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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옛님들의 아름다운 글쓰기와 글버리기

정우동 0 1271
공자님은 술이부작(述而不作) 하였습니다.
풀어 쓰는 서술은 하였지만 새로 창작하여 짓지는 않았습니다.
그리하고서도 아름다운 교훈을 제자들을 통해서 남겨 놓았습니다.

청나라 초엽 원매(袁枚)라는 선비는
남경에 있는 그의 樹園 정문에다
이집의 주인은 삼분 오전 팔색 구구를 읽었다
(斯人讀三墳五典八索九丘)고 써붙이고 뻐기다가
당시의 한 명사인 조익(趙翼)이 와서 三墳五典과 八索九丘의 두 책을
빌리자니 실체도 없는 전설상의 책을 읽었다 한 자기의 허장성세에 대한 
고수의 이 일침에 잘못을 알아채고 허물을 고쳐 그 글을 내리고 버렸다는
아름다운 얘기도 있습니다.

여기서
아름다움이란 무엇이며
아름다움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한번 생각해 봅니다.

아름다울 美자는 羊이 크다(大)는 것이 글자의 단초입니다.
머구리가 부족한 옛날에는 양식거리가 크고 많고 물자가 풍부한 것이
그리고 생활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 아름다움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양의 고기는 양식이요 털은 옷감이 되고 가죽은 신발이 되고
뼈는 짐승을 사냥하는 화살이나 일상생활의 도구가 되니
양이 큰 것은 그야말로 크다란 아름다움이 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우리 말의 아름다움도 그 함의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아름답다"는 말은 "앎음"과"다웁다"는 말을 단초로 하고 있습니다.
인간이 제 구실을 다 하여야 인간다워 지듯이
앎음이 제 구실을 다하여 제대로 아름답게 되는 것은
아는 것을 아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그 앎이 행동으로 이어져서
자기 스스로에게나 다른 남에게 보탬이 되고 우리 삶을 활기차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칭찬하고 고무하고 격려하고 북돋우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움의 내포가 되어 마땅하고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중생이, 나아가서는 온 삼라만상이
아름다울 수 있도록 외연을 확산시키는 것이
이 세상에 태어난 인생의 보람이고
이 온 우주간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존재이유라고 생각합니다.

글은 글쓰는 사람 자체이고
그러기에 나의 글쓰기에서도
이렇게 사는 보람을 느끼고
이것이 글쓰는 모든 이유가 되어지기를 바랍니다.

생각컨대 지식과 행동이 합일하고
참다운 지식은 좋은 행동으로 이어져야 마땅합니다.
어떤 중요한 행위의 결행을 위한 직전 단계인 각오(覺悟)가
깨우칠 覺자와 깨달을 悟자로 되어 있음은 인생의 한 철리를 보인다
하겠습니다. 철저한 앎은 곧 바로 바르게 행동하게 합니다.
사리가 빤히 이러한데도 살다보면 깨달음은 더디고 어리석은 짓거리가
앞섭니다. 이것이 인간의 질곡이고 나의 한계입니다.

선인들은
아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이 낫고
좋아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낫다 합니다.
아는 것이 대상에 대한 이기적 일방적 인식이라면
좋아하는 것은 대상에 대한 인식주체의 우정적 감정개입을 더하고
즐긴다는 것은 인식 주체와 객체가 혼연일체가 되어 우호적 감정교환이
이루어 지는 경지에까지 다달았다고 하겠습니다.
세상에서 모르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알고
세상에서 미워하는 것이 없이 모든 것을 좋아하고
세상에서 거스러지 않고 모든 것을 즐기면서
배우며 즐기며 한 평생을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아름다운 것은 美人과 가장 잘 어울립니다.
미인은 이목구비가 어떻고 하는 조형성을 먼저 따집니다.
그러나 외모의 조화와 세련이 좀 처져도
링컨처럼 인격과 품성이 아름다운 사람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반면에 잘 생긴 인격파탄자가 엽기적으로 보여주는 괴기미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비드상이 보여주는 튼실한 건강미도 있고
또 희랍의 고전비극들이 보여주는 정화의 비장미도 있고
알렉산더나 시저가 보여준 웅지의 스케일이 큰 장대미가 있고
또 바하나 헨델의 종교음악들이 보여주는 숭엄미도 있습니다.
이렇듯 보는 관점에 따라 여러 다른 심미안이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인간을 이루는 바탕의 아름다움, 품성의 미(稟性美)를 중히 여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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