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 > 커뮤니티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연주.감상후기, 등업요청, 질문, 제안, 유머, 창작 노랫말, 공연초대와 일상적 이야기 등 주제와 형식, 성격에 관계없이 쓸 수 있습니다.
단, 영리 목적의 광고성 정보는 금지하며 무단 게재할 경우 동의없이 삭제될 수 있습니다.
기존의 회원문단은 자유게시판으로 통합되었습니다.

‘웃기는’ 임준식을 만나면 오페라가 재밌다

요들 14 1073
‘웃기는’ 임준식을 만나면 오페라가 재밌다

  바리톤 임준식(37)은 재담꾼이다. 청중의 배꼽을 한바탕 흔들어놓고는 본인이 직접 오페라 아리아를 불러제친다. 세종문화회관이나 예술의전당 같은 ‘폼나는’ 무대가 아니라 음악감상실이나 카페의 간이무대에서 만날 수 있는 ‘성악계의 채플린’.

하지만 이 ‘웃기는’ 성악가가 세계적인 바리톤 롤란도 파네라이(85)의 제자라는 것을 아는 이는 별로 없다. 마찬가지로 이탈리아의 ‘카루소상’ 축하무대에 6번이나 오른 유일한 한국인 성악가라는 사실도 알려지지 않았다.

“말하자면 저는 ‘언더’(Under) 성악가인 셈이죠. 제 노래를 듣는 분들이 ‘아하, 오페라도 이렇게 재밌구나!’라고 느낄 수 있다면 얼마든지 망가질 수 있어요. 물론 오페라를 풀코스로 즐기려면 예술의전당으로 가야 합니다. 저는 다만 재미있는 ‘맛빼기’를 보여드리는 거죠.”

국내에서 성악과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피렌체로 떠난 것이 1995년. 임준식은 20곡의 레퍼토리를 준비해 롤란도 파네라이의 문하에 들기를 청했다. 파네라이는 50년대에 이미 세계적 반열에 올랐던 성악가. 지휘자 카라얀 ‘사단’의 대표적 바리톤이었고, 마리아 칼라스, 주세페 디 스테파노 등과 숱한 무대에서 함께 노래했다. 그는 “받아주기는 하겠지만, 어디 가서 내 제자라는 말은 절대 하지 말라”며 어렵사리 문을 열어줬다.

“처음엔 미덥지 못하셨던 모양입니다. 몇달 지나서야 가족들한테 인사시키고, 본인의 이름을 따서 ‘롤란드 임’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줬죠. 정식으로 제자로 받아들인다는 뜻이었습니다. 또 ‘엔리코 카루소 협회’에 ‘이 놈이 내 제자’라고 추천해주셨지요.”

불세출의 성악가 카루소를 기리는 ‘엔리코 카루소 협회’(Enrico Caruso Assosiazione)의 회원들은 최고의 ‘귀’를 가진 청중이다. 가사의 뉘앙스를 제대로 살려내지 못하거나 고음 한 개를 슬쩍 얼버무리고 넘어가면 곧바로 질타와 비난이 쏟아진다. 임준식은 그들 앞에서 매달 한번씩 ‘실전’을 치렀다. 그리고 97년에 ‘카루소상’(Premi Enrico Caruso) 축하무대에 처음으로 섰다.

79년 시작된 이 상은 카루소협회가 거장에게만 수여하는, 일종의 ‘명예의 전당’. 마리오 델 모나코, 주세페 디 스테파노, 레나타 테발디, 주세페 타데이, 미렐라 프레니 등 역대 수상자들의 면면이 그야말로 화려하다. 올해 7월에는 루치아노 파바로티가 28번째로 수상대에 선다.

임준식은 이 ‘별들의 잔치’에서 여섯번이나 노래했다. 오페라 본토인 이탈리아의 ‘귀명창’들이 인정한 바리톤인 셈이다. 하지만 3년 전 귀국한 그는 “노래할 무대가 없는 고국의 현실에 참담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러던 어느날 서울의 한 카페에서 재담을 섞은 갈라 콘서트를 시작했고, 그후 양평, 일산, 파주 등을 누비며 ‘웃기는 오페라 전도사’를 자처하고 나섰다.

6월3일 경기 파주시 헤이리에 자리한 음악감상실 카메라타. 방송인 황인용씨가 운영하는 이 카페에서 바리톤 임준식을 만날 수 있다. 카메라타가 매달 한번씩 진행하는 ‘롤란드와 함께 하는 오페라 여행’의 첫 순서.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를 웃음과 눈물을 버무려 해설하고, 10곡의 아리아를 직접 노래한다.

