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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넘기

나리 4 1220
4학년 짜리 딸아이가 체육시간에 줄넘기 시험을 본다며 며칠 전부터 연습에 열중이다.
연습하는 모습을 절대로 보지 못하게 숨어서 해서, 먼 발 치 에서조차 볼 수가 없었다.
첫날은 한번도 넘기 힘들다며 투덜대고 들어오더니,
둘째 날은 6번이나 넘었다며 싱글댄다.
셋째 날은 비가 와 못해서 속상해하고,
넷째 날은, 반 친구는 잘 못한다는데 열 번이나 한다며 학교에서 오자마자 밖으로 나간다.
한참 후에 나간 엄마를 보더니 반색을 하며 달려와
"엄마! 나 열 한번이나 했어요" 하며 입이 함박만하게 웃는다.
그 아이 얼굴에 어린 성취감!
나름대로 각고의 노력 끝에 얻어진 결과에 매우 만족해하면서 자신만만하게 엄마 앞에서 줄넘기를 시작한다.

그런데, 아뿔싸-----!!!

내일이 시험 날인데 우리 딸아이는 투스텝으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하나 둘 셋---  이 아니라 하나, 두울, 세엣,---
아니! 그럼 그 동안 겨우 조렇게 하느라 그리 안간힘을 썼다는거야 ?
자랑스럽게 줄넘기를 하고 있는 아이 앞에서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아이가 상처 받을까봐 "지후야! 한번 빨리 빨리 해볼래?"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더니 아이는 금새 얼굴이 굳어진다.
"아니 잘 하는데 좀 빨리 빨리 하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러나 아이는 줄이 엉키고 발에 걸린다고 이내 포기한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 또 연습하러 나가는 아이에게 난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제발 반 친구들이 웃지 말길 간절히 바라면서---
돌아왔을 때 난 아이에게 무슨 말을 해줄까? 고민하고 있던 엄마한테 딸아이 하는 말!
"엄마! 나같이 하는 애가 한 명 있었구, 그냥 걸으면서 넘는 아이도 한명 있었구, 하나도 못하는 아이가 두 명이나 있었다! "
"그래? 그럼 지후는 서른 다섯 번째로 잘했네!"

우리 모녀는 밝게 웃었다.

진정 아이가 상처받지 않음을 감사 드리면서---


4 Comments
바다 2003.03.18 18:02  
  사랑스러운 지후!!
줄넘기를 연습하는 지후를 보면서 어렸을 적 제 모습을 보는 것 같군요
처음부터 못한다고 포기한 게 아니고 나보다 못한 아이가 있음을 알고
제 자신이 못한다는 것을 알면서 의지를 갖고 열심히 연습하는 지후의
모습이 눈앞에 어른거립니다

4년 전 1학년을 맡았을 때 처음으로 줄넘기를 하던 날
창민이라는 아이가 갑자기 배가 아프다며 교실에서 나오려 하지 않고
책상에 얼굴을 묻고 울던 모습이 생각이나네요

이유를 물어보니 줄넘기를 못해서 운다고 하여. 어르고 달래서
다른 아이들도 저와 같이 잘못함을 보여주고 설득한 결과
밤마다 엄마와 연습한 뒤에 얼마나 잘 하든지...

나리님의 어머니로서 지켜보는 모습과 오뚜기처럼
넘고 또 넘는 지후가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모녀 사이에 흐르는 보이지 않는 끝없는 사랑 참 보기 좋군요

나리님!!
빛고을의 바다 아줌마는 줄넘기를 너무 잘 하는 아이보다 지후처럼
자기를 알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연습하여 조금씩 잘 해 가는 아이를
훨씬 좋아한다고 전해 주셔요

그리고 이 다음 소식에는 지후의 줄넘기 소식도 꼭 전해주시고요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수선화 2003.03.18 23:31  
  줄넘기를 처음 배우는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많은 것을 깨닫게 됩니다.

우린 모두 그렇게.. 처음엔  어썰픈 모습들 이었기에..

지금의 내 모습에 겸손함을 배웁니다.
미리내 2003.03.19 07:22  
  과연  두분이  자제를 다루시는  모습이  훤~~합니다,
열과~성을 다하는  나리님에  지후도 만만치는 않고요ㅡ엄마로써에 마음을 최대한으로,, 사랑과 함께 하는 마음이  좋습니다,,

이런 모습이  과연  엄마에  사랑이라고  본다면,,,,,,
나는  그런 이야기가  언제쩍  이야기로 들리군요ㅡ,ㅎ~ㅋㅋ...

먼~나라 이야기 같지만  우리도 다 한번은 겪은  일들이 아닌가  하네요..
나리님^^

이렇게 마음을 자주 놓고 가시면 좋겠습니다,,참좋습니다,,
가객 2003.03.20 01:49  
  우리 어른들이 아이들을 대할 때에는
격려와 칭찬을 해 주는 것이 질책과 꾸중을 하는 것보다 
더 가치있지요.

그리고 줄넘기는 도덕과는 전혀 무관한 일인데
어떤 부정적인 평가도 할 수없는 일이지요.
그러니 그 것 때문에 상처받아서는 결코 안되지요.

나리님의 따님 지후에 대한
현명하면서도 세심한 배려에서
아름다운 모정이 잔잔하게 묻어 나옵니다.

아주 잘 하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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