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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목마른 영혼들이여

김형준 1 732
아, 배고프다. 모든 것이 다 먹을 것으로 보인다.
길을 걸어도 먹을 것 투성이고, 가만이 방에 누워 있어도
먹을 것만 보인다. 물로 배를 채우고, 꼬르륵 하는 소리만을 듣는다.
쥐새끼라면 여기 저기 찾아 다니면서 먹을 텐데
먹을 것이 없어서가 아니라 먹을 수가 없어서 배를 곯는다.

아, 배고프다. 온 몸이 온 마음이 음식을 요구하고 있다.
돈이 없어서 못 먹는다면 차라리 나을까. 아니야 그것은
더욱 심한 형벌일 거야. 스스로 결정해서 먹지 않고 있는 것인데
그것도 그리 쉽지가 않다.

새해 첫 날을 굶고 시작한다. 비록 배는 비어 있지만
정신은, 영혼은 더욱 더 강한 빛을 발하고 있다.
서울역에 있는,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세상 곳곳에 있는
노숙자들과 굶주림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아이들의 피골상접한
모습들이 내 마음의 눈 속으로 들어오기 시작하고 있다.

아, 배고프다. 어떻게 40일 동안 먹지 않고 견딜 수가 있었을까.
하루 24시간 곡기를 끊는 것도 정말 힘든 투쟁과 같은 것인데
너무나도 힘든 것을 그토록 참고 지내는 것은 무엇때문일까.
사랑을 실천하기 위해서, 육신의 정욕을 끊기 위해서 그런
수행을 하는 것일까. 초인들이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어떻게 먹을 것을 먹지 않을 수 있나. 무슨 낙이 있을까.
먹는 것과 자는 것과 노는 것과 섹스 하는 것을 빼면.
그래 그것은 범인의 탄식 소리일 뿐 그보다 훨씬 고상한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단지 넘어가야할 작은 산일 뿐이리라.

아, 배고프다.
그래서 배고픈 사람들의 아픔을 조금은 알게 되리라.
아, 배고프다, 배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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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 주세요. 조금만 주세요.
챙피하냐고요. 죽게 생겼는데 무슨 챙피.
밥을 먹어야 꿈을 꾸지
밥을 먹어야 뛰어 다니지
밥 주세요. 나중에 더 많이 돌려드릴테니까.

거기 누구 없어요.
밥 한 그릇, 따스한 밥 좀 주실 분
보리밥이라도 좋아요. 허기진 배만 추울 수 있다면.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주세요 밥을 조금만

사실은 배가 고픈 것이 아니랍니다.
사랑이 고픈 것이지요. 외로운 것이지요.
따스한 말 한 마디가,
함께 영화 보러 갈 이가,
조용히 여행을 같이 갈 이가,
전화로 대화를 나눌 그런 이가 그리워
외로움의 강 속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것이겠지요.

그래도 사랑을 찾아 도시란 정글을 해맵니다.
1 Comments
김형준 2008.01.04 12:39  
하루가 아닌 여러 날을 무슨 이유로든 굶어본 자는
음식의 소중함을 잘 알 수 있다. 우리가 늘 자유롭게
아무런 생각도 없이 먹는 것들이 얼마나 귀한 것임을.
배가 텅 비어 있고, 숙변까지 기어코 우리의 배를
탈출하는 그런 때가 되면 왜 인간은 먹어야 사는지를
절감하게 된다.

사랑을 받아보지 못해서 사랑에 목마른 자는 왜
사랑이 귀한 지를 잘 알고 있다. 너무나 많은 축복을
받아 사랑을 넘치게 받는 사람은 왜 사랑이 귀한 지를
알기가 그리 쉽지 않을 것이다. 사랑이 없으면
사람은 살 수가 없고, 비록 살아 있어도 그것은 옳바른
인간의 삶이 아님을 사랑이 너무나도 그리운 자에게는
뼈저리게 다가 오는 것이다.

배고픈 자에게는 밥을 주고,
사랑이 고픈 자에게는 사랑을 주자.
주고 주고 주고 주고 주고 주고 주고 주고 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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