁놀과
야자수 위에 걸린 석양을 보면서 향수에 젖어 그저 해변을 따라
지향없이 달리면서 테잎을 들었을 때의 기분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오늘오전 드라이브하던 중에 빗방울이 사선의 흔적을 남기며
차창에 떨어지는 모습이 그저 서글피 보였다.
어느덧 반백의 세월을 덧없이 보내버린 회한의 몸짓일까
잃어버린 시절이 남긴 상처의 아픔일까,
아니면 을씨년스런 하늘 아래 지향도 없이 홀로 차를 모는 내 자신의
오랜 외로움 때문이었을까.....

애조띤 나나 무스쿠리의 노래와 어리석은 삶의 조각들이 교차하면서
가슴을 때리는 이런저런 생각들이 더욱 많이 고개드는 것같았다.
하지만 이제 다 지나가 버린 세월인데 돌이켜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난일에 대한 지나친 후회는 자신의 영혼을 상하게 할 뿐이니
이제 그저 가슴속에 앙금으로 남은 회한일랑 죄다
저 무정한 아스팔트 도로위에 날려버리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오전에 나설 때는 기분도 맑질 않았고
구름이 가득 낀 하늘에 빗방울만 뚝뚝 듣는 을씨년스런 날씨였지만,
일상을 벗어나 그저 발길 닿는대로 한적한 숲가에 가서 바람쐬고
돌아 오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가슴이 텅빈 것같아 서운한 듯하면서도
마음이 가벼워진 것같아 후련한 느낌도 들었다.

<Nana Mouskouri-Song For Liberty - Verdi>
9 Comments
바다 2003.06.27 14:29  
  나나무스꾸리하면 언제나 한결 같은 모습
약간 긴 듯한 검정단발머리에 검정테 안경
그리고 정장 차림의 모습
그리고 그 애조 띠면서 가슴 속을 파고 드는 목소리.

어쩌면 비 오는 날에 더욱 어울릴 것 같은 목소리
그러나 맑은 날은 맑은 날씨처럼 청아하고
가슴 속의 울혈까지도 씻어줄 것 같은 목소리....

가객님은 이런 멋진 나나무스꾸리와 비 오는 날  멋진 데이트를 하셨군요
........................................
하지만 이제 다 지나가 버린 세월인데 돌이켜 본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지난 일에 대한 지나친 후회는 자신의 영혼을 상하게 할 뿐이니
이제 그저 가슴속에 앙금으로 남은 회한일랑 죄다
저 무정한 아스팔트 도로 위에 날려버리자고 생각하며 마음을 달랬다.
..............................................................
.가객님의 글을 읽으니 제 가슴 속이 다 후련하군요

제 경험에 의하면 과거는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하나의 지지대 역할 밖에 못하더군요
가버린 과거는 붙잡으면 붙잡을수록 손해더라구요 . 

이제 가객님의 과거의 회한은 다른 차들이 산산히 부셔서
흔적도 날아가 버리고 사라져 버렸을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미래를 두 팔 벌려 힘껏 안으십시오
가객님은 아직 젊습니다

오랫만의 글 반갑게 잘 읽었습니다.
이런 글을 자주 읽게 해주시길 빌면서


서들공주 2003.06.27 14:31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십니다.
가객님을 뵐때마다 참 낭만과 멋이 있으신 분이다 생각했었는데요,
아픈만큼 성숙해진다는 말은 참 명언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 속에 담겨진것이 많은만큼
풍겨지는 맛이나 멋또한 풍성하고 깊고 진하더군요.

한적한 들길에 차를 세우고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차 안에서 바라보는 비가 가장 리얼한 느낌이예요.
옷은 젖지 않으면서 비를 맞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잖아요.)
옛 추억을 생각하는것 또한 너무나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장마의 계절을 잘 보내시기 바랍니다.
오숙자 2003.06.27 19:28  
  비는 말없이 주룩주룩 내리고
마음도 왠지 비에젖어 무거운듯 그런 오늘입니다.
양평길을
내리는 비를 가르며 운전을 하면서
라디오 에서 우울한 첼로소리가 오히려 어울리듯
빗소리와 첼로의 이중주처럼 들려왔습니다.

가객님!
비오는날엔  나나 무스꾸리의 적당히 발성이 잘된 그녀의 노래도
어울릴듯 싶습니다.
나에겐
청각적인 향수 보다
시각적인 그녀의 검은머리와 검은 안경태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라라 라라라 ...
그녀의 선율도 다시 떠오르네요.
엠프랜 2003.06.27 22:34  
  (차 안에서 바라보는 비가 가장 리얼한 느낌이예요.
옷은 젖지 않으면서 비를 맞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잖아요.)
**
공주님도 그 맛을 아시네요

저도 비오는날 드라이브하는걸 참 좋아하는데...

가객님~
오늘 그러셨군요~

오랜만에 반가운 글 감사드립니다
♧수채화 2003.06.28 13:26  
  오늘 아침 출근길은...
너무 맑은 하늘과 또렷이 보이는
건물들 사이로 비치는 햇살로..
마음까지...청량함으로 물들었지요.

하늘을 이루고 있는 색이 얼마나
곱든지..........
잘 기억해 두려고
몇번이고...몇번이고
올려다 보았어요.

우리...좋은 것만 기억하기로 해요.
어제까지의 회한은 어제로 남겨두고....

오늘은 오늘 주어진 것 안에서
자유로워지기로 해요.

가객님...
오늘은 맑음이죠?
비오는 날의 수채화는 제가 전문~


이젠 앞을 보세요..그리고 옆도...


주말 행복하세요......^^
남가주 2003.06.29 07:36  
 
가객님,

비오는 날의 드라이브...
우울한 감성이든,
분위기에 젖어 촉촉한 낭만의 감성이든....
말만 들어도 그 멋이 은근히 흐른답니다.

이곳 남가주엔
일년에 비가 거이 오는날이 드물거든요.
그래서 더욱이나...
비오는 정경이 그립습니다.
김건일 2003.06.29 13:40  
  가객님 음악은 잘 모르지만 음악을 좋아는 합니다.
비오는 날 드라이브 하시는 가객님의 멋진 모습을 그려봅니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운이 함께 하기를 빕니다.
단암 2003.07.01 11:03  
  차 안에서 바라보는 비가 가장 리얼한 느낌이예요.
옷은 젖지 않으면서 비를 맞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잖아요

제가 여지껏 찾아 헤매던 표현이었습니다. 정말 멋진 말입니다.
저도 그 분위기를 아주 즐기거든요
엠프랜님 감사합니다.
 
임현빈 2003.07.12 06:01  
  가객님~

저도 안양에 있을때 나나무스꾸리를
처음 접했지요

"deep and silent sea" 의 기타 반주의 맑은 목소리에 빠져
사람의 목소리가 가장 아름다운 악기구나를 생각했지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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