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1-
그해 여름-1-
박원자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발정한 사자의 포효처럼 들리던 천둥소리에
시퍼런 섬광이 순간순간
세상을 쪼개버릴 것 같던 날
연 사나흘 쏟아지던 왕대 같은 비가 그치자
동네 꼬마들 방천을 넘실거리는
물 구경하러 달려간 해 질 녘 냇가
그 작은 내가 황토밭 하나 밀고 왔는지
생채기투성인 삭정이들이 보릿대와 함께
괴성을 지르며 세월처럼 달리고 있었다.
뒷집 정아가 꽃고무신을 벗어
살랑살랑 씻고 씨익 웃으며
동네꼬마들에게 던지는 그 알 수 없는 미소.
풍덩!
앗!
소리쳐 불러본 정아
물살에 쓸리어 몇 번인가 자맥질 하더니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정아는 돌아오지 않고
어느 맑은 날
마을 사람들은 방천에서
떡시루와 정아의 꽃고무신 한 짝 차려두고
장대 끝에 머리카락 감아 물속에 던지고
넋을 건진다는 무당의 실성한 듯한 주술과
꽹과리 두들겨 패는 소리와 광란의 춤
한 손엔 장대를 잡고 무릎 꿇고 싹싹 빌며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던 반 미친
그 애 엄마의 처절한 절규에
설 푸른 댓잎 사시나무 떨 듯 떨면
천당으로 갔다며 안도하던
동네아낙들의 알 수 없는 표정을
영문도 모른 채 바라보다
한쪽씩 나누어준 시루떡에 침을 삼키던 날
그해 여름
마을엔 해가 뜨지 않았다
박원자
먹장구름이 하늘을 뒤덮고
발정한 사자의 포효처럼 들리던 천둥소리에
시퍼런 섬광이 순간순간
세상을 쪼개버릴 것 같던 날
연 사나흘 쏟아지던 왕대 같은 비가 그치자
동네 꼬마들 방천을 넘실거리는
물 구경하러 달려간 해 질 녘 냇가
그 작은 내가 황토밭 하나 밀고 왔는지
생채기투성인 삭정이들이 보릿대와 함께
괴성을 지르며 세월처럼 달리고 있었다.
뒷집 정아가 꽃고무신을 벗어
살랑살랑 씻고 씨익 웃으며
동네꼬마들에게 던지는 그 알 수 없는 미소.
풍덩!
앗!
소리쳐 불러본 정아
물살에 쓸리어 몇 번인가 자맥질 하더니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정아는 돌아오지 않고
어느 맑은 날
마을 사람들은 방천에서
떡시루와 정아의 꽃고무신 한 짝 차려두고
장대 끝에 머리카락 감아 물속에 던지고
넋을 건진다는 무당의 실성한 듯한 주술과
꽹과리 두들겨 패는 소리와 광란의 춤
한 손엔 장대를 잡고 무릎 꿇고 싹싹 빌며
천지신명께 간절히 빌던 반 미친
그 애 엄마의 처절한 절규에
설 푸른 댓잎 사시나무 떨 듯 떨면
천당으로 갔다며 안도하던
동네아낙들의 알 수 없는 표정을
영문도 모른 채 바라보다
한쪽씩 나누어준 시루떡에 침을 삼키던 날
그해 여름
마을엔 해가 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