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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제비꽃 戀歌

유랑인 1 716

>1.
>
>어느 새
>꽃들이 다 피었어요.
>
>명자나무 빨강꽃은 이미 다 져버렸고
>라일락과 하얀 조팝나무꽃도 져가고 있고
>철쭉만 흰색과 자홍색으로 화사하게 피어 있어요.
>
>동산에 올라가 보아요.
>자칫 풀꽃들이 피어있는 모습을
>놓쳐 버리겠어요.
>
>어쩌면 좋아.
>누가 풀을 다 베어버렸어요.
>
>하지만 이곳을 돌아
>저쪽 풀밭은 괜찮을지 몰라요.
>
>어머! 정말 그러네!
>조개나물꽃과 할미꽃이 아직 피어있어요.
>
>보라색의 작은 꽃들도 보여요.
>반가운 제비꽃들이 꽃밭을 이뤘군요.
>
>제비꽃밭이 내려다 보이게
>이만치쯤 앉아요.
>
>어쩌면 낮은 언덕을
>하나 넘었을 뿐인데
>참 조용해요. 그죠?
>
>해마다 봄이면 찾아오는
>이 제비꽃밭.
>
>양지바르고 조용해서
>아늑함이 느껴지는데다
>살며시 불어오는 바람에
>풀잎과 꽃들이 살랑이는
>이 제비꽃밭에 있으면
>어린시절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어요. 
>
>2.
>
>어려서부터 저는 사과나무꽃만큼
>풀꽃들을 좋아했는데
>이 제비꽃도 참 좋아했어요.
>
>저를 시집 보내시며
>우리 어머닌
>제가 이 꽃을 좋아한다고
>이 꽃이 그려져 있는
>그릇들로만 챙겨주셨어요.
>
>그래서 제비꽃을 보면
>어머니 생각도 함께 나요.
>
>제비꽃은
>여느 꽃들에 비해
>작고 수줍어서
>자세히 들여다 보아야지만
>제대로 볼 수가 있는 것이
>꼭 저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제비꽃의 잎사귀는 더욱이나 평범해서
>꽃이 지고나면
>다른 잎새들에 묻혀 보이지가 않아요.
>그래 실상은 이듬해 꽃이 필 때까지
>잊혀진 채 살아가지요.
>
>하지만
>하얗게 눈이 내린 어느 날
>산길을 걷고 있었는데
>무언가 파릇한 것이 눈에 묻혀 있는 것을 보았어요.
>
>눈을 헤치고 보니
>그게 바로 알록제비꽃 잎새여서
>얼마나 감탄했었는지 몰라요.
>
>
>3.
>
>이제
>제비꽃을 바라보면
>부끄러움이 느껴져요.
>
>결코
>제비꽃을 닮지않은
>자신을 깨달으면서...
>
>하지만
>파묻혀 보이지 않는다
>아무도 눈여겨 보아주지 않는다
>불평 한마디 없이
>엄동설한, 그 혹한의 계절에조차
>뜻을 굽히지 않는
>제비꽃 초록 잎사귀를 닮았으면 좋겠어요.
>
>또한
>요란한 모양과 빛깔로
>눈길 끄는 일 없이
>가냘픈 듯 하면서도 위엄있게 피어나서
>들여다 보는 이의 마음 속에
>평생을 박여 사는
>보라색 제비꽃을 닮았으면 좋겠어요.
>
>제비꽃을 닮은 여인.
>그게
>바로 저였으면 좋겠어요.
>
>
>                               
>                          어느 해인가  5월에...
>
>
1 Comments
서들비 2005.04.20 14:07  
  제 컴에 얼굴을 장식했습니다.
그리고
고 옆에
푸른 꽃마리 ...........
어쩌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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