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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시자 박건호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별헤아림 4 1308
작시자 박건호 선생님의 명복을 빌며
권선옥(sun)

지난 10월 12일 건국대학교에서 열린 한국예술가곡연합회의 행사에서 소프라노 임청하 씨를 뵙자 박건호 선생님이 떠올랐다. 선생님 잘 계시냐고 간접적으로 안부를 여쭈어 보았다. 그런데 몸이 많이 안 좋으세요란 말을 들었지만 늘 지병으로 자주 병원에 입원을 하시니까, 그런다 보다 여기며, 언제 안부 전화라도 한 번 드려야지 하고는 또 한 달 두 달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어제 아침 <문학공원> 주간 김순진 시인으로부터 타계 소식을 들었다.
결국은 나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했다 싶을 정도로 송구스런 마음이다. 고진숙 선생님을 처음 소개시켜 주신 분도 박건호 선생님이시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이라지만, 이제 덜컹 세상을 떠나시고 보니, '선생님 그 땐 제가 죄송했습니다.'란 말 한 마디도 건낼 수가 없게 되었다.

대학을 졸업하고 처음 안동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첫 해.
이용의 '잊혀진 계절'로 방송가의 상을 휩쓸던 그 때, 나도 그 노래를 반복 재생해 가면서 듣던 아름다운 추억들이 있다.
지금도 시월의 마지막 날이면 어김없이 이용의 '잊혀진 계절'을 기억하는 분들이 많다.
수 많은 사람들의 정서 속에 낭만으로 기억되는 주옥같은 가요를 작시하신 분.
작시하신 3000곡 중에서 히트한 곡도 무척이나 많다. 그보다 얼마나 많은 분들이 그 분이 작시하신 노래를 통하여 생의 위안을 얻었을 것인가.

1992년인가 신장이식을 하면서 병원비 걱정을 하던 차에 때 마침 '지적 소유권'이 설정됨으로 인하여 저작권료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하셨다.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노래방 등에서 그 분의 노래가 불림으로 하여 생활은 나름 여유로운 편이셨지만, 심장병과 함께 지병으로 늘 힘드셨다.

또한 최근에는 과거에 기업의 사가(社歌)로 인연이 있으셨던 박경규 선생님과 임긍수 선생님께서 작곡하신 가곡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분의 말씀에 따르면 대중가요로 출발한 탓에 늘 순수예술을 하시는 분들이 자신을 차별적 분야의 인물로 대하신다는 느낌을 받아 서운해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가곡을 10 여편 작시하시어 임청하 교수님이 연주하시어 하나의 음반으로 제작하실 뜻을 가지셨지만 작곡가와의 연결 문제가 쉽지 않으셨고 그러다 도중에 세상을 떠나신 것이다.

‘아! 대한민국’ ‘잊혀진 계절’ ‘슬픈 인연’ 등으로 잘 알려진 작사가 박건호 선생님은 9일 오후 10시 반 삼성병원에서 평소의 지병으로 별세하셨다.
향년 58세. 1949년 강원 원주에서 태어나 72년 ‘모닥불’을 발표하며 작사가로 데뷔했다. ‘내 곁에 있어주’ ‘빙글빙글’ ‘환희’ ‘모나리자’ ‘어젯밤 이야기’ ‘오직 하나뿐인 그대’ ‘슬픈 인연’ 등 3000여 곡을 작사했다.
그 분은 정해년 벽두 시집<그리운 것은 오래 전에 떠났다'>와 에세이집 <나는 허수아비>(한누리 미디어)를 나란히 내놓았다. 뇌졸중과 만성신부전증 등으로 수차례 삶과 죽음을 넘나들며 겪었던 뼈를 깎는 고통도 그를 거듭나게 했다. 영원한 사랑은 없다는 냉소적인 의식 가운데서도 결코 사랑을 포기한 적이 없다는 그의 의식 또한 영원한 문학적 작가관이 아닌가 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이금림(55) 씨와 아들 세환(24) 세준(20) 씨가 있다. 빈소는 삼성서울병원, 발인은 4일 장으로 12일 오전 9시 30분라고 한다.

2006년 1월이었던가, 본인의 요청으로 김경선 선생님이 이끄시는 마산가곡 교실에 참석하신 적도 있다. 예술가는 다 그런가 싶을 정도로 성격이 조금 독특하신(?) 면도 있으셨지만, 박건호 선생님이야말로 항상 사랑의 모닥불을 피워 놓은 듯 따스하신 분으로 기억합니다. 이 세상의 소풍을 마치고 생명의 본향으로 잘 떠나시기를 비는 마음입니다.

<2007. 12. 11.>
4 Comments
열무꽃 2007.12.11 15:31  
소박한 모습의 박건호시인의 마산에서 만나게 됨은 별님 덕분이었죠.
토마토여행사 사장님과 성미에서 함께 했던 소중한 추억을 기억합니다.
바다박원자 2007.12.11 23:23  
백석아트홀 제2회 창작가곡 발표회 후 뒤늦게
 별~님이랑 같이 자리하신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았지요.
 <모닥불>은 우리 학창 시절 가장 인기있었던 노래...
 아까운 분이 가셨군요.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열린세상 2007.12.12 09:44  
아, 그랬군요!
참으로 아쉬운 나이에 떠나셨군요.
마산에서 뵌 그 분의 모습이 아스라이 떠 오릅니다.
별헤아림 2007.12.12 22:27  
김경선 원장님.
바다님.
열린 세상님.

따뜻한 마음 감사합니다.
오늘 팔당공원으로의 발인 직전 영정 앞에서
임긍수 선생님의 반주에
그 분이 작시하신 유작  '제니의 연가'가
임청하 교수님의 연주로 바쳐지는 예배의 시간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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