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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작은 포구 곰소와 문자를 보낸 아리따운 아저씨

바다 5 1454


어제는 모처럼 쉬는 날이라 대모님과 함께 변산반도로 나들이를 떠났다.
며칠 후면 맞이하게 될 그리운 님들을 안내하기 위해 사전 답사를 하러 가는데 
그 길은 언제나 남편과 함께 갔던 길이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출발했다.

그런데 낯선 번호가 문자를 보내왔다
“참 맑은 아침입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현빈”
나도 답글을 보냈다
“아름다운 분을 만나 반갑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이 기억이 맞는지 모르겠음)”

이정표를 보면서 더듬더듬 가는데 장성 백양사가 왜 이리도 안나오는지 가다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 길이 아닌 것 같아 되돌아와 길가는 행인에게도 물어보고
택배 아저씨께도 물어보고 백양사를 지나 방장산 휴양림을 지나 고창읍으로 들어서서
또 부안가는 길을 몇 번이고 물어보고 일방통행인 도로로 잘못 들어가 뒤로 무르기도 하고

 푸르른 유월과 함께 산들거리는 바람을 쐬면서 곰소에 도착해 이곳저곳 살펴보고 점심을
먹는데 두 번째 문자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부족한 글에 너무나 아름다운 답글을 받아 행복했답니다
 님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네요”

나도 가끔 상대방의 이름을 다 부르려면 귀찮아 그냥 님이라고 자주 말하는데 님이라고 하니
 괜히 님이 된거 같아 기분이 좋아졌다.

대모님께
“이 현빈이라는 여자가 아주 감성이 풍부한 멋진 여자인 것 같아요.”
 현빈님이 올린 글과 내 답글을 대모님께 보여 드렸기에 대모님도 그 여자도 아주 순수하고
 멋진 여자일거라고 하시면서 문자를 주고받는 일을 대견스러워하셨다

그리운 님들을 위한 식사 장소를 물색하고 곰소항을 둘러보고 해안선을 따라 격포로 가 채석강
주변을 살펴보니 아무리 생각해도 내 생각은 격포보다는 곰소의 분위기가 더 좋은 것같아 대모님께
의견을 물으니 대모님도 곰소가 낫다고 하신다.

곰소는 젓갈이 유명하고 조용하고 자그마한 포구로 그 곳을 방문할 때마다 어쩐지 그리운 사람들을
우연히 만날 것만 같은 환상에 사로잡히는 그런 포구이다.
.....................................................


나는 가끔 그 작은 포구  곰소엘 가고 싶다

크고 작은 배들이 바다를 가득 실어오고
바다를 사고 파는 그 곳에 가고 싶다.
바닷내음이 물씬 풍긴 그 곳에서
난 그리운 이들을 만나고 싶다
해질녘이면 더욱 좋겠다

그들과 함께 손을 잡고  수줍게 저녁바람 맞으며
그 곳 부둣가를 걷고 싶다.
이따금씩 두 눈을 마주보며 그저 말없이 걸으며
가슴에 간직한 그리움을 콧노래로 부르며 걷고 싶다.
 
배들이 가득 실어온 바다를 퍼내면 
갈매기의 합창을 들으며
저녁 바다 위를 작은 배를 타고
우리들의 우정이 만선이 되도록 노래하고 싶다.

그리고
다시  파도가 일렁이는 부두로 돌아와
갯바람에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비치 파라솔 밑의 백열등이 제 빛을 발휘할 때까지
바다를 안주 삼아
소주 한 잔 걸치며 밤새도록 이야기 하고 싶다

나는 가끔 그 작은 포구 곰소엘 가고 싶다
.....................................................


그런데 세 번째 문자메세지가 도착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전화로 노래 한 곡 들려 드리고 싶어요. 감사의 보답으로.”

“직접 불러준다는 말일까? 음악메일로 들려준다는 말일까?
이 여자는 노래도 잘 부르나봐. 그리고 시간도 참 많은 거 같네”

며칠 후에 오실 분들을 사전 답사를 하지 않고 약속을 했더라면 길이 엇갈리고 시간을
측정치 못하여 서로 못만나버릴지도 모르고 서로가 얼마나 아쉽고 허망했겠는가?

이제 나는 날개를 조금씩 펴기 시작하여 날려고 한다.
지난 번 양평도 혼자서 나들이하고 얼마나 흐뭇했던가?
이제는 반가운 분들 그리운 분들을 만나는 길이라면 어디든지 갈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집에 돌아와 세 번이나 문자를 보낸 현빈님께 글을 보낸다

아름다운 현빈님께

오늘은 개교기념일이라 모처럼
변산반도에 다녀왔습니다.

가는 도중에 님의 아름다운 메세지가
푸르른 유월의 선물로 다가왔답니다.
마침 산들거리며 불어오는 바람과 함께
말입니다.

이렇게 이름만 아는 유령 같은 분의 마음을
받으니 더욱 아름답게만 느껴지는군요

현빈님의 아름다운 노래 들을 날을
손꼽아 기다립니다.
그리고 제 글 사랑해 주셔서 고맙구요.

