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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천둥소리는 에밀레종소리가 되어...

바다 10 1699
그 천둥소리는 에밀레종소리가 되어...

< 천둥소리 1>

지난 여름방학 때부터 나도 모르게 컴퓨터 앞에 자석이 되어 붙어
앉아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있었다. 주방에서 식사준비를 할 때도
청소를 할 때도 거의 온종일 “내 마음의 노래‘와 함께 하고 있었다.
노래도 듣고 사람들도 만나고...
잠시라도 떨어지면 꼭 무슨 일이 일어날 것처럼 부르지는 못해도 가곡을
좋아한다는 그 이유만으로 가족들에게 변명도 해가면서 이 세상을 조금씩
단절시켜 가면서 자꾸만 자꾸만 빠져들고 있었다.

지난번 비정기 모임 후기를 쓰기 위해 새벽에 도착하여 1시간 정도
눈을 붙인 다음 이른 아침부터 컴 앞에 앉아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오랫만에 집에 돌아온 아들이 그 방에서 단잠을 자는데도 그걸 무시한 채
글을 쓰고 있었다.
다시 그 날 밤도 가족들이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건만 나는
‘내 마음의 노래’ 앞에 앉아 있었다.

그것을 본 딸이
“엄마는 네티켓 교육을 좀 받아야겠어요.”
아들이
“엄마는 인터넷에 중독이 되었네요.”
“너희들 지금 뭐라고 했니? 감히 엄마한테......”
눈을 크게 부릅뜨고 나무라자

“엄마처럼 인터넷에 그렇게 매달리는 사람은 분명히 그 교육을 받아야 해요.
엄마 좀 심하지 않아요? 다른 사람도 좀 생각해야지요?”

“알콜 중독자가 자기가 알콜 중독자라고 말하는 사람 보았나요?
정신병원에 있는 사람들이 자기가 미쳤다고 하는 사람 보았나요?“

“아니! 이 녀석들 봐라!”
“제발 일주일만 참아보세요. 정 힘들면 이틀에 한 번씩만 하세요.”
“내가 가곡을 좋아해 노래를 듣는 것도 너희들 눈치보고 들어야겠니?
너희들이 엄마 마음을 뭘 안다고 함부로 지껄이지?
이 중년의 외로움을 엄마 나이의 외로움을 너희들은 아느냐? 흑흑흑...

“엄마야말로 왜 그러세요? 저보고는 왜 술 마시지 마라
담배 피우지 마라 하시는가요? 해로우니까 하시는 것 아니예요?
전자파를 많이 받으면 인체에는 얼마나 해로운지 아세요?
자기 할 일도 못하고 폐인이 된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아세요?
엄마는 학교에서 이럴 때 아이들에게 뭐라고 가르치시나요?
이 말이 엄마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그렇게도 섭섭하세요?
엄마가 지금 소녀인줄 아세요?
제발 정신 좀 차리세요!!”

“ 그래! 난 지금 소녀다. 내가 소녀가 되는 게 뭐가 잘못 되었니?
  왜 너희들이 엄마 마음까지 지배하려고 하느냐? 이 나쁜 놈들아...”

그 날 밤 나는 가족들 앞에서 어린애처럼 서럽게 서럽게 울어버리고 말았다
마치 나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겨 버린 것처럼...

< 천둥소리 2>

나는 어떤 일을 할 때면 너무 솔직하여 후회한 적이 많이 있다.
지난 번 오 교수님의 글 ‘To be or not to be' 를 읽었으면서도
제대로 시행을 못한 경우가 있었다.
이런 경우에는 '우선멈춤'이나  '엉거주춤'을 해야 하는데 그걸 하지 못해
한 친구로부터 가슴을 때리는 충고를 듣게 되었다.

“요즘 너에게 좀 염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것은 내가 얻은 느낌을
솔직히  말하는 것이니 오해는 말고 참고해 주기 바란다.
아무리 네 말이 상황에 맞는 이야기라 해도 부정적인 이야기를 자주 하면
그것은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네가 그렇게 말하면 말하는 사람의 체면 때문에 황희 정승의 예처럼 양시론을
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듣는 사람의 지혜이기 때문이다.
그에 대해 솔직히 걱정이 들기에 말한다. 잘 이해하겠지만 마치 바둑이나
장기에서 옆 사람이 잘 보는 것처럼 때로는 곁에서 볼 때 잘 보이기도 한다.
요즈음 내가 느끼는 심정을 말한 것이니 한 점의 오해도 없기를 바란다.”

........................................................

위의 두 사건은 분명 어렸을 적 벼락을 맞지 않으려고 벌벌 떨고 골방에
숨어가면서 들었던 무서운 천둥소리였다.
사람들은 먹구름이 끼고 천둥소리가 나면 벼락을 맞을까봐  재빨리 
안전한 곳으로 피해 가지 않는가?
그리고 천둥소리가 지나간 다음 벼락을 맞지 않았다고 안도의
숨을 쉬며 좋아들 한다.
왜냐하면 천둥소리가 잦으면 벼락을 맞을 줄 뻔히 알기 때문에......

이번에 내게 울린 두 번의 천둥소리를 가슴에 담으면서 이 시간 내 아이들과
한 친구가 벼락을 피해 가게 해 준 고마움이 삶의 지표가 될 환한 등불이 되어
에밀레종소리처럼 내 가슴 속에 오랫동안 은은하게 울려 퍼짐을 느끼며 닫혔던
창문을 활짝 열어본다.


 

10 Comments
나리 2003.03.27 20:28  
  천둥소리는 멀리서 들려도 아주 무서워요.

멀리서 들리다가는 이내 가까이 오거든요.

