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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의 티를 남기며...

노을 12 714
모처럼 일찍 퇴근해볼까 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지금 떠나세요?' 요들님의 목소리
'???'
'KBS신작가곡의 밤에 가신다면서요'
'오늘이 그날이에요?'
이런 멍청한 대답이라니...
적극적인 요들님 덕에  초대권이 생기면 같이 가기로 해놓고 까맣게 잊은 것이다.
부리나케 일을 접을 찰나에 하필 수정해야 할 일이 생겨 컴을 다시 켜 급하게 작업을 하다 아뿔싸 파일 하나 날려버리고 좀 빠듯하게 길을 나섰다.
5호선 개찰구 단말기는 낯설어서 카드를 잘못 댔는지 붉은 간막이가
덜컥 가로막는다. 그 완강함에 맛보는 이상한 좌절감...
누가 볼쌔라 얼른 다시 대자 그제야 그 무시무시한 붉은 팔뚝이 거두어진다.
전철이 한강물 아래를 지난다고 생각하자 이상한 초조감과 스릴이 한꺼번에 몰려온다.
요들님이 알려준 대로 여의도공원 쪽 출구로 나오니 거대한 빌딩군 사이의 넓은 도로가엔 포장마차가 즐비하고 수많은 직장인들의 퇴근 행렬이 도도한 물결처럼 밀려오는데 순간 어디가 어딘지 내 방향감각은 도무지 작동할 줄을 모른다.
시간은 점점 가고 왜 그리 덥기는 더운지...
초행길도 아닌데 물어물어 도착한 kbs홀 별관 앞에서 아는 얼굴을 만나니 비로소 안도감이 밀려온다. 
'신작가곡의 밤'을 나는 그렇게 숨가쁘게 만났다.
음악회장에 들어서면 언제나 맛보는 가벼운 흥분과 설레임도 뜻밖에 여기 저기 보이는 반가운 얼굴들도 방금 전에 겪었던 부산함을 잊게 하기에 충분하다.
가곡을 그것도 멋진 오케스트라의 선율에 맞추어 듣는 일은 언제나 내 오감을 촉촉이 적셔주어 마침내 강물이 흐르듯 또는 하늘을 나는 듯 도도한 감흥에 빠지게 한다.
사회를 보는 두 분 아나운서의 멘트는  '내마노'의 소리를 그대로 대변하는 것 같아 고개를 계속 주억거리게 하고 휴식시간에는 이해인 수녀님의 인터뷰도 있었는데 휴식시간 이어서인지 장내가 소란한 것이 좀 안타까웠다.
음악회가 끝나고 나오다 보니 사람들이 이해인 수녀님에게 싸인을 받고 있었다. 문득 수녀님의 글이 게재된 샘터가 가방 속에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그 앞으로 달려갔다.
'수녀님 저는 여기다 해주세요'
수녀님의 글이 있는 페이지가 그 순간 왜 그렇게 찾아지지가 않던지...
내 인생에 최초로 싸인이란 걸 받아본 순간이었다.
로비에서 나를 안아주시던 오숙자 교수님의 바디 싸인과 더불어 그날 나는
멋진 분들의 멋진 싸인을 두 번이나 받아 무척 행복했는데 그만 요들님을 그 먼 전철역까지 혼자 걸어가게 하는 무례를 범했으니 옥의 티는 항상 생기는 모양이다.
(집이 먼 관계로 유랑인의 차에 동승하다보니 죄송해요 요들님!!)
 
12 Comments
바다 2005.10.21 17:29  
  노을 님!
저하고는 진짜 포옹을 했는디..
까맣게 잊어버리셨나요?. ㅎ ㅎ
그 날 만나서 반가웠어요^.*;
박성숙 2005.10.21 18:19  
  저는 어제 라디오 실황중계로 들었는데 정말 좋은 밤이었어요
旼映오숙자 2005.10.21 18:59  
  잔잔하게 그려논 정경이 눈에 보여지는 글입니다.
손도장, 몸도장얘긴 들어봤건만 바디싸인이란 멋진 말을 만들어 내신
노을님의 표현력이 더욱 멋집니다.
 