저는 생각도 못한 제 마음을
현빈님을 통해 표현할 수 있었으니
더욱 감사 드립니다.

그럼 이 밤도 행복하시길 빌면서

광주에서 바다 드림

그런데 이 쪽지를 보내고 난 후에야 난 착각에서 벗어났다.
현빈님이 부산의 평화에게도 문자를 보내고 알고보니
현빈님은 아리땁고 가녀린 여성이 아니라 아리따운 아저씨라는 것을

더구나 내 동생에게도 애교를 떠는 애교 많은 아저씨였다는 것을......




5 Comments
임현빈 2003.06.07 05:48  
  후후~ 감사합니다.
역시 글 부탁 드리길 잘한것 같네요.

그리고 詩 
"나는 가끔 그 작은 포구  곰소엘 가고 싶다"
직접 쓰신 글이죠.
너무나 자연스럽게 글이 나오네요
아마 그동안 가득 고인 詩心이
자연스레 흘러 나오나 봅니다

그랬군요
어쩐지 문자메세지 답을 해주시더라니
착각의 덕을 톡톡히 보았네요

좋은 글
정말 감사히 읽었습니다

수필이든 詩든 어떤 걸 하셔도
좋은 작가가 되실 겁니다

행복한 주말 되십시요.
평화 2003.06.07 20:57  
  전 한번도 현빈님과 쪽지 주고 받은적이 없는데 바다님과는
쪽지로 아름다운 우정을 나누고 계시는군요.
참 보기가 좋습니다.글을 워낙이 잘쓰시는 두분이라서 특히....*^-^*
그런데 전 게을러서 홈 사람들과 쪽지는 별로 주고받지 않지요.
저 나름대로 음악감상 하시는데 방해도 될듯싶고 피차 편하리라 여기며...
또 글재주도 없을뿐더러 아마 소심한 제 성격탓인가봐요.

때로 가끔 쪽지가 먼저오면 그제서야 겨우 답장해주는 정도니....
그래도 닉이 뜨면 곧 반갑게 눈인사는 늘 하니
여러분! 절대로 서운해 마시기 바랍니다.
대신 고마운 마음으로 열심히 댓글은 달아드린답니다.*^-^*

바다님! 그리운 님들을 만나 아름다운 추억 많이 지으시고
행복하시길 바라겠구요 또 현빈님과도 품격높은 좋은 우정 오래오래
쌓아나가시길 기원합니다.
바다 2003.06.07 21:06  
  아름다운 평화님!
저도 늘 평화님처럼 쪽지 자주하지 않아요
그저 네임박스에 같이 뜨면 마음으로 인사 눈인사 두 가지를 보내지요.
단 몇 분은 있지요.
그 동안 품격높은 우정을 쌓은 분들
현빈님의 글에 댓글을 달았더니 현빈님이 감사의 글을 보내왔는데
그 글에 오히려 제가 감사해야 했어요. 아무려면 어떤가요.
모두들 아름다운 분들이니 글도 반갑고 이름만 봐도 반갑고 그렇습니다.

요즘 아주 즐겁게 출근하시지요?
아름다운 평화님의 사랑이 그 직장에 꽃으로 피어나는 것이 보이네요

늘 항상 푸른 평화에게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시길!
음악친구 2003.06.07 23:56  
  바다님이 전화를 하셨어요
현빈이란 사람이 글을 썼는데 그 시가 너무~ 아름답고 가슴에 와 닿는다는...나보고 보라고...
나도  시를 읽고는 참 아름답다고, 현빈이란 여자 감수성이 참 풍부하네~
어쩜 그렇게 글을 잘쓰지~?
언니랑 나랑 전혀 의심없이 그 여자란 말이 나왔습니다
ㅎㅎ~

근데, 여자면 어떻고 남자면 어때요
맘이 통하고, 아름다움을 함께 공유하면 그 곳이 바로 행복한 세상이지요

그래도 남자니까 쬐끔 더 좋은데요~히히~~~

그리고, 바다님~!
바다님 맘속에 있는 그리운 이들~
저도 그 속에 있겠죠?
제 그리움속에 바다님이 계시듯...

언젠가 레슨하느라 정신 없는데 전화해서는,
"마리아야~ 이 시냇물 소리 들리니?
아~ 너무 아름다워~~~"
난, 약올리고 있어~씨~ 하곤 철부지 소녀라 놀렸지만,
바다님 시냇물 소리때문에 잠깐 한숨 돌리는 휴식이 되었습니다

언제나 내게 전화해선 그 곳에 가지 못하는 내게 마음으로라마 함께 그 곳에 있고
싶다고 하십니다

아~ 그 바다~~~
바다 2003.06.08 00:42  
  음악친구님!
아니 마리아~!

언니는 좋은 것을 보면 언제나 네 생각이 난단다.

맛있는 것을 보아도
아름다운 경치를 보아도
아름다운 글을 보아도
아름다운 노래를 들어도

그러니까 늘 항상 널 생각하고 있어.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살고 있는 네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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