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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8회 서울창작합창제

탁계석 4 751
                                                제 8회 서울창작합창제



한국작곡가회와 한국가곡작사가협회가 주최한 제 8회 서울창작합창제가 6월 30일 백석문화회관에서 열렸다.
작곡가회는 1973년 창립되었고, 작사가회는 1990년에 만들어졌다. 상당한 시차는 있지만 이들 두 단체는 각자 쉬지 않고 가곡을 만들고, 악보집을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함께 해왔다.
두말할 것도 없이 ‘작사’와 ‘작곡’은 불가분의 관계다. 그런 만큼 그 유기적 결합이 매우 중요하다. 이런 발표회를 통해 상호 예술의 시대적 흐름을 읽고 소통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근자에 가곡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고, 실제 현상도 그렇게 나타나고 있다. 여기저기서 가곡을 살려야 한다는 외침과 세미나가 등의 모임도 있는 것으로 안다.
서울창작합창제는 그런 점에서 매우 소중하고 가치 있는 작업의 일환이라 보여 진다. 회원의 회비와 사비를 틀어가면서 창작의 텃밭을 가꾸려는 노력이 그래서 정겹고 보람된 작업으로 여겨진다.

이 날 발표된 곡은 13곡이다. 시인 13분과 작곡가 13분이 참여한 음악회다. 강기성이 지휘하는 바로크싱어즈가 전곡을 발표했다.

전체적으로 이 행사는 좀 더 조직적이고 체계성을 가지고 진행되어야 할 것이란 인상을 받았다. 우선 회원 중심의 가족 음악회 성격을 벗어나기 위한 전략적이어야 할 것이다. 시인이나 작곡가들이 행정에 익숙하지 못하고 소극적이어서 대개의 협회나 모임 운영이 활발하지 못한 것이다.
세상은 하루가 달리 변모하고 있는데 기능적으로 왜소화거나 현대화하지 못한다면 점점 설 땅을 잃게 되고 만다.
창작해서 작품이 나오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대는 지났다. 창작의 생산에서 홍보, 마케팅을 통한 소비자 공급 까지를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는 조직으로의 변신이 그것이다.

따라서 회를 이끌고 있는 리더십에 혁신이 필요하고 그 때 그 때 새로운 호흡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의 유연성, 순발력,  파워 등을 점검해 적기에 회장직을 하고 때가 되면 물러서 조직을 살리는 헌신이 필요하다.

두 번째 회원이 한 해에 한. 두 차례 만나지 말고 자주 소통할 수 있는 아카데믹한 모임이 되어야 한다. 발표 이전에 중요한 것들이 너무 많다. 그 흔한 카페라도 활용해야 한다.

왜냐하면, 작곡가의 창작에 영감을 주고 동기 부여를 하는 시 자체가 시대에 쳐지거나 음악적 신호를 보낼 수 없다면 그것은 고스란히 작곡가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작업을 하는데 누가 더 힘들고, 누가 더 훌륭한가하는 식의 감정 왜곡이나 거리감이 있다면 이는 전근대적인 사고의 함정이다.

실제 작사가 협회  발족 초기에 작사가와 작곡가의 갈등으로 깨진 적이 있는데 이는  상호 존중 보다 어느 한쪽의 우월감정이 작용한 탓이 아닐까 한다.
그릇된 ‘우월감’은 결국 미성숙의 산물이라고 볼 때 이런 저런 것을 넘어 단체가 숙성하고 업그레이드되어야 하는데 우리 사정은 그러하지 못하다.

이에 비하면 가까운 일본의 개인단체들은 조직이나 운영에서 탁월하고 탄탄하다. 무엇보다 회비를 내는 것이 체질화되어 모든 운영이 투명하고 탄력적이고 팀웍이 강하다. 우리는 조직의 외형은 커 보이지만 속을 보면 너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이 든다.

왜, 그걸까. 경영마인드가 부족하고 리더십이 한계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때문에 두 단체가 서로 미루기보다 조직의 단결과 역량을 위해 다시 재점검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홍보도 안 되고, 청중 동원도 너무 자기 식구만 와서야 가곡의 보급이 제대로 될 것인가.
물론 어려운 가운데 힘들여 장소를 대관하고 악보집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겠지만 모든 것이 고급화 추세에 있고 글로벌 화 하는 마당에 이대로 만족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이날 발표된 작품의 전체는 전반적으로 고전 수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지만 그런 곡 가운데서도 마음에 와 닿는 몇 곡을 리뷰를 해본다.

