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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의 성 - 내마노가곡교실

노을 14 1315

사진이 없었다면 무정하게 지나가버린 그 시간들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까요.
지금 ‘32회 내마노 가곡의 밤’ 면면을 담아놓은 사진들을 보고 왔습니다.
사진을 보고 있는 내 얼굴은 웃음이 가득합니다. 입을 다물 줄을 모르네요.
그 밤의 즐거움이 생각나서 그렇겠지요.
그렇게 즐거운 시간이었는데
그런데 왜 안 보이는 분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르겠어요.
여기서 이름을 다 거명하면 또 누군가 이상한 댓글을 달까봐 생략하겠지만
이 글을 읽으면서 자주, 또는 오래동안 안 나오시는 분들은 스스로 다 아시지요?

그날은 제가 지각을 좀 했습니다. 마법의 성은 가끔 헤매며 가는 맛이 있거든요.
안내석에 해야로비님과 다른 한 분만 남아계셔서
인사도 제대로 못했지만 한 가지 의식은 빠뜨리지 않았어요.
그게 뭐냐면 슈토팽님과의 열렬한 ‘hug' 였지요.(절대 12세 관람용입니다) 
늦었는데도 불구하고 좌석이 좀 헐렁하더군요.
아무래도 공연장이 아닌 예식장이라 그 역할 따라 그렇게 되는 건 아닌가 싶어요.
누가 무대에서 결혼식 이벤트라도 벌여야 할까 봐요.

싸나이 이용수님은 통로에 서서 특유의 커다란 제스츄어와 끊임없는 입담으로 
분위기를 이끌고 계셨는데 이미 여러 곡이 지나간 듯 했습니다.
어디든 마찬가지지만 지각은 하지 말아야겠더군요. 허둥지둥, 그날따라 악보는
왜 그렇게 길다란지 어디를 봐야 하는지 몰라 부시럭대다가
‘산이 날 부르네’ 겨우 한 곡 부르고 다음 순서가 이어졌는데 나중에 찬찬히 살펴보니
내가 좋아하는 동요와 부르고 싶던 ‘얼굴’이 다 지나버렸더라구요. ㅉㅉ   
아, 소프라노 유미자 선생님의 등장은 정말 그 노래만큼이나 황홀했습니다.
보라색 드레스가 드러낸 S라인의 아름다운 모습에 보는 이들의 마음은 이미 녹아버렸는데
노래하시기 전에 가벼운 농담으로 친밀감을 더하게 하시고 그 유리알처럼 맑고 섬세한
목소리로 우리를 뿅 보내버리시더군요. 각자 어디로 갖다 왔는지는 묻지 않겠어요.
(전, 나비의 꿈속으로...)
둘 다섯의 멤버이신 이지민님이 클래식한 그 분위기에 좀 압도당하셨는지
어울리지 않을까봐 염려하셨지만 언제나 열려있는 내마노 식구들의 감상 폭은
생각보다 넓어서 음악이라면 다 좋아하는 걸 모르신 탓이지요.
사전에 음향 세팅이 안 되어 좀 힘들어 하셨어요.

언제나 그렇듯 시간이 흐르고 저보다 더 늦으신 분들이 언제 슬그머니 빈 자리를
채우며 분위기는 또 열기를 내뿜기 시작합니다.

신귀복 선생님 말씀을 잠깐 나갔다 오느라고 놓쳐서 애석했지만 장미숙 시인의
그윽한 시 낭송 뒤에 배운 ‘첫눈 오는 밤’은 정말 좋았습니다.
우우우, 우우우 하얀눈이 지우고 있어..... 그런 여운, 정말 오래 가지요.
한 가지 더 좋은 것, 제 음역 안에 다 들어오는 음표들의 키, 아주 사랑스러웠어요. 
어찌 보면 장난꾸러기 같고 어찌 보면 맘씨 좋은 아자씨 같은 오경일 선생님의 ‘쥐’
그 노래가 지닌 해학성을 잘 나타내신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죄송스런 표현으로 천연덕스럽게....
정병학 선생님의 녹슬지 않은 열창과 카리스마, 합창단 멤버이신 장인애님과 이지연님의
아름다운 하모니, 회사 중역 같은 중후한 풍모에 아직도 남아있는 미성의 주인공
김철님의 ‘강건너 봄이 오듯’,  박수치느라고 손바닥이 얼얼했습니다.
감기로 소리가 안 난다는 엄살에도 불구하고 문상준님 목소리의 윤기는
더 깊어진 음색으로 안정감이 있어보였지요.  내마노의 파바로티라는 별명이
공연히 생긴 건 아니다 싶었지요. 

어디 가서 이렇게 신선한 음악회를 즐길 수 있으리요. 우리만 알고 있기에는 아깝다는
저의 아쉬움이 혼자만의 생각인지 모르겠어요.
한 달에 한 번이나마 모여서 가곡을 부르고 그 아름다움을 다시 음미하며 돌아가는 밤,
가곡의 청량함으로 마음도 머리도 씻고 가는 시간. 밤바람이 유난히 시원했습니다.   
 
