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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의 참회

사은 3 1588
나무들의 숲이 체중감량을 하고
부끄럽게 푸른 하늘을 본다
겨울의 길목에서
맨몸으로
지난 여름의 죄를 참회하며...
너무나 나태한 비만으로
푸르렀던 그 죄를―
숲은,
핼쑥한 얼굴로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밤새워 소나무 숲도
허스키한 발성으로
바람의 시린
악보를 읽으며 참회한다.
숲의 나무들은
온 신경을 뿌리로만 모으고
그 차가운 물 한 모금
생명처럼 아끼면서
겸손하게 벌거벗은 몸으로
지난 여름,
그 푸르렀던 죄를 참회한다.
나는,
그 참회의 숲에서 인생을 배우고,




3 Comments
바다 2003.06.14 15:30  
 

나무들의 숲이 어깨동무를 하고
자랑스럽게 푸른 하늘을 본다
지난 겨울
부끄러웠던 맨몸을
서로 가리워 주면서
숲은 당찬 얼굴로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숲의 나무들은
오직 내일을 위해서만 꿈을 꾸고
한 방울의 이슬도
내일을 위해서만 적신다.
다시 가을이 되면
여름날의 끝없던 욕망을 접은 채
참회하는 나목이 된다.
그리고 긴 겨울
거센 눈보라에 저를 맡기고
수도승처럼 고뇌하며 참회한다.
순례자처럼 참회하며 내일을 꿈꾼다
그리고 다시 부끄러워
이브처럼 푸른 옷을 걸치고
또 내일을 꿈꾼다
나는
그 숲에서 인생을 배우고...


사은 2003.06.14 22:37  
  바다님이 <숲의 참회>를 패러디 한 모방시가 원작 보다 훌륭하네요. 번뜩이는 바다님의 재치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이브의 푸른 잎은> 시드는 잎이지요. 아담과 하와가 무화과나무로 부끄러운 수치를 가려 보았지만 허사였습니다. 그래서 여호와께서 양을 잡아 가죽 옷을 지어 입히셨는데 그 양은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숲의 참회의 저작권을 누구로 해야 할까요?  ㅎㅎ 답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바다 2003.06.14 23:28  
  사은님!
좋은 시에 제가 혹시 버릇없이
글을 남겼는지 모르겠군요

시가 제게 너무나 와 닿았기에
저도 모르게 써 본 것이니 곱게 봐주시기
바랍니다

목사님!
<이브의 푸른 옷>이 시드는 옷인지 저는 몰랐습니다
신학적인 해설 너무 감사합니다

<그리고 이브처럼 부끄러워
  다시 푸른 옷을 걸치고
 또 내일을 꿈꾼다>

이렇게 했더라면 나목이 된 부끄러움이 더 강조되었을 것 같군요

 또 늘 푸른 제주에서 보내주시는 좋은 글을 읽게 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주님 안에서 늘 평안하시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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