노유섭 작시 박이제의 ‘봄꽃’은 우리 가곡에 경쾌한 곡이 거의 없다시피 한 점에서 볼 때 악상이 밝고 노랫말이 어렵지 않게 그리고 가사도 잘 들리는 곡이다. 전체 진행도 순조롭고
아름답다. 단지, 고음역 소비가 좀 절제되었더라면 호소력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노래를 활기차게 만들다 보면 고음역이 강한 텐스를 주는 것도 사실이지만 그 반대로 감미로움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의 꽃이 아니었다면’ 윤연모 작시 정우하 작곡. 일본 위안부의 아픔을 노래로 승화시킨 곡이다. 그런 만큼 시어에서 아픔, 분노, 격정의 감정이 곡과 밀착이 되어 악상의 전개가 자연스럽고 감정의 에너지가 잘 응축 표출되고 있다. 

박남권 작사 김국진 작곡 ‘꽃불’은  한국적 전통 리듬에 실은 곡으로 감정이 육화되어 나타나 곡에 맛이 잘 베어있다. 서정성과 향토적 색감이 잘 드러난 곡이다.

장미숙 작시 김성광 작곡 ‘이렇게 좋은 날’은 한마디로 축하송이다. 우리 가락의 친근감도 있고 노랫말이 쉽게 들리고 악상 전개도 좋다. 단지  욕심을 부린 듯 곡이 좀 길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따라서 콘서트용과 대중 실제 행사에서 쓰일 수 있는 응용력을  생각해 두 개의 버전으로 정리한다면 여러 곳에서 쓰일 수 있는 작품이다.

한여선 작시 정덕기 작곡의 ‘분실광고’는 가곡의 틀을 깬 발상 전환의 곡이다. 이 날 음악회의 백미였다. 가사의 소재도 이색적이고 곡을 처리한 작곡가의 솜씨도 능숙하다. 무릇 창작이란 이처럼 새로운 소재를 찾고 파격성을 향해 몸부림 쳐야 한다.

강기성의 지휘로 연주를 한 바로크 싱어즈는 합창의 묘미를 잘 살렸다. 홀의 크기로 보아 인원이 조금만 더 있었더라면  더 설득력 있는 합창이 되지 않았을 한다. 

‘서울창작합창제’는 결국 이런 전체 발표를 통해 서로 서로의 작품성을 간파하고 변화를 보는 것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CD화 하는 작업 등을 통해 공중파를 탈 것이고 악보집이 단체에 전달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좀 더 적극성을 띄고 예전보다 몇 배의 공력을 들여야 한다. 우리 문화 환경이 눈으로 보는 비디오, 극화로 가고 있기 때문에 이 속도를 따라 잡기 위해서  우리가 더 집중된 선택과 역량을 발휘해야 한다.
‘서울창작합창제’가 합창계의 비상한 주목을 끌만한 그런 소재들을 개발하고 추진해 나가 주기를 바란다.
 

  http://blog.naver.com/musictak




4 Comments
정덕기 2007.07.02 07:19  
  탁계석선생님, 고맙습니다. 와 주시고 끝까지 참석하여 주시고 이렇게 우리들의 갈 길을 알려주시니 고맙습니다
감사를 드립니다
장미숙 2007.07.02 13:37  
  탁계석선생님 말씀을 다 알아듣기 어렵지만 좋은 조언으로 느껴집니다.
'이렇게 좋은 날' 노래에도 좋은 말씀을 주시어 감사드리며
결혼행사에서 많은 쓰임이 되길 소망해 봅니다.

정우동 2007.07.03 13:59  
  공연장이랑 연주현장마다 찾아 보시고
격려는 물론 입에 쓴 약도 마다 하시지 않는
탁 선생님의 족적이 문화발전의 큰 초석이 될것입니다.
윤연모 2007.07.14 14:58  
  탁계석 선생님!
 선생님의 말씀은 무더운 날씨에 폭포의 하얀 빛깔과 푸른 소리를 갖춘 시원한 청량제이며 영양제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음악평론의 진면목을 보았습니다. 게다가 저의 졸시가 들어간 작품까지
평을 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마음 속 깊이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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