저도 바다님과 늘 함께 했으니----

바다님 피하실때 빨리 같이 피해야겠어요.
평화 2003.03.27 22:34  
  바다님께서는 참으로 귀한 현명한 친구를 두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살면서 가끔은 조용히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제동을 걸어주는
마음가짐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도 황희정승의 지혜로움을 아주 좋아한답니다.

2003년 사순 시기 생활 묵상집 '은혜로운 여정"에서
좋은말이 있길래 적어봅니다.

1.한마디 칭찬의 말을 하고,
2.한 번 남을 용서하고,
3.한 가지 선한 일을 하고,
4.한 가지 고상한 생각을 하고,
5.한 번 기도를 하고,
6. 한 번 웃음 짓고,
7. 한마디 사랑이 담긴 말을 하고,
8. 한 곡의 노래를 부르고,
9. 1분 동안 자제하고,
10. 1분 동안 이기적이지 않는다.

늘 아름답고 건강하시기를 바랍니다.
바다 2003.03.27 22:58  
  나리님은 별로 피하지 않아도 되겠던데요
적당히 즐기시드라구요

그리스도 우리의 평화!!
님이 주신 명언 가슴 깊이 새기리라

이 글을 쓰면서 나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고
엄마를 진심으로 생각하는 내 아이들을 주신 하느님께 감사 드리고
친구의 잘못을 주저하지 않고 지적해준 친구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렸답니다. 그리고 나의 부끄러움을 반성하면서......
오숙자 2003.03.27 23:32  
  천둥 소리를 보슬비 소리로 알고 지나치면
어떻게 될까요

바다님의 소낙비 소리를
천둥 소리로 알고
스스로 성찰하는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누구나 가끔씩
그 소리를 분별못하는 수도 있지요

이럴때 우선 멈춤!!
바다님의 지혜가 돋보입니다

역시 늘~푸르고 넓은 바다여....
가객 2003.03.27 23:58  
  귀에 거슬리는 충언을 수용하는 것 또한 큰 덕목이라 하더군요.

충언을 한 그 친구보다도 그 것을 기꺼이 수용하는 바다님의
너그러운 자세가 더욱 돋보입니다.

차제에 잠시 멈춰서서 자신을 차분히 성찰해 봄으로써
자기발전을 기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 바다님의 지혜와 도량에
박수를 보냅니다.


맑은눈동자 2003.03.28 01:06  
  바다님! 안아드리고 싶어요!
그세월속에 자신을 드러내려함이 진정 당신을 사랑하고 싶어요.
옳고 그름은 우리가 판단하는게아니죠! 진정 자신을 사랑하는 이가 남도 사랑하게되죠!
바다는 세상의아픔도 꾸짖음도 사랑도 모두모두 안으로 받아들이죠.
바다님은 자신을 많이 사랑하시는 분이십니다.
내마음회원님들 모두 바다님을 사랑하고 이해하시리라 믿씁니다.
번개맞지않도록 모두모두 감싸주실겁니다.음악을 사랑하는 마음처럼요.....
바다 2003.03.28 08:08  
  오 교수님!
'To be' 보다 우선멈춤 엉거주춤이 훨씬 좋을 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 주신 교수님의 글은 제게 보배가 되었습니다.
언제나 무슨 일을 할땐 '우선멈춤'이 필요하다는 것을...

가객님!
제게 충언을 한 친구가 없었다면 저는 지금 일방통행을 하며
끝없이 질주 했을지도...
저는 그 친구가 참으로 고맙답니다.

맑은 눈동자님!
저도 눈동자님처럼 제 자신을 아주 사랑해요.
제 자신을 사랑하기에 이렇게 부끄러움을 드러내놓고 되돌아보곤 하지요

세 분의 따뜻한 마음 가슴에 담습니다
음악친구 2003.03.28 09:11  
  이제서야 글을 읽으면서~
읽어 내려가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뭔가 뭉클한게 가슴속에서 치밀어 오릅니다.

바다님,
아니, 사랑하는 언니~

쉽지만은 않았을텐데~
이런 글을 쓰시다니...

그 진솔함과 가족들과 친구의 마음을 진심으로 받아들이신
그 아름다운 마음에 사랑듬뿍 담은 뜨거운 박수을 보냅니다.

박소녀~
사랑해요~~~ 
 

 
소렌 2003.03.28 09:31  
  행복한 일입니다. 바다님!
바다엄마의 그 깊고 넓은 세월의 유장한 마음을 얼마나 헤아릴까만, 그래도
거꾸로 엄마를 걱정해 주는 의젓한 자녀들로 자랐으니 한편 든든하실 겁니다.
가끔은 살면서 오교수님 말씀처럼 '우선 멈춤!' 이라고 옐로우 카드를 흔들어 줄 사람이 곁에 있다는 건 내가 사랑받고 관심받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일 것이라고 잠시 생각해 봤습니다. 바다님의 글을 읽으면서....
동심초 2003.03.28 14:49  
  지금 내 가슴속에는 종소리가 은은하게 퍼집니다
바다님께서 들려주신 아름다운 마음이 종소리가 되어
제마음속에 울려퍼집니
 역시 바다님은 꽃보다 아름다우십니다
친구의 애정어린 충고에  귀 기울일줄 아시고
가족의 애정어린 충고에 마음을 숙일줄 아시는 그 용기에
박수를 보냅니다
아울러 우리 사랑하는 님들에게 진솔하게 속을 드러내 보이심으로서
우리 님들 모두 조용히 자기에 대해 묵상할 수 잇는 시간 주셔서
덕분에 감사드립니다
바다님의 정열적인 삶이 많은 것을 배우고 알게 해 주십니다
그런 바다님께 내 사랑을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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