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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교사는 아니지만 그 중요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고임영 13 774
  안녕하세요!
저는 전남 장성군에 있는 한 실업고교에서 외국어를 가르치고 있는 아직도 부족한 교사입니다만 늘 감사하면서 하루 하루 학생들과 함께 호흡하고 있는 무던히도 끈질긴 성격을 가지고 있어 고래 심줄같다는 말을 자주 듣곤합니다.
  지금은 그 정성이 우리 학생들의 마음을 움직여서 제 시간이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뜬 소문(?) 아니 아부 섞인 얘기를 들을 때면 괜시리 기분은 나쁘지 않더군요.

 저는2005년부터 이 학교에서 재직하고 있습니다.  교사가 된지 어언 22년이 되었다지만 아직도 내세울 것 없는 초라한 평교사입니다만  아무리 힘든 상황이 벌어져도 학생들과 수업을 하고 나면 머리가 말끔해지고 특히 가곡 감상을 하고 나면 딱 한방에 스트레스는 날려 버린답니다.
 
  실은 지난 한 학기동안 저는 무척이나 힘들었던 시간들을 지내왔답니다.  일일이 나열할 수 없지만 주변환경 특히 관리자분들과 몇 몇 상식 밖의 교직관을 갖고 계시는 분들과의 말 없는 갈등 속에 힘겹게 한 학기를 마치고 휴식의 터널에 들어왔답니다.
  하지만 주변 여건들이 제게 쉴 시간을 주지 않습니다.
 며칠 전엔 교육인적자원부에 소위 "국제계 교육과정심의위원"으로 위촉되어 정부 중앙청사에 출장을 다녀왔답니다.  그곳에서도 구태의연한 탁상행정이 자행되고 있어서 한 편으로 씁쓸한 뒷맛을 느끼고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했나요.    학교 현장의 소리를 그대로 여과없이 들려 주었더니 연구를 거듭해왔다던 대학교수님들에게 근본마저 흔들거릴 정도의 신선한 충격의 쓴 소리를 전하고 왔더니 한결 개운했답니다.

  현장에서의 체험도 하지도 않고 이론의 토대하에  시대적인 흐름에 겨우 뒤따라가는  행정이 교육부내에서 논의되고 있어 한 숨이 절로 나왔으나,  다행스럽게도 참여하신 심의위원들이 제가 던진 신선한 충격을 조용히 자존심 상하지 않는 범위내에서 수렴하시는 것을 보고 내심 기쁜  마음으로 광주에 내려왔답니다.  그 위원회는 현직교사8명, 대학교수5명, 교육부 연구원2명으로 구성되었더군요.

 실은  이글을 쓰게 된 동기가 우리 학교에서는 고등학교 2, 3학년 때 음악이라는 수업이 전혀 없어서 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난 학기 초에 잠이 오는 5교시 즈음  "목련화"를 감상하도록 수업 시간 초반부에 화면에 하얀 목련의 영상과 더불어 들려 주었습니다.
  그 감상이 끝난 다음 저는 너무나도 의외의 질문을 받고 머리 속이 복잡해져옴을 느꼈답니다.
질문은 이렇습니다. " 선생님!  지금 들려주신 곡 있잖아요.  혹시 "찬송가" 아닙니까?"
  아!  학교에서 음악, 특히 한국 가곡에 관한 감상 시간이 전혀 없질 않을 텐데 왜 이런 질문이 나왔을까 고민아닌 고민을 외국어과 교사가 하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난 학기에 "수선화"와 "명태"라는 가곡을 도입한 외국어 수업을 했던 것입니다.
음악 수업은 없지만 평소 가곡을 너무나 좋아하는 나였기에 가장 좋아하는 가곡 "수선화"와 남학생들의 잠을 한 방에 날려 버릴 수 있는 "명태"를 반복하여 들려 주었답니다.
  처음 반응은 아니 저런 것도 노래인가요?  정말 가사가 재미있다. 하면서 점점 더 곡에 관심을 갖더군요.  특히 "소주나 한 잔 크 윽~ " 이 대목이 우리 도령들에겐 압권이었지요.
  한 학기가 지난 지금은 두 곡에 관한 한 도사들이 되었지요.  두 곡의 가사에 나오는 단어를 외국어로 정리하여 사전을 찾아 가며 열심히도 했었지요.
  너무나 좋은 결과를 얻었기에 그것을 제 연구 결과물로 제출하려고 문서화 하고 있는 중입니다.
 현장의 교사들이 교과서에 얶매여서 자신들과 학생들의 요구는 뒤로 한 채 대입에 따라 좌지 우지되는 수업을 하고 있는 것이 늘 안타깝게 느껴왔습니다.
  심지어 어떤 학생 한 녀석은 화를 내면서 그것도 수업이라고 합니까?  가곡 감상은 그만 하고 빨리 수업이나 해 주세요. 라고 말입니다.  꽤나 영리한 녀석입니다.
  저는 과감하게 말했지요.  "월권행위하지 말아라,  나랏님도 그것은 간섭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튼 저는 우리 가곡을 너무나 좋아합니다. 
이젠 우리 학교에도 변화의 실바람이 불어와 가곡을 따라 부르는 학생들의 모습이 지금 제 눈앞에 선합니다.  다음 학기는 요가와 수화를 도입한 외국어 수업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응원해 주실래요?    아자!  팟팅! 
13 Comments
김경선 2006.07.26 07:20  
  고선생님, 멋쟁이!
진심은 승리할 수 있습니다.
그 마음 변하지 마시고 그대로 계속하십시오.
내마노회원들이 받쳐드릴께요!
임승천 2006.07.26 07:31  
 
