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세월이 지나갔습니다.

가슴이 그토록 떨리던 첫 만남의 시간
그 뒤를 따라온 괴롭고 슬픈 안타까움의 시간
만날 수 없었던 그리움과 아픔의 순간들

강한 감정들은 이미 모두 흘러가 버린 오늘
편안한 마음으로 추어탕을 함께 들 수 있습니다.
사랑이란 감정이 흐물흐물 다른 감정들과 섞였기 때문입니다.

둘이 있으면 여전히 몸으로 사랑을 표현하고 싶네요.
하지만 이젠 그러지 못하게 몸과 마음이 자동 제어를 합니다.

사랑하는 감정이 늘 순수할 수만은 없겠지요.
아픔이 깔려 있는데, 미움이 숨어 있는데 어찌 맑기만 하겠어요.

인연이란 붓이 획을 긋더니
따스한 그림 한 폭 속에 둘을 영원히 묶어 버렸습니다.

몸은 이미 그림 밖 세상 속을 떠돌지만
당신께 드렸던 내 사랑과 기쁨은 영원히 그 속에서 숨 쉴 겁니다.

흥분되게 하는 그 무언가를 잠시 공유하다 보니
긴 세월의 냇물이 싣고 갔던 사랑이 잠시 돌아왔네요.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더 이상 바라지 않으렵니다

사랑이란 시간을 오래 끌며 완성되는 것이 아니잖아요.

아주 작은 원과 같이
끌어 들였다가 튕겨 내기를 반복하며
끊임없이 생명의 기운을 만들어내는 것이
지순한 사랑의 핵심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