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선관의 시<병상기>
병상기病床記 * 5
-나 부끄러워하지 않으리
노선관
구질거리는 우기雨期가 걷히고
더위도 한풀 누그러지는 날
그 때가 오면
하늘 또한 파랗게 열려 있겠지
그 날
외롭고 힘들었던
긴 고통을 떨치고
호숫가로 나아가
나 그대를 만나리
수줍은 얼굴로
불빛 은은한 호숫길을 누비다가
말머리 궁해지는 어디쯤에
외로운 벤취가 있거든
주저없이 다가가
설레는 마음 다독이며
강렬한 그대의 눈빛을
가슴으로 맞으리
물비늘 고운 호숫가에
못 다한 사연들을
다복다복 쏟아 놓으면서
행복한 미소를 나누리
우기가 끝나고
하늘이 파랗게 열리는
그 날
나 그대 앞에서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