  고임영선생님 화이팅입니다. 좋은 음악과 선생님 같은 열정은 좋은 사람을 만들 수 있습니다. 더욱 더 많은 가곡을 아이들한테 소개해 주시고요. 이 사이트를 알려주시고 가곡감상을 하고 그 감상문을 영어로 쓰게 한다든지 그 가곡의 가사를 영어로 번역해 오라하면 너무 지나칠까요?
 새로운 가곡에도 관심과 사랑 부탁 드립니다.
신은희 2006.07.26 08:50  
  고등학교때가 생각납니다.
그 과목과 다른일들 또는 다른얘기들이 지나고 보면 그것만 생각나지요.
좋은 추억이며 특히 요즘아이들의 정서를 책임진다 생각하시고
꾸준히 해 주십시오.....아자! 팟팅!
유랑인 2006.07.26 09:37  
  힘든 우리 가곡 사랑을 펼치시는군요~~
요즘 교육현실이 우리가곡뿐 만이 아니라
음악시간 자체가 없거나 편성은 되어있어도
중요과목(?)의 보충수업 시간으로 편법 운영된다 하는데~~
그런 작은 용기있는 실천들이 분명 밀알이 될걸 굳게 믿습니다.
나랏님도 터치하지 못할 고임영 선생님 ~~  으라차차~~  !!  ^^
장미숙 2006.07.26 12:06  
  음악선생님보다도 더 우리 가곡 전파에 힘쓰시는
멋진 고임영선생님께 저의 응원도
한표! 더해 드립니다~
힘내시면서 늘 행복한 마음이시길 빕니다~~

지킬박사 2006.07.26 12:22  
  정말 멋쟁이 선생님이시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문예반을 하였기에 우리끼리 모여서 '명태'도 불러보고 '목련화'도 부르면서 감수성을 키울 수가 있었는데.. 피아노 치시며 가곡을 불러주시는 음악 선생님의 자태는 또 얼마나 예쁘시던지.. 그런 것들이 다 우리 인생을 풍요롭게 만드는 것이라고 봅니다. 인생의 맛과 멋을 느끼게 해주시는 선생님을 만난 아이들에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 마~, 니들은 행운아야.."ㅎㅎㅎ 쨔식들..
서들비 2006.07.26 13:02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는건
내 아이에게 그져
지나가듯 귓등으로 흘리는
콩마물 문 주듯
그렇게 흘려들려주는 것 뿐인데
그래도 선생님은 그런 자리에 계시니 다행입니다.

멋진 임선생님!~~
지화자!~~~  ^^*
노을 2006.07.26 13:04  
  선생님이 참 선생님이십니다.
반쪽 인성의 아이들이 자라 사회 구성원이 될 때,
그때가 두려워지는 요즘의 교육풍토 속에서
선생님의 외로운 싸움, 의로운 싸움
우리 내마노 식구들이 모두 힘을 다해 성원합니다. 
멋진 선생님 화이팅!!!
고임영(들국화) 2006.07.26 23:38  
  격려 말씀에 감복했습니다.   
눈물나게 고맙습니다.
열심히 노력하는 평교사를 음해하는 관리자들은 하루 빨리 교육계를 스스로 물러 서길 빌 뿐입니다.
  백년지대계인 교육을 얕 잡아 보는 일부 몰지각한 무능력 교사는 스스로 그 자리에 있기를 부끄러워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겠습니다.

