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집
그녀의 집
권선옥(sun)
그녀는 맘 속에 두 채의 집을 지었네
사람들이 희망의 돛을 높이 달고
소리 높이 외치던 새 천년 그 늦은 겨울
고개 숙인 그녀는 희망 없는 작은 집을 지었네
그 집에는 오랫동안 비밀스레 세 사람이 살고 있었네
그녀는 또 다른 집을 지었네
세련된 그 집에는 사람들이 들락거렸네
오가는 사람들을 위해 그녀는 집을 넓혔네
푸른 잔디에 피어나는 예쁜 꽃들
무성한 나무에는 새들도 우네
불타던 여름이 지나고
더 이상 뜨거워질 수 없는 날
계절은 가을로 겨울로
그리고 다시 봄이 돌아왔네
그녀는 더 이상 꽃 나무를 심지도 않을 것이며
길을 넓히지도 않을 것이네
사람들이 돌아가도 그녀는 빗장을 열지 않네
세 사람이 사는 비밀스런 집에 갇혀
더 많은 이야기를 쌓아가네
한 착한 사람만 잠시 다녀 갔을 뿐
벚꽃이 분분히 날려도
더 이상 마중 나오지 않을 그녀의 집 앞
한창이던 조팝꽃이 저만치서 지고 있네
<2004. 3.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