〈문학수기자 sachimo@kyunghyang.com" rel="nofollow">sachimo@kyunghyang.com〉 

 ** 2006. 5. 9 경향신문 '펌'
14 Comments
김경선 2006.05.09 07:13  
  오페라를 위하여 망가져도 좋다?
저도 아침신문을 보며
이 분이 서울가곡교실에서 지도하셨던
임선생님이신 것 같아 마냥 기뻤습니다.
수패인 2006.05.09 09:34  
  대중에게 한발작 더 다가서려 노력하는 또한분의 예술가를 여기서
만나보는군요.
매니아 2006.05.09 10:17  
  임준식선생님을 한 번도 뵌 적도 없고
직접 들어 본 적도 없지만
자랑스러우면서도
우리의 음악적 토양이 너무나 척박하다는 현실이 슬퍼집니다

그런데,
요들님은 어디 숨어계시다가 나타나셨지요?
송인자 2006.05.09 10:39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6월 3일 기억해뒀다가 가 보렵니다.
시간은 저녁이겠지요? ^^
지킬박사 2006.05.09 10:57  
  그가 처음 우리 가곡교실 지도 강사로 등장하여 자기를 '저는 언더그라운드 성악가에요'하며 소개할 때 알아봤지요. 저 사람 진짜 예술가다. 그리고 매달 그의 비싼 지도를 받으며.. 이태리에서 10년동안 공들여 배운 성악의 노하우라고 주장하는 작은 가창의 요령들을 들으며 정말 수강생을 생각하는 명강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이제 두달 지났나요? 다시 그의 유머러스(^^조금은 수다스런)한 강의가 듣고 싶어집니다. 
 
 
           

이름 코멘트   
 
서들비 2006.05.09 11:09  
  세상에 없는 보석을 가지고 있어도
그 가치를 알아보지 못하면
돌맹이에 지나지 않죠.
멋진 임준식님 아자!!
요들님 감사 ^^*
장미숙 2006.05.09 11:36  
  입술에 꿀을 바른 듯한 입모양..
비누방울을 날려보내는 마음으로..
알아듣기 쉽도록 지도해 주신 말씀들을
생생하게 간직하게 됩니다~
노을 2006.05.09 11:54  
  3월 거르고 4월 가곡교실에 갔을 때 임준식 선생님 안보이셔서 속으로 섭섭했더랬어요.
저는 대가연 하는 예술가들보다 그런 분들이 더 좋거든요.
요들님의 글을 읽으니 모르는 사이에 우리는 숨은 보석을 만나고 있었던 것 같아요. 잠시나마 우리를 지도하셨던 임준식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우리나라, 참 기득권의 세력이 판 치는 곳이지요.
우리 후배 한 사람도 오두막 음악회에서 만났다 하더군요.
보다 더 친밀하고 더 감동적인 작은 음악회를 통하여 선생님의
진가가 나타날 줄 믿습니다.
요들님 좋은 정보 같이 나누게 해주시어 너무 이뻐요^^*^^
정우동 2006.05.09 12:42  
  임 바리톤 준식님의 활약상을 보고 박수를 보냅니다.
우리가 한가지로 모두어 드리는 격려와 기대에 힘내어
더욱 분발 용맹 정진하시기를 바랍니다.
유랑인 2006.05.09 12:45  
  우리 예술계에 많이 필요한  그런 사람~~~
6월 3일 ~
규방아씨(민수욱) 2006.05.09 19:36  
  어렵게 배우신 실력을 전파하시느라 수고 많으신분...
잘은 모르겠지만 느낌을 그래요
한번 두번 뵐때마다 많은 공부가 되리라는거요....
빛나는 보석이십니다..진정...
신은희 2006.05.09 20:42  
  내마노 정기연주회에서 처음으로 노래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와우~~......
열정적인 남편 덕분에 매일 매일 윤교생선생님과 더불어
임준식님의 얼굴을 봅니다.
(방에 정기연주회 포스터를 붙여 놓았거든요......)
달 마 2006.05.10 03:50  
  귀인은
앉은 자리가 넓소

대충 살아도
하늘이 알아주고

땅이 바쳐주시니
선주가 도와 불러주네
김메리 2006.05.10 23:36  
  기사를 읽고보니 참으로 존경스럽습니다
이렇게 훌륭하신분께 저두 가곡교실에서 레슨을 받았다는 사실이
자랑스러운데요
요들님 또한 훌륭하십니다
이런기사를 스크랩하시다니~~
요즈음 요들님 글이 자주 안올라와서 그잖아도 궁금했답니다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