다시금 격려말씀에 용기를 갖고 제 의지대로 학생지도에 힘쓸 것을 맹세하며 부패일로에 있는 실업계 고교의 교육현실이 정상화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산처녀 2006.07.27 00:45  
  저희가 3년전에 집을 신축을 하였읍니다 .
인테리어 하는 사람이 뒷손을 보러 들렸다가
들려오는 가곡 소리에 "사모님도 크리스찬 이세요?"
"아니요 , 왜요?"
" 아 ! 찬송가가 들려서요 ."
" 아니예요 , 찬송가가 아니라 우리의 노래 가곡이예요 "
한참을 한심스러워 하던때가 생각 나는군요 .
훌륭하시다고 박수 치고 싶군요 .
교육 현장에는 교사가 없다는 심한 말을 하는 혹자도 있지만
고 선생님 같으신 분이 계시는 한 우리의 젊은이들의 장래는 밝습니다 .화이팅 !

윤교생 2006.07.27 02:19  
  선생님의 노고에 감사드립니다.
현실이 그렇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가요의 예를 들어봐도 알수있습니다.
예전 70.80들이 들었던 예전가요를 리메이크해서 요즘 신세대 가수들이 부르면 신곡인줄 알고 잘 따라 부르고 있습니다.

제가 몇 소절 따라부르면 이노래를 어찌아시냐고....
오히려 신기해 할 정도입니다.

가곡의 경우도 그러리라 생각합니다.

"가랑비에 옷깃젖는다"는 옛말이 있듯이 아이들이 반감이 안갈 정도로 반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고 생각듭니다.

혼자라고 생각지 마시고 저희 회원들이 격려와 박수를 보내드린다고 생각하세요.

아이들도 아마 훗날 멋진 선생님으로 기억 할겁니다..
고임영선생님 힘내세요!!!

 
들국화 2006.07.27 02:28  
  지금부턴 "들국화"란 이름으로 글을 올리고 싶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가장 좋아하는 꽃이랍니다.  제 홈페이지 주 화면에 들국화 한 묶음이 흐르고 있지요.
  은은한 연 보라색의 들국화!  황량한 늦가을 들녘에 고즈넉하게 고고한 자태로 주변의 삭막함을 달래주는 강인하고 순수한 들국화를 담고 싶어 지은 저의 별칭이랍니다.
  1986년부터 불려진 이름이라 너무나 애착이 갑니다.

  산처녀님!  맞습니다.
 요즘 아이들의 기준으로 보면 조용하게 흘러 나오는 곡은 무조건 종교적인 음악이고 시끄럽고 요란한 것은 대중가요라는 인식이 팽배해져 있는 탓이겠지요.
  단세포적인 요즘의 대중가요와 달리 아름다운 시에 곡을 담은 멋진 가곡을 저는 늘 가까이 하고 있습니다.
  햇병아리 교사시절이 생각납니다.
스승의 날 기념으로 성악을 공부하는 한 여학생이 "님이 오시는지"라는 가곡을 들려 주어서 제 눈시울을 적시게 만들었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그 첫 제자들의 나이가 어언 불혹을 넘겼답니다.
세월 흐름이 너무나 빠름을 느끼면서 날마다 내 생애 마지막 날처럼 생각하면서 보내고 있답니다.
  저는 2003년에 동덕여대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논문 쓰기에 발동을 걸고 있어 방학 동안도 남편과 저녁식사 할 시간적인 여유마저 없지만 늘 아침이면 가곡을 들으며 하루를 열곤합니다.
정말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들국화 2006.07.27 05:19  
  여기서 제 전공을 밝혀야 할 것 같군요.
저는 일본어교육전공입니다.
수업시간엔 되도록 우리말을 사용하지 않고 일본어와 기초적인 생활영어로 수업을 합니다.
  우리 딸 아이가 작년 8월 카트리나의 고장인 플로리다의 Palmbeach gardens시에 공립교환학생으로 다니다가 지난 6월 3일 귀국하여 여름방학을 보내고 있답니다.
  딸아이는 엄마의 바램을 뒤로 하고 또 다시 미국 사립교환학생으로 입학허가를 받아 오는 8월 25일 미국 메인주에 있는 학교에 11학년으로 수업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 때문만은 아니지만 영어 공부에 흥미를 갖고 시작한 지 상당한 세월이 흘러 지금은 영어권 사람들과의 생활회화는 불편하지 않을 정도를 구사하고 멜 교환, 전화통화는 가능한 상태입니다.
  외국어란 모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합리화를 밥먹는 듯이 말하며 겁없이 도전해 본 결과 시간이 해결해 주더군요.
  아무튼 일본어와 영어, 한국어를 코드스위칭하면서 언어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건강이 최고입니다.
시간적으로 여유가 생기면 그 좋아하는 수영장에 다닐까 합니다만
글쎄요?
 Enjoy your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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