14 Comments
꽃구름언덕 2007.03.02 11:31  
  노을님의 표현력은 마침  오래도록 봄비처럼 그칠줄 모르네요.
저는 몇년동안 내마음의 노래에서 받은 감동과 기쁨을 표현하다
이제 어휘력이 딸려서 마음속에 차곡차곡 재워만 두고 있는데요.
정말 이렇게 좋은 가곡교실에 여러분 못뵈온 분들
 다음엔 꼭 오실거지요?
요들 2007.03.02 11:35  
  노을님의 초상화??  봄날이라고 하시는것 같습니다.
가서 보고싶은 얼굴도 보고싶고,,, 마음만 굴뚝이 무한대 입니다....ㅠㅠ
노을님의 뒷얘기로, 유랑인님의 현장 기록으로 그나마 궁금증과 갈증을 해소해 봅니다.
지금 봄비가 오네요... 내마노 여러 회원님들도 무거운 겨울옷 벗고
파스텔톤의 봄 옷, 봄 기운을 맞이하시길.....  건강하세요.^^*
노을 2007.03.02 13:53  
  꽃구름언덕님,
그날 먼 빛으로만 인사를 나누어 섭섭했어요.
끝난 시간이 좀 늦은 시간이 되어서 어찌 잘 가셨는지요.

요들님
마음에 콕 찔리시지요?
동회회 노래 순서에 요들님의 목소리 언제 들려올까요. 
오경일 2007.03.02 20:33  
  노을님 재미있게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저도 허깅을 아주 좋아합니다.
장미숙 2007.03.02 20:39  
  마법의 성-내마노가곡교실~
노을님의 표현이 정말 멋지십니다.
목련꽃 그늘 아래에 선 소녀의 머리 위에 노랑나비가
노을님의 곱고 섬세한 마음을 고대로 전해주네요.
그 날 많이 반가웠어요~~

오경일 2007.03.02 21:26  
  노을님 개구진 모습이 얼굴에 써있나요?
저도 할아버지인데 우리 손자 볼때는 그런말 참아주세요.
해야로비 2007.03.02 22:06  
  노을님....저도 노을님과 허그를 했어야 하는데...잉잉....전, 안해 주시공...

기다리던 후기 읽게 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저도 이렇게 읽는 사람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는 후기를 써 보는게 소원입니다. ~~ 

아주 즐겁고, 뜨거운 가곡부르기였어요~  싸나이님의 호탕한 사회로, 같이 한 분들의 웃음이 컸었습니다.
노을님의 후기로....소박한 미소...또, 한줌 내려놉니다.
오경일 2007.03.02 22:13  
  아! 잊었네요.
해야로비님 펜 클럽 관리 허그로...
세라피나 2007.03.02 22:18  
  어디 가서 이렇게 신선한^^
확충된, 언어의  파노라마~^^를  즐길 수 있을까요~!!^^

아니~^^노을님!!  어찌이리  나날이^^자꾸자꾸^^
**깜찍**^^ 해 지시는지요?^^

콕^^찔리는 마음의 죄송함 댓글로 대신하며
'네' 다음달엔  인사올리겠습니다.^^

3월의 봄비가 싱그러운 하루였답니다. 행복하시구요~^^
송월당 2007.03.03 00:54  
  노을님 글 보고 다음 달에는 많은 회원님들
오시기 간절히 바랍니다.
노을님! 글도 너무 잘 쓰시니 부럽고 고맙고..
sarah* 2007.03.03 01:17  
  이번 가곡교실 후기도 정우동선생님께서 수고해 주시려나 했는데...
노을님의 생생한 그리고 섬세한 현장묘사로 읽는 즐거움을 누려보네요
우리 정말 행복한 저녁 보냈지요? 노래하고 노래듣는 즐거움에.. 보고싶은 모습들과 만나는 기쁨에..  고맙습니다~
유열자 2007.03.03 09:59  
 
hugging안좋아하는 내마노 회원 있으세요
살아있는 확신을 주는 행위지요 인생을 풍요롭게해주는...
노을님의 자상한글이 모두를 즐겁게 해주내요
노을 2007.03.03 11:48  
  제가 올리는 후기는 후기라고 보기에는 좀 그렇지요. 자세하지가 않아서요. 제대로 상세하게 올려주시는 분들이 전에는 계셨었는데 어쩐 일인지
통 안보이시니 별 수 없이 저의 감상문이라도 올렸습니다.

오경일님 근엄한 할아버지보다 친구같은 할아버지를 손자가 더 좋아하리라 믿습니다만... 아 그런데 할아버지로 안 보였는데...

장미숙님, 시낭송 정말 좋았습니다. 배울 때 그 분위기 그대로 이어졌어요. 그 語尾 , 지우고 있어... 참 독특하면서 가슴에 진하게 와닿았어요.

해야님, 다음에 하십시다. 찐하게...ㅎㅎㅎ

세라피나님, 본다 본다 하더니만 끝내는 보네 그려~~  언제요?

송월당님, 정말 그랬으면 좋겠지만 제 필력으로는 좀 힘들 것 같아요. 송월당님의 멋진 영상이 더 끌림을 줄 것 같은데요?

사라님, 반겨주셔서 행복했어요. 이종균선생님과 인사도 시켜주시고... 챙겨주시는 마음이 이쁘신 사라님, 봄날 멋지게 보내세요.

유열자님, 그러다가 우리 내마노 인사법이 hugging으로  바뀔 것 같아요.  차밍한 모습 늘 보여주실 꺼지요?   
세라피나 2007.03.03 20:40  
  3월 가곡교실 행사 때
뵙고 싶은 노을님^^ 꼭^^ 뵈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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