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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세상 1학년 5반 교실

바다 5 1324
내가 사는 세상 1학년 5반 교실

1교시가 끝났다고 음악이 울리면 수업이 끝났다고 말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고 벌 떼처럼 일어난다.
“우유 가지고 오너라!”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정해진 세 명만 가는 게 아니라
예닐곱 명이 달리기선수처럼 달려가서 낑낑대며 개선장군처럼 들고 온다.
2교시 후에 우유를 먹을 시간이지만 목이 다 닳도록 외치고 일일이
확인해야만 가져가서 마신다.
개선장군처럼 가지고 왔던 우유가 썩 환영받지 못하고
그걸 먹는데 한 시간을 보내는 아이,
아니면 1/3이나 1/2만 먹고 살짝 몰래 갖다 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누가 이렇게 우유를 먹었느냐고 물으면 모두가 한결같이
 “나는 안 그랬어요. 나는 다 먹었어요.”


쉬는 시간 갑자기 교실이 떠나갈듯 하는 비명소리가 들리고 대성통곡을 하며
입술이 다 깨져 피가 흐르며 다가오는 여자아이 앞에 모두가 모여든다. 
덩어리로 흐르는 피를 보고 놀라 닦아주는데 한 녀석이
  “2학년이 밀었대요."
  “아니요, 우리 반 상현이가 밀었어요.”
 “선생님! 정선이 이빨이 빠졌는데 제가 주었거든요. 이 이빨 까치에게 가져다줄까요?”
 “그래, 까치에게 갖다 주렴!”
하고  아이의 손을 잡고 급히 보건실로 달려간다.
돌아와 밀었다는 아이를 찾아보고 물어봐도 아무도 안했다고 한다


항상 눈에 눈물을 글썽이고 울먹이며 말하던 한 아이가
언제부터인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곧 잘 내게 다가오더니
 “ 선생님! 로또 복권 드릴까요?”
 “선생님은 부자 되기 싫어. 종근이 너나 부자 되렴.”
 “안돼요, 선생님이 부자 되어야 해요.”
 “아냐, 난 부자 되기 싫어.  너나 부자 되거라.”
 “안돼요, 로또 복권 드릴게요. 선생님이 부자 되어야 해요.”


1교시가 다 끝나 가는데도 두 아이가 안 오고 있다
자꾸만 창문 쪽으로 눈이 가는데 그 때야 나타난다
“왜 이렇게 늦었니?”
“ 알람시계를 맞춰놓지 않아 엄마가 늦잠을 잤어요.”
“그래 알았다 늦게라도 왔으니 참 잘한 일이다. 그런데 넌 지각이란다.”
“근데요. 지각이 뭔데요???”

시작종이 울려도 대부분의 남자아이들은 아무도 듣지 않고 들어올까 생각을 않는다.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딱지치기. 종이주사위 던지기.
난간에서 거꾸로 내려오는 아이. 싸우고 우는 아이. 먼지털이로 칼싸움을 하는 아이......
아이들은 끝종은 알아도 시작종은 전혀 모른다.


쉬는 시간 잠시 피아노 앞에 앉으면 여자아이들은 내 어깨를
부여잡고 악보를 넘겨주며 잘 모르는 노래도 부르려고 입을 모은다.
 “ 아! 어렵다. 선생님, 왜 눈이 울려고 해요?”
 “응, 노래가 슬프니까.”
 “그러면 기쁜 노래 불러봐요.”

.정현이는 아주 귀엽고 애교스러우며 예쁘다.
그런데 자꾸 엎드려 울기를 잘 한다. 이유를 알아보니 준수가 자꾸 때리고
알게 모르게 괴롭힌다고 한다. 한번은 몰래 관찰했더니 윙크를 하며
정현이를 보며 야릇하게 웃지 않은가?
“준수, 너 정현이 좋아하는구나!”
“아니예요. 안 좋아해요.”
그러면서 얼굴이 빨개진다.
“선생님은 다 알아. 정현이가 예뻐서 그러는 줄”
준수 엄마 얘기를 들으니
“엄마, 정현이가 너무 예쁜데 집에 데리고 와도 돼?”


2교시에 읽기 숙제를 확인한다.
5번 큰소리로 읽고 부모님 싸인이나 도장 받아오기였다.
한 녀석은 벌써 엄마 흉내를 내고 자기가 한 싸인이 엄마가 해줬다고 우긴다.
한 여자아이는 읽기는 읽었는데 엄마가 병원에 입원하여 싸인을 못받았다고 울먹인다
4교시가 끝나고 하교 지도를 하려는데 아까 울먹이던 여자아이가 다가온다.
 “선생님! 편지요. 근데요. 다 간 뒤에 읽어보세요."
그 말을 듣고도 너무 궁금하여 읽으려는데
 “안돼요. 아무도 없을 때 보셔요."
아이들이 다 나간 뒤 조심스레 열어본 편지

선생님께
선생님
너무 무리하지 마세요.
죄송해요. 사랑해요.
저 때문에 많이 속이 쓰리셨죠.
제가 선생님을 얼마나 사랑하는데요
  서지원 올림

 
나는 이 아름다운 아이들의 넋 속에 작은 보트를 타고 꿈을 심어주는
선생님으로 자리할 수 있을까?
다시 한번 부족하기만 한 나의 길을 점검해본다





5 Comments
해아래 2003.05.02 07:26  
  하하~ 찌끄만 콩들.. 귀엽네요.
음악친구 2003.05.02 08:58  
  글만 읽어도 영화 속 장면처럼 그림이 그려져요

힘들어도  그 속에서 보람을 찾으시는 바다님!

오늘도 장난꾸러기들과 함께 화이팅!
나리 2003.05.02 09:15  
  깔깔대고 읽었습니다만,

참으로 커다란 마음을 갖지 않고서는,

하나 하나의 여린 싹 들에게 상처를 주기 쉬울거에요 .

지치신 마음은 지원이 편지 하나로도 다 녹아내릴거구요^*^

귀여운 아이들을 다 담아낼 수 있는, 한없이 큰 마음을 갖으신 바다님!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규방아씨(민수욱) 2003.05.02 23:47  
  제가 언젠가 그랬었죠??
저도 유치원 교사가 되고싶었다고
아이들과 같이 동화 이야기 하고 동요부르고...


전 어릴때 부터
아이들 가르키는게 재미있더라구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배경이 되지않는다면
참으로 하기 힘든일이
아이들과 지내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바다님은
닉네임 만큼이나 넓은 마음을 가지셨어요....


아이들에게 늘 기억속에 남는
선생님이 되실 수 있을거에요
비소리 2003.05.11 22:43  
  교실과 사랑스런 아이들 모습이 그려집니다 교회친구가 있는데 교직 생활을 그만둔지 이십년이 지나도 대부분의 꿈들이 교실과 아이들,학교에 관한 꿈이래요.두어달 전 환환 얼굴....자원 봉사하던 맹학교에서 정식교사로 초빙 받아서 곧 바로 수업을 하게 되었답니다. 아이들을 사랑하고 격려하며 세워주시는 선생님들이 있는동안 우리아이들 오월의 나무처럼 잘 자라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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