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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아픔을 위하여

송문헌 3 1034
새로운 아픔을 위하여 / 송문헌

 
벌거숭이들 깔깔깔, 타오르는
불꽃 속에서 첨벙첨벙 하늘로 오른다

초가지붕 추녀에 눈 내리는 밤 참새 잡던
버짐 먹은 얼굴도 하나둘씩 화롯가에 모여들었다

물동이 이고 가는 치마저고리 처녀가 빙긋이
1954년 첫 권의 표지에서 타들어 갔다 텃밭 머리에서

한 떼의 까만 교복 합창소리 은은하게
사십 여 년 만에 돌아온 고향, 미라처럼
고스란히 재가되어 남은 스물 댓 권의 일기장들

2003년 6월 6일 그렇게 난 스물 몇 해를 모두
떠나보냈다 새로운 아픔을 위하여.


낯설어, 왠지 자꾸만 낯설지는 고향 터밭 머리에서 수십 년을 끌안고 다니던 스물 댓 권의 일기장을 모두 태우고 이젠 올무에서 벗어나듯 시원하리라 그리 생각했는데 그랬는데, 미라처럼 고스란히 재로 남은 그 모습이 며칠을 헛것처럼 지워지질 않았습니다. 그리고 오한처럼 몇 날이 흐르고서야 세찬 빗소리에 기운이 솟는 듯 가벼워지는 기분입니다. 오늘은 크게 웃어도 보고 노래도 불러보다 문득 여기로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두 달 여를 이것저것 경황없다가 그리고 또 한동안 시름시름 하다 현충일 연휴 사흘을 문경의 작은 산사 원적사로 고향집으로 사날을 나다녔습니다. 그간 웹 서핑도 거의 하지 않다가 오랜만이지만 반갑게 찾아오게 되는 것을 보면 대부분 순수덩어리인 여기 동호인들이 어느새 오랜 지기가 되어졌나  봅니다. 일상의 찌들고 일그러진 땟국들마저도 가곡을 듣고 얘기를 나누다 보면 여기선 모두 깨끗이 씻기게 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내마음의 노래」 동호회에 아주 많이 감사를 드려야 하겠군요. 자주 들리진 못하지만 그리고 제대로 글 한 번 올리지도 못하지만 여러분의 우정이 늘 그립고 고맙답니다. 부디 왜곡되지 않는 순수덩어리로 동호회가 이어가기를 욕심내고 기원할 뿐이랍니다. 여러분 모두 날마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3 Comments
바다 2003.06.21 16:13  
  송문헌 선생님!
오랫만이군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선생님의 글을 읽고보니 제 가슴이 휑하군요.
그냥 그대로 보관하시고 가끔 보시지 왜 태워버리셨나요?
태우지 않아도 언젠가는 버리고 갈 것인데요.

<새로운 아픔을 위하여>사십 몇 해를 모두 떠나보내시고
얼마나 가슴이 아프셨습니까?

이제는 순수덩어리인<내 마음의 노래>에 자주 들리셔서
선생님의 진솔하고 구수한 이야기 들려주셔요 .

늘 함께 하시길 빌면서 선생님도 건강하시고 행복하셔요
오숙자 2003.06.21 18:26  
  송문헌 선생님 오랜만입니다.

단순한 삶을 위하여 이런것은 모두 버려라

오래된여행 팜플렛
일주일 이상 묵은 신문
연도가 안맞는 메모장
해묵은 크리스마스 카드
3년도 더된 국내 지도
한번도 해 먹지 않은 요리법을 적은 쪽지......
이렇게 버리는것이
더 쉽고 행복하게 사는 길이라는 지침서는 읽어 보았습니다

허지만
어이하여
수물 몇해의 역사를 버리셨나이까

이제는
과거는 그대로 과거의 시간속으로 보내시고

또 다른 역사를 창조하시기 바랍니다
또 다시 태어 나심을 축하 드립니다

송선생님의
<새로운 창조의 환희>을 위하여.....
서들공주 2003.06.21 22:22  
  송선생님 안녕하세요.
엇그제 선생님 방에 갔었는데요.
오늘 연주가 있다는 [향수]를 듣고싶어서요......

선생님 글 읽으면서
마음이 아프기도 하지만,
글을쓰시는 분들은 큰 아픔후에 멋진 글을 탄생시키시더군요.

요즘은 [순이가 보인다] [그리움]에 푹 빠져있습니다.
늘 감사합니다.

조금 평안히 쉬세요.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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