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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해지는 이야기 16

해아래 3 857




              *어느 봄날의 기억*  (펌)




              그해 뉴욕시의 겨울은
              4월이 되어도 추위가 누그러들 줄 몰랐다.
              혼자사는 데다 앞을 보지 못하는 장님인 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집안에서 보냈다.
 
              마침내 추위가 가시고 봄이 성큼 다가온 어느 날,
              나는 지팡이를 들고 산책을 나갔다.
              얼굴에 내리쬐는 햇살이 한없이 따사로웠다.
               
              조심스럽게 걷고 있는데 이웃사람이 날 불렀다.
              그는 내가 가는 곳까지 차로 태워 주겠다고 했다,
              나는 정중히 거절하고 혼자 걸었다.

              횡단보도 앞에 도착하자 습관대로 걸음을 멈췄다.
              파란 불이 들어올 때 사람들과 같이 길을 건너가기
              위해서였다. 차 소리가 멈춘 지 꽤 오래 되었는데도
              주위에는 사람들이 없었다.

              장님인 나는 혼자 횡단보도를 지나는 일이
              늘 두려웠기 때문에 참을성 있게 기다리며
              어릴 적 배운 봄노래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강하면서도
              듣기 좋은 남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쾌활한 분이신 것 같군요.
              제가 함께 길을 건너도 될까요?"

              그의 정중한 물음에 나는 기분이 좋아져
              고개를 끄덕이며 "네"라고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는 내 팔을 가볍게 잡았다.
 
              우리는 함께 천천히 길을 건너면서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처럼 아름다운 날씨를
              즐길 수 있어 얼마나 좋으냐는 얘기도 했다.

              길을 거의 다 건넜을 때쯤 자동차 경적이 사방에서
              울리기 시작했다. 분명 신호가 바뀐 모양이었다.
              우리는 간신히 길을 건널 수 있었다.
 
              나는 그 사람 쪽으로 돌아서서 막 감사 인사를 할 참이었다.
              그런데 내가 말하기 전에 그가 먼저 입을 열었다.

              "부인께서는 제가 얼마나 감사하고 있는지 모르실 겁니다.
              저 같은 장님을 도와 길을 건너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봄날의 기억은 내 마음속에 영원히 남아 있다.


 
3 Comments
음악친구 2003.05.17 10:36  
  때론 눈으로 보는 세상보다 마음으로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다움을 압니다. 이 글을 읽는 시간이 행복입니다
박금애 2003.05.17 21:24  
  언제나 훈훈한 사람냄새가 나는 글들을 가져오시는 것을 보면 그 모든 행복함은 해*아*래에 있음을------.
평화 2003.05.17 23:17  
  햇빛보다 찬란하고 드맑은 아름답고 숭고한 사랑의 이야기 잘 읽었습니다.온누리에 장미빛 사랑이 충만한 오월이 되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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