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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 그것은 위대하다

바다 7 1646
생명 그것은 위대하다


오늘은 모처럼 일요일에다 햇볕이 베란다 가득히 내리고 있었다
하는 일없이 바쁘게 살다보니 베란다에 있는 화분을 물을 준다는 것은
어쩌다 한 번 생각이 나면 주는 아주 게으름뱅이다

우리 집은 평수도 작고 지은 지 오래된 아파트로 베란다엔
화분이랄 것도 없는 몇 개의 화분과 큰 화분 3개가 거실 문
바로 앞에 놓여 있어 그나마 푸르름을 볼 수 있다
베란다에 나가 비켜서서 보면 멀리 무등산의 끝자락 서석대도 보이지만
그 일은 큰맘을  먹어야만 하는 일이다 

나만의 정원인 베란다의 화분대에 진열되어 있는 조그만 화분들 몇 개
처음에는 잎이 잘 자라지 않아 너무 삭막하였는데 어느 틈엔지 조금씩 자라주어
이제 제법 볼만하게 자라주어 푸르름이 가득한 정원이 되었다

값이 비싸고 이른바 이름값을 하는 꽃이나 분재는 집도 좁을 뿐만 아니라
관리를 할 줄 몰라 키워보지도 못한다
 
어쩌다 한번씩 이른 아침에 남광주 시장에 가게 되면
2~3000원짜리 1년생 화분을 가끔 사오기도 하고
동네 앞 꽃가게를 지날 때 앙증맞은 화초가 있으면 사 오는 게 고작이다
남광주 시장에서 사온 꽃기린은  파는 아주머니가 아주 잊어버릴만 하면
한 번씩 물을 주라고 해 게으른 주인을 만났기에 아직 제 몫을 하고 있다

봄이면 유난히 예쁘게 피는 바이올렛이나 꽃이 오래도록 피는 시크라멘(?)을
종종 사와서 들여다보곤 한다 
우리 집에 온지 10년이 넘는 벤자민에게는 고맙기도 하면서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직 분갈이 한 번도 못해줬는데도 그 좁은 화분에 그 육중한 몸을
잘도 버티고 있는 걸 보면 장하고 장하다
벤자민 옆에는 관음죽이 있는데 화분이 커서인지 어느 새 잡초가 무성해지곤 했다.
가끔 손으로 풀을 뽑기도 하지만 대충하고 말았던 거 같다

그런데 오늘은 모처럼 물을 주고 싶어 관음죽 사이에 끼인
낙엽을 정리하려다 말고 나는 탄성을 지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 무덥던 긴 여름에도 못보고 풍요롭기만 하던 가을에도 보지 못했는데
관음죽의 가려진 잎 뒤에 그것도 가장자리와 관음죽 줄기의 교묘한 곳에 끼어서
때 아닌 고추가 싱싱하게 주렁주렁 열려 있는 게 아닌가?
빨간 고추가 8개 푸른 고추가 3개...

그 좁은 틈에서 어떻게 버티고 게으른 주인이
거름 한 번 눈길 한 번도 못줬는데 아니 존재조차도 몰랐는데 
그렇게도 의연하게 자기 몫을 다하고 있었는지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환경이 좋지 않아도 고추이기에
고추의 본분을 다한 그 모습을 보고 무슨 일이 잘못 되었을 때
남의 탓으로만 환경 탓으로 돌렸던 내 자신을 되돌아 본다

그리고
그 생명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낸다
7 Comments
미리내 2003.02.02 14:21  
  하하 바다님^^
너무 재미있다,,뭐가 고로케  웃음주었는지..나ㅡ는 끝에가서 혼자 아니웃을수가
있을까,

사랑하는 아우님아^^
벤자민이나~관음죽이며,,,,,꽃기린은  정말 주인이  신경을 쓰주지않아도 혼자서
나름데로 죽지도  않고 잘사는것이니..ㅎ~

빨간고추8알  파란고추3알 뭣에 쓸라요,
나중에 서울 올적에 가지고 와서,  아들에게 맛나는 된장국이나 끓여주시게..~

그나 저나 서울행은  할수가 있는건지  도,ㅡㅡㅡ 궁금하외다,.
음악친구 2003.02.02 14:37  
  꽃에 물을 주고 사랑으로 가꾸고 계실 바다님 모습이 떠오르네요~

게으름뱅이라고 하셨지만,
정말 게으름뱅이라면 화분을 가꾸질 못하죠.

