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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위문편지

임현빈 1 1729
어린왕자의 위문편지 / 현빈


겨울이 오면 기다려지는게 있다.
하이얀 눈이 내리는것도 반갑겠지만
더 더욱 반가운건 꼬마들의 위문편지이다.

예전엔 내가 일 년에 두 차례씩 쓰곤 했지만
이제는 그들에게 자리를 내어준 것이다.
요즘은 볼펜이나 만년필, 샤프연필로
꽃편지지 꽃봉투에다 쓰곤해서 보낸다.
내가 쓸때만 해도
연필심 끝에 침을 발라 써댄게 고작 이었는데......
누구나 몇번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일선에 계신 국군장병 아저씨께"
이런 서두로 시작되는 위문편지를 말이다.
하지만 답장을 받아 본 사람보다
받지 못한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그래서 난 이제껏 내게 주어진 위문편지의 답장을
한번도 빠뜨린적이 없다.
편지 쓰는 걸 좋아 하기도 했지만
내가 겪었던 편지 답장의 기다림이나
또는 좌절을 주지 않기 위해서 였다.
그들이 만약 답장을 받아 본 아이들 중의 하나라면
그들은 누구에게 보내던 편지의 답장을
자신있게 기다릴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그들의 편지를 마치 사막에서 만난
어린왕자의 편지쯤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래서 연필가루색 보다도 손때가 더 검어질 때까지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보곤 했다.
그리고 나중에 연애편지를 태워 버리듯 태우면서
이효석 님이 쓴 '낙엽을 태우면서'라는 수필을 떠 올리며
낙엽 대신 종이 타는 냄새를 맡곤 했다.
내겐 진실된 동심의 편지가 바로 사랑이니깐 말이다.

언젠가 국민학교 선생님으로 있는 형이
그 반 아이들에게 주소를 알려줘 편지를 모두 보내는 바람에
그 답장을 써 주느라 며칠 밤을 근무에 시달리면서도
잠을 덜 자고 편지 답장을 써댄게 바로 작년 겨울 이었다.
하지만 꽤나 즐거운 비명과 엄살이었다.
나중에 내무반 전우들에게 나눠주며
답장을 다짐 받고 꼭 확인하곤 했다.
답장을 받아든 그들은 참으로 행복 했으리라 생각한다.
용감하고 씩씩한 군인 아저씨의 답장 이었으니깐 말이다.
이제 겨울 눈이 내리듯 위문편지도 우리에게 올것이다.
그러면 서로의 위문편지를 비교 하면서 글씨가 이쁘다느니,
재미있는 이야길 했다고 내무반은 저녁마다 웃음꽃이 필 것이다.

이번에 다가 온 마지막 녹색제복의 겨울엔
어린왕자와 어린공주의 위문편지 답장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별 이야기를 적을 것이다.
그들은 내가 이야기해 주는대로
오리온 별자리를 쉽게 찾을 것이다.
그들이 오리온 별자리를 기억 하는한
오리온 별자리를 좋아했던 군인 아저씨를 생각하게 될것이다.

사막에서 어린왕자를 만난 후
밤 하늘만 바라보면 어디선가 말을 걸어 올것 같은
어린왕자를 떠 올리는
그 비행사 처럼 말이다.


ps. 참 오래 전 글입니다
군대시절에 월간 "유모어"에 투고 채택 되었던 글입니다
1 Comments
평화 2003.06.06 20:44  
  제가 고등학교적부터 수시로 읽었던 어린왕자!!!
읽을때마다 새로운 감회와 아주 맘맞는 친구를 만나 대화를 나눈듯 참 행복하였지요.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어린왕자처럼 순수한 마음결은 잃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고마워요 현빈님! 추억속 유년의 정원을 거닌듯 기분좋은 미소를 자아내게 해주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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