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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야, 정말 미안해

바다 14 1545
일년 동안 똑같은 길을 지나다니면서도 출근시간이 늦을까봐 
급히 가느라 빨간 고무통만 보고 다녔다.
약 12일 전에 귀가하는데 함께 탄 딸이 그 고무통 안에는
개가 살고 있다고 ...
정말인지 확인하기 위해 차를 멈추고
"아가야!"
 하고 부르니 정말로 그 속에서 개가 나오는 것이었다 .
개의 생김새로 보아 애완용이고 어느 집에서
한 때는 호강받았을 것 같은 ..
2~3일은 그저
"아가야 ! 안녕? 간다. 잘 있어, 낼 또 올게..."

 9일 전부터는 차에서 내려 고무통 앞에 가서 보니
목줄이 겨우 1m 정도의 길이밖에 안 되어 멀리
 뛸 수도 없고 그냥 그 자리에서 뱅뱅 돌기만 할 뿐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었다. 

밖에서 살기에 목욕은 아예 해 본 적이 없어 보이고
 못먹어서 그랬는지 어디가 아픈지 온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한쪽 눈이 거의 내려 앉게 보이는 것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밥그릇인 듯한 빼빼마른 후라이판 하나만
덩그라니 놓여있었다.
잠깐이었지만 사람을 피하지 않고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해
 등을 쓰다듬어 주고 돌아오는데 계속 그 녀석이 눈앞에 어른거렸다.

 그 다음날 아침에도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은 딸이
 빵을 샀길래 하나를 주니 마파람에 게눈 감추듯 먹어버린다.
또 하나를 주니 통째로 삼키고 또 하나는 조각을 내서 주어도
순식간에 먹어버렸다.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빵을 주고 돌아오며 우리 내일도 아가야에게 먹을 것을 갖다 주자.

  그 다음날은 읍의 마트에 들려 우유와 빵을 사서 주고...
다시 그 다음날은 물도 준비하고 집에서 노란플라스틱
물그릇도 준비하고 ..
그런데 주인이 밥을 주었는지 사료가 몇 개 남아있고
삶은 닭의 내장들이 후라이판에 가득했다.

이틀이 지나도 그 먹이는 별로 줄어들지 않고 보기에도
 먹음직스럽지가 못했다 . 개집 바로 건너편에 촌닭을
기르는닭집이 있는데 아마  닭장을 지키는 개인것 같다

주인의 차인지 코란도 한 대가 개집 앞에 상주를 하고 있고
 연락 휴대폰도 적혀 있다. 그건 유정란이나 촌닭을 사러오는
 사람들을 위한 것인 것 같다.

 아가야는 이제 우리 차의 엔진소리도 아는 듯 우리가
 속도를 줄이고 서서히 다가가면 재빨리 고무통 위로
올라갔다 내려오기도 하고 그 좁은 자리를 뱅뱅 돌면서
입맛을 다시기도 하고 반가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어제는 뭐라고 소리까지 하며 까불까불하여 미안한
 마음이 잠시 가시기도 했다

오리포도 갖다주고 학교급식실에서 남은 밥도 갖다주고..
 오늘은 급식실에서 남은 음식 생선 돈까스를 두 개 를 갖다주니
또 단숨에 먹어치우지 않는가..

 이제는 아침저녁으로 아가야 앞에 멈춰 인사를 한다. 
목이 마르지 않게 아예 물병을 준비해 물을 주고
오늘은 아가야에게 무엇을 줄까 생각하며...

 혹시 버려진 개를 지금의 주인이 안타까워 이렇게라도
 보호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약에 이 개를  데려가도 된다 하면 벌써 주인을 정해놓은 딸 ...
아가야!
이 한 마디만 부르면 금방 고무통에서 나와 뱅뱅 돌며
고무통에도 올랐다 내려오며 온갖 재롱을 떠는 아가야.....
 
얼굴 앞에 털들이 덕지덕지 뭉쳐있고 수염도 목줄에 감아져 있는데
얼마나 불편할까.. 사람같으면 말을 했을 텐데...
우리의 과제는 아가야 목욕을 시키는 일인데  딸은 우리가 밤 늦게
몰래  데리고 와서 목욕시켜 아침에 데려다 놓자고 하고....
나는 그래도 주인에게 허락을 맡아서 시켜야 한다 하고.....

이 사진을 동료직원들에게 보여줬더니 시골에는 개집을
 저렇게 만들어 개를 묶어놓고 키우는 집들이 있다고 하니
괜한 걱정을 하는지도 모르지만 빨간고무통 앞을 지날 때마다
 나도 모르게 나오는 말
아가야, 정말 미안해...

이 글을 올리면서도 개주인과 아가야에게 혹시라도 누가될까봐
조심스러운 마음을 ...
14 Comments
고광덕 2007.03.18 08:17  
  마음씨도 착하신 바다님, 잘 지내셨지요?
누군가 날 기다리는 일이 있다면 지나가는 길이
즐겁게만 느껴질 것입니다.
봄의 따뜻함이 와닿는 기분입니다.
이종균 2007.03.18 12:24  
  충성스럽다는 개,
그러나 먹이 주는 주인에게 꼬리 흔들 뿐
낯설면 천사 같은 어린이도 물어죽이는 잔인성,
그 책임이 어쩌면 인간에게 있다는 느김이 듭니다.

