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이 활짝 피었습니다
아침에 반가사유(半跏思惟)에 빠져 있던 목련이
저녁에 꽃문(門)을 열었습니다
삼월의 햇살은 따사로웠고 바람은 부드러웠습니다
나는 한낮에는 그늘에서 생각에 잠겼고
저녁에는 목련나무 아래에 앉아 서정시(詩)를 읽습니다
내가 서정 시집을 읽는 사이 목련은 문을 열었고
무당벌레 몇 마리 시집 갈피 사이 잠이 들었습니다
꽃의 문을 여는 봄날 하루는 위대하고
저녁은 그 위대한 하루에 느낌표를 남기는 시간입니다
머지 않아 저녁 까치들이 돌아와 울 것입니다
어두워지면 목련은 등불처럼 빛날 것이고
그 등불이 그대가 돌아오는 길을 환하게 비출 것입니다
나는 밤이면 제 성좌(星座)에서 빛나는 별처럼
내 자리에서 사유하며 그대를 기다릴 것입니다
나무에 피는 연꽃 같은 저 목련(木蓮)처럼
-시인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