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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열매들!

나리 6 1167
아파트 1층에서 살아 정원을 마치 내것인냥 가꾸고 산 지 벌써 십년.
올해는 그 어느 해 보다도 내게 큰 기쁨을 준다.

분재로 자라던 감나무가 안쓰러워 정원에 옮겨 심은지 9년만에,
드디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혔다.
그것도 내 눈에 항상 잘 띄게 하기 위해, 거실 중앙쪽으로 재작년에 끙끙거리며 옮겨 심었는데,
그 몸살 다 견뎌내 준 것이니 어찌 아니 기쁘랴!
열매를 세어 보면 떨어진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이 생각나,
몇 개인지 세어 보진 못하지만 꽤 여러 개 열렸다.
모진 비바람 다 이겨내고, 가을에 고운 빛으로 내게 다가오길 간절히 바란다.

또 하나 경이로운 일은,
작년 식목일 즈음 남편을 졸라서 변두리 폐가에서 캐다 심은 앵두나무가,
튼실하게 잘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옮겨 심고는, 행여나 아플까봐 아침저녁으로 물을 주며 보살핀 노력이 헛되지 않음을 보여주듯,
매우 건강하게 잎을 피우더니 봄에 꽃 한 송이를 피워 올렸다.
그것만도 고마워서 다정한 눈길 주길 게을리 하지 않았는데,
세상에 그 꽃 한 송이가 열매를 맺어 나를 행복하게 하는구나.

이렇게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가 소중하게 느껴짐은,
도시의 삭막한 공간에 지쳐서만은 아닐겁니다.
우리가 그 속에서 나서 , 그것들과 놀고, 얘기하며 자랐기 때문일겁니다.
거기에, 나이 들어가면서 차츰 뒤를 돌아보는 여유도 함께---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앵두 한 알은, 역시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주렵니다.

그리고, 고운 님들도 저와 함께 감이 예쁘게 물들기를 기다려 주셔요!.
혹시 알아요?
감 하나 맛보여 드릴런지---- ^*^

비가 갠 후의 상큼함 속에 싱그러운 소식 전해봅니다.

행복한 날 되십시요!!!


6 Comments
바다 2003.05.26 13:56  
  나리의 아낌없는 사랑


조그만 화분 안
내 영혼이 갇혀
죽어가던  어느  날

영혼이 맑은 착한 나리
날 정원으로 옮겨심고
날마다 사랑을 한다

아기처럼 어루만지고
다독거리고
제 속마음을 다 준다

어느 새 9년
난 나리에게 선물하고 싶다
첫사랑의 열매를



앵두나무 우물가에
바람난 동네 총각처녀
사라진 폐가에

그 옛날 밤봇짐 싸들고
새벽에 떠난 순이 그리워
뜬눈으로 지새던 수많은 날들

기다리던 순이는 오지 않고
외포리 나리가 나를 찾는다

제 고향뒤뜰 붉은 앵두
함께 따던 철수 못잊어
날 철수인 듯
수줍게 바라보며
사랑하누나

나도
내년 봄엔 나리에게
첫사랑의 열매를 선물하고 싶다


나리님!
아름다운 나리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 감 저에게 주시지 않겠어요?

저희 친정 뒤뜰의 앵두나무가 보고 싶습니다

음악친구 2003.05.27 00:47  
  나리님이 아파트에 사셨군요?
난 당연히 단독주택에...
내가 왜 그렇게 생각했었지~? ㅎㅎ~

전 삭막한 서울에 살지만 그래도 다행인것이 저희 옆집 큰 감나무 가지가 저희 집까지 넘어와요
우리집으로 넘어온건 우리가 따먹어도 된다는 허락을 받고는 저도 옆집 감나무가 무럭무럭 커서 달콤한 열매 맺기를 누구보다 바랍니다

말랑 말랑한 감을 냉동실에 얼려서 먹으면 그 맛이 또 기가막혀~!
그 생각을 하니 침이 꼴깍~!

나리님의 감냄새 향긋한 멋진 글에 바다님 빨간 앵두같은  예쁜 답시~

참~ 조오타~!
규방아씨(민수욱) 2003.05.27 16:08  
  앵두 말로만 듣던 빨간 앵두
아니 그림책에서만 보던...
어느날 시골중에도 더 시골담장으로 빨간 앵두가 보였어요

담장너머 손을 내밀어 따 먹는 앵두의 맛이란...
맛뿐이 아닌
그래요..앵두의 추억...
뭔지 모를 추억이 있을거 같은 없는 추억까지 만들어 내는...
ㅎㅎㅎ


저 앵두먹고 싶어요..
나중에 던져주세요...ㅎㅎㅎ
나리 2003.05.27 18:14  
  저는,
제게 주신 바다님의 고운 시와, 음악친구님의 변함없는 관심과,
수욱님의 맑은 투정에 한없이 즐거워집니다.^*^
박금애 2003.05.27 21:53  
  계절을 느끼며 나무들을 키우는 나리님의 고운마음이 전해져옵니다.
가객 2003.05.29 16:49  
  나리님의 사랑과 정성이 드디어 결실을 했군요.
자연은 자기를 사랑하는 자에게 반드시 보답한다는
신의 섭리가 역시 어김없군요.

10년동안 사랑을 베풀어 주니 감나무도 지성감천으로
아름답게 결실을 했으니 얼마나 정겹고 흐뭇한 광경입니까!
감나무의 열매가 나리님의 가정에 행복의 열매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버려진 것을 거두어 보살핀 앵두나무가 한 알을 맺었다니
참으로 축하할 일입니다.
앵두가 스스로 결실을 한 것이 아니라
나리님의 아름다운 마음이 앵두 열매로 결정을 한 것같네요.

언제나 진정으로 소중한 것을 사랑하는 나리님의 아름다운 마음에
깊은 찬사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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