굵은 쇠사슬에 묶인체
플라스틱 통 위에 앉아있는 모습 또한
향수욕에 머리 곱게 자르고 주인의 가슴에 안겨 다니는
어느 노숙자가 그리도 그리던 '개 팔자'는 아닌 듯
애잔해 보입니다.
아가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오경일 2007.03.18 20:33  
  바다님, 사랑 가득한 집에서 사시는군요.
우리가 세상을 사랑하지 않으면 우리 또한 사랑 받을수 없겠지요.

몇일전 반기문 UN사무총장을 만드는데 선거 대책 위원장 역활을 하셨다는
K국회의원 이라는 분으로 부터 온 유인물 속에 책갈피가 있는데
이러한 내용이 있네요.

우리 인디언 말에는
잡초란 말이 없습니다.

그러나 백인들은
마음에 들지 않는 풀을
잡초라고 부르지요.

세상에 잡초라는 것은
없습니다.
존재 이유가 없는 풀은 없는 거지요.

모든 풀은
존중 되어야 합니다.

어느 인디언 추장의 말
바다 2007.03.19 15:07  
  고광덕님! 이종균 선생님! 오경일님!
 댓글 감사드립니다.
오늘 아침에는 우유를 주고 물그릇을 아주 큰 그릇으로 갖다 놓았습니다
 점심시간에 남은 음식 밥과 돼지고기 몇 점을 챙겼구요
집에 돌아가는 시간은  오늘은 아가야가 어떤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며 집으로 돌아간답니다.
세 분 감사드립니다.
해야로비 2007.03.20 10:28  
  바다님....우유가...강아지에겐....해가 될 수 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조금씩 가끔 주는것은 괜찮은데....장에 안 좋을수도 있다는데.....
묘하게도, 사람에겐, 이로운데 강아지에겐 안좋은 식품들이 꽤...있어요.
예를들어....포도, 초콜릿, 양파...우유 또.....
하지만, 북어국은...보약이라네요?

고무통위의 강아지가 무척 예쁘게 생겼는데....안쓰럽습니다.
바다님의 사랑이 강아지를 행복하게 하겠네요~~
바다 2007.03.22 16:21  
  이쁜 해야~
 잘 알았어요.
개에게 해가 되지 않게 각별히 신경 쓸게요.
해야님은 많이 키워본 경험이 있는 것 같아요
 우릴 알아보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요. ㅎㅎ
장미숙 2007.03.22 16:47  
  경황 없이 지내다 보니 이제서야 아가야를 보았어요.
제가 화초를 두고 쓴 3월의 시 제목이 '아가야' 인데
어쩜 이렇게 바다선생님과 통하였을까요~
아가야가 뒤의 배경과도 어찌나 잘 어울리는지..^^
바다선생님의 따스한 사랑으로
요즘 많이 행복 할 아가야! 파이팅!!
바다 2007.03.24 12:56  
  장미숙 시인님!
가끔은 이심전심으로 통할 때가 있더라구요. 
아가야는 어젯밤에도 절 기다리고 있더군요.
저녁밥을 주고 돌아오는 길은  빚을 갚고 오는 것 같은 느낌을...
산처녀 2007.03.26 14:47  
  네 맞아요.
우유는 잘못하면
강아지의 장 파열을 일으킨다 하더군요.
바다님의 그 아름답고 사랑이 넘치는 아가야 !
그대로 진한 감동입니다.
송인자 2007.03.26 17:53  
  바다선생님,  마음이 따스하게 전해져옵니다.^^
사진을 보니 저도 뭉클해집니다.
아가야~ 건강하게 잘 살아라.
노을 2007.03.27 14:01  
  아니, 분명히 댓글을 쓴다고 썼는데 다시 보니 없다니....
댓글을 쓰다가 무언가 꼬여서 또 다시 쓰다가 다른 일로 화면을 내린 기억까지
나는데 확인을 안 누르고 빠져나가버렸나봐요. 에구에구...
"아가야는 주인말고 또 사랑해주는 이가 생겨 좋겠네요."
할 수 없이 짧게 한 마디 하게 되었어요. ㅎㅎㅎ
바다 2007.03.27 21:37  
  산처녀 언니! 송인자 수필가님! 노을언니!
 모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점심시간에 아가야 밥을 챙겼어요.
우리반 아이들도 아가야 또 줄거죠?
 그럼 오늘도 줘야지.
동학년 선생님들도 남은 음식을 챙겨주십니다.
 오늘은 잡채와 고등어 조림에다 쌀밥. 그리고 미역국...
한 분이 그러시네요
오늘은 우리쥔이 잔치집에 다녀왔나보다 그럴거라고

아가야는 머리서도 알아보고 왔다갔다 뱅글뱅글 돌며 반가움을 표시해요.
그런데 어찌 그냥 지나가겠나요 ㅎㅎ
시와사랑 2007.04.06 11:52  
  참 아름다운 마음 한자락 얻고 제마음이 훈훈합니다.
동물이든 사람이든 사랑이 필요한 존재임은
누구도 부인할 수없는 것이지만
세상은 나날이 돈을 사랑하고 자기를 사랑하는 세태입니다.

누님처럼 아름다운 마음으로 사람들이 살아간다면
아니 저부터 그런 따스한 사랑과 관심을 주변에 돌리고 산다면.......

감사합니다.
바다 2007.06.17 21:43  
  시와 사랑님!
이제야 글을 보았네요.
이제는 아가야와 저는 떨어질 수 없는 사이가 되었어요.
 아가야를 돌본 지 어언 4개월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
  아가야는 저만 보면 반가워서 얼마나 아양을 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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