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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톤 김부열선생님

바리톤 1 2163
제가 미래의 성악가를 꿈꾸었던 고등학교 시절 서점에서 한국가곡 책을 한권 구입한 적이 있습니다.

그책의 뒷표지 안쪽에 한국 성악가들의 얼굴들이 실려있었습니다.

그 가운데 저는 매서운 인상을 가진 성악가 한분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리톤 김부열"

제가 한 번 본적도 없고 노래를 한 번도 들어본 일이 없는 성악가 였습니다.

당시 저는 음악대학이 없는 지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성악가들의 얼굴을 한번도 볼 수 없었답니다.

한국의 성악가라고 하면 테너 엄정행 선생님 그리고 바리톤 윤치호 선생님 정도 밖에는 알지 못했지요.

매서운 인상을 가진 성악가 그분의 목소리는 과연 어떨까? 하는 궁금함이 늘 있었습니다.

어느날 저는 학교의 방송실에서(당시에 제가 방송반이었기 때문에) 1970년대 중반에 만들어진 한국가곡 테이프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테이프에는 노래를 부른 성악가의 이름 조차 인쇄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옥비녀"라는 가곡을 들으면서 그노래를 부른 성악가가 김부열 선생님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습니다. 

"왠지 터프하게 남성적인 음색의 목소리!"

옥비녀를 듣는 순간 저는 한국가곡책에서 본 그성악가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과연 옥비녀를 부른 성악가는 바리톤 김부열 선생님이었습니다. 

터프할 정도로 강한 음색을 가진 성악가였지만 여성스럽게 섬세한 감정과 어머님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잘 표현하는 노래솜씨에 저는 김부열 선생님이 부르신 "옥비녀" 그때부터 애창하게 되었습니다.

최근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제가 어린시절부터 자주들어온 "이기자. 대한의 건아"를 부른 성악가도 김부열 선생님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양정모 선수가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최초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을 때 들을 수 있었던 노래,

70년대 부터 국가대표 축구선수들이 대한민국을 대표하여 외국선수들과 피를 토하는 듯한 시합을 할 때,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들이 올림픽에 나갈 때마다 들려오던 노래였습니다.

어린 저의 가슴에 "대한민국" 네글자를 세겨주고 뜨거운 애국심을 느끼도록 해주던 그 성악가가 과연 누구일까? 어렸을 때부터 늘 궁금했었는데 알고나니 한국가곡책에서 볼 수 있었던 매서운 인상의 성악가 김부열 선생님이었습니다.

저는 한번도 김부열 선생님을 뵌 적이 없었습니다. 1924년에 태어나셨으니 오현명선생님과 거의 비슷한 세대의 성악가 시기 때문에 제가 성악에 입문한 후로 한 번도 뵐 수 없었는지도 모릅니다.

김부열 선생님을 한 번도 뵐 수 없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바리톤 김부열 선생님은 늘 제 가슴속에 "옥비녀"와 "이기자 대한의 건아"를 부른 성악가로 늘 계실 것입니다.
1 Comments
노을 2006.10.20 09:22  
  바리톤님도 아마 음역이 바리톤이실 듯 하고
오랜동안 한 분에 대한 지극한 마음을 지니신 분인 걸 보니
무척 순수하신 것 같기도 하고
글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실은 저도 김부열 선생님이 부르신 '언덕에서'를 참 좋아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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