저도 거의 신경안쓰고 내 버려 두다가 가끔 한번씩 대충 물을 주는데도 잘 자라는것 보면 미안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관은죽 사이에 끼어 있을 작고 예쁜 고추들~!
얼마나 이쁠까~

그 모습을 보고 기뻐하실 바다님 또한 그 모습이 얼마나 이쁘까~

너무 아름다운 모습들이 눈에 그려 집니다.
^.^
유성-━☆ 2003.02.02 15:56  
 
바다님~~!
저도 님과 똑같은 일이 있었답니다  몇년전 화분에 하도 벌레가 껴서 몇번은 벌레를
 잡아주다가 나중엔 귀찮은 생각이 들어서  뿌리만 남겨두고  몽땅 가지를 다 잘라내
버렸지요  무지하게도  그냥 죽어도 상관 없다는 마음으로  그리고 겨우내 물한번을 안주었어요  다른 화분에 물줄때도  저건 이미죽었을 테니 하고 ..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이듬해 봄에  베란다 청소를 하며  화분을 들여다보니  파릇파릇  새싺이 돋아나고 있질 않겠어요  그때의 미안함이란 !  아무리 말못하는 식물이지만  죽던지 살던지 내깔려  두었던 무심함을 반성했지요  지금은 훌륭하게 자라서  마치 식물원을 방불케하듯우리집 베란다의 푸르름을 더한층 뽐내고 있답니다  끈질긴 생명의 위대함이여!
가객 2003.02.02 23:33  
  바다님의 글을 읽고 있으니 저에게 부끄러운 마음이 듭니다.
어렸을 적 고향의 꽃밭은 조금은 부지런히 돌보아 주었는데
아파트 베란다에 있는 화분에는 별로 신경을 못 쓰고 살아 오고 있습니다.

사무실에 있는 화분은 고사시키지는 않아야겠다는 소극적인 생각으로
가끔 물을 주고 있으니 저야말로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모르는 청맹과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말로는 생명의 위대함을 부르짖으면서도 가까이 있는 생명체를
사랑하지 못하는 제가
바다님의 글을 통해서 진정으로 반성해야겠습니다.
deborah 2003.02.02 23:50  
  여러분들 , 화초를 사랑합시다 ! ^*^
동심초 2003.02.03 14:15  
  생명의 위대함~~
 정말 얼마전에 저도 바다님 같은 일을 당하고는 펑펑 운적이 있어요
 허망한 것에 마음을 빼앗겨 정신없는 나날동안 제마음처럼 시들시들
 하더니 요사이 열심히 사랑으로 ..미안한 마음에 열심으로.. 보살폈더니

  우~~~~~~~하 어느새 초록의 싱그러움 덕분에 온갖 시름 다잊고
  요즘에는 기쁘게 지내고 있지요
  바다님 덕분에 화초들에게 더 한번 입 맞춰주었어요
  바다님 글 덕분에 마음까지 싱그러워졌어요...고맙습니다



바다 2003.02.03 14:56  
  인간의 힘으로는 풀 한 포기 벌레 한 마리도 창조해 낼 수 없음에
다시 한번 생명의 위대함에 찬사를 보내며

미리내님 !
언제나 저를 사랑해 주셔서 감사 드리고

음악친구!
서들공주님이 주셨던 화분 잘 기르시기를 부탁하고

유성님!
그 베란다에서 식물원을 방불케하는 푸르름을 뽑내고 있을
한 때나마 버림받았던 그 화초 더욱 사랑해 주시길 부탁합니다

그리고 가객님!
사람들 중에는 말로도 생명의 귀중함을 부르짖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으니 걱정 마시고 이제부터라도 베란다에 있는
화초에도 사랑을 듬뿍 주시면 실천하는 사람이 되겠지요?

드보라님!
님은 누구보다도  화초를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 있지요

동심초님!
사람은 허망한 것에 마음을 뺏기면 세상은 암흑속에 갇힐수도 있지만
반대로 천국이 될 수도 있어요
사랑으로 입맞춤 당한 화초들이 동심초님의 마음을 더욱 싱그럽게 할 것입니다

미리내님, 음악친구. 유성님, 가객님, 드보라님, 동심초님 거듭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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