그리고 요들님도 잘 가셨는지요....
현규호 2005.10.21 20:09  
  좋은 글 일고 그냥 가기 미안해 점 하나 찍고 감니다.
이런 예쁜 글, 예쁜 마음에 사족은 미안하게만 느껴집니다.
...
산처녀 2005.10.21 22:29  
  노을님의 글을 읽노라면 항상 행복하고 포근한 느낌이 듭니다 .
해야로비 2005.10.21 23:23  
  노을님의 고운 미소 뵐 수 있어서 무척 반갑고...기뻤습니다.
늘....혼자 가시는 모습에 마음이 안 좋았는데...
유랑인님과 같이 가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두분의 모습이....부러웠어요.~~
김메리 2005.10.22 00:38  
  노을니~ㅁ 나두 바디싸인해줘 잉~~

Schuthopin-yoon 2005.10.22 02:39  
  궁금했었는데 이렇게 후기를 통해 알게되어 기쁩니다.
음악회 스케치도 해주시면 더 좋을거 같은데요...

오교수님, 바다님 그외분들께 죄송합니다.
꼭 가고싶었는데.....^^

용서하세요...
멋진 음악회가 되었으리라 짐작합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요들 2005.10.22 10:52  
  네,  잘 왔습니다.
혼자 걸으면서 뿌듯함, 감사함을 느끼며... ^)^*
노을 2005.10.22 13:15  
  바다님, 에구 어쩌까요
바다님 만난 그 순간까지도 제 정신이 아직 덜 차려졌었나봐요.
아님 바다님의 멋진 의상에 홀려 있었거나...
넓은 바다님의 품에 안겼던 순간을 잊다니(혹 치매끼가???)
다음에 다시 한번 그대 품안에... ㅎㅎㅎ

오숙자 교수님
그날밤 저는 자꾸 CF 에 나오는 노래가 생각났어요
'안아주세요. 안아주세요, 꼭 한 번 안아주세요'
안아주는 일, 참 따뜻한 인사라는 걸 느꼈거든요. 감사합니다.

현규호선생님
그런 점 자주 찍어주시기 바란다면 너무 염치없나요?

산처녀님
시를 잘 몰라서, 그리고 회원 문단이라는 코너 이름에 주눅들어서 댓글 못 달지만 늘 읽고 있답니다.  시를 쓰시는 분들은 정말 존경스러워요.
절제된 표현과 정선된 어휘... 아무나 쓰는 건 아닌듯 싶어서요.

해야로비님
저도 반가웠어요. 글쎄 그 유랑인은요 이 누나가 너무 씩씩해서 그런지
잘 안 챙겨준답니다. 저도 잘 안 따라붙지만 그날은 시간이 너무 걸릴 것 같아 따라붙었지요.

메리님
언제 솔숲을 배경으로 바디 싸인 한 번 나눠봅시다요.

윤교생지휘자님
음악회 스케치는 제 몫이 아닌 것 같아요.
그저 가서 즐겁고 보아서 기쁜 게 저의 한계랍니다.
살짝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출연자 한 분이 조금 실수를 하셨는데 왜 제가 그렇게 민망하던지
다음 곡인 '너는 동해에 서있구나'를 정신없이 들어서 참으로 아쉬웠다고나 할까요.

요들님,
저 참 의리없었지요? 마음이 어려서 그런지 집은 멀고 밤은 깊어간다
싶으면 사람이 그렇게 이기적으로 변하더라구요.
용서해 주실 꺼죠? 

 
바다 2005.10.22 13:38  
  그 날 요들님께 따뜻한 작별인사를 못해 드려
이 자리를 빌어 미안한 마음 전합니다.*.^
서들비 2005.10.23 17:58  
  ^^*
인사도 못드리고..........  ^^
죄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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