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교수님의 수채화
명교수님의 수채화
김형준
누가 뭐래도 나는 나의 수채화를 그린다.
봄이 반갑다고 맘에 파고들면 어떤 색깔들로 멋을 부릴까.
파란 하늘, 흰 구름, 노란 개나리, 분홍색 철쭉,
연두색 새싹...
아니, 아니, 아니야!
그건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
내가 만드는 음악이 바로 나의 수채화야!
시 속에 들어있는 그 아름다운 색채와 형상
거기에다가 다시 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더 하련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에 또 다른 하나의 멋진 작품이 입혀진다.
이 색 저 색을 섞어도 보고, 물도 타본다.
나 자신의 색을, 나의 독특한 모양새를 담고자
전화도 오지 않는 이 달밤에 눈 속에서 금빛 만들어
검은 색이 담긴 하이얀 종이 앞에서 도를 닦고 있다.
내 영혼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수채화....
여기도 고쳐보고, 저기도 바꾸어보고.
명품을 남기고자, 명작을 이루어보고자
검은 밤과 더불어 하얗게 지샜다.
아침이 되면 나는 연분홍색의 신부가 되리라.
내 영혼이 창조해낸 그 예술품을 소중히 안고
하이얀 말타고 오는 그 늠름한 남색의 공자와 더불어
황금색으로 둘러싸인 연회장에서 무지개빛 왈츠를 그려나가리라.
보라색과 오렌지색, 은색의 물결들이 하모니 이룰 때
나는 차디찬 들에 서광 비쳐오는 갈색 흙을 밟으러 가리라.
얼어붙은 듯 하던 그 들에, 산에 상록수의 푸르름이
찬 바람을 뚫고 생명의 호흡을 전해 주고 있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 물결을 이룰 그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솎아 놓은 흙 속에 소중히 심겨진
씨앗의 심장 속에서 소록소록 단잠에 빠져 있다.
한 알의 씨앗이 죽어야 꽃이 세상에 나오고 열매가 고개 숙인다.
죽어라, 죽어라!
나의 자아여,
살아라, 살아라!
나의 창의성이여.
돌을 깨고, 흙을 갈다 보니
손이 부르트고 피가 난다.
여기저기 까지고 터졌다.
거칠어져서 대지와 같이, 나무 껍질 같이 되어버린 내 손!
그 투박해진 손 덕분에, 고뇌 속에 보내 었던 그 많은 밤 가운데
영감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이라는 아름다운 생명체가 탄생했다.
노랑색 조금, 파랑색 약간 더
거기에다가 황색을 왼쪽에 덧칠하고
오른쪽 윗부분에 보라색을 약간 가미하면
무슨 그림이 나올까?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궁금해 미치겠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오래 오래 견뎌야지.
사랑으로 정성으로 태어날 아기 따스히 껴안으리라.
쓸만한 답은 아직 없지만 미친듯이 그려봐야지.
파랑 + 보라 + 자줏빛 + 노랑 = ?
일단은 저지르고 봐야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맘 안들면 다시 하고. 지우고 또 칠하고, 휘뿌리고.
명교수님은 자신의 수채화를 오늘도 그리고 있다.
나도 나의 수채화를 지금 이 밤 늦은 순간에 그리고 있다.
좀 못나면 어떤가. 좀 색채가 조화를 못 이루면 어떤가.
다른 사람 보기엔 약간 흉할지 모르지만
난 내 자신의 수채화를 그린다.
신의 영광을 위해서.
메마른 인간 세상에 오래 남을 소중한 선물로.
미솔솔파
노랑 파랑파랑 초록
라도파라
남색 빨강 초록 남색
도도시라
빨강빨강 보라 남색
레도미....
주황빨강 노랑
직선도 넣고, 곡선도 넣었다.
원도 잇고 삼각형도 삐뚤빼뚤
그러나 온갖 정성을 다해, 죽을 각오로 필사적인 자세로.
집중, 집중, 집중,
자유로이, 편안하게, 힘을 모두 빼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차고 넘치도록
노빨파보
솔파미라....
균형감이 넘치는 수채화가 아니라
왠일인지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보인다.
잘린 목은 여기, 몸둥이는 저기... 기형의 형상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 속의 부조화
깨지고 터지고 잘리고 뭉그러진 그로테스크한 형상들
새디스트가 지나간 자국이 선명한 그 참상의 순간들
이게 현재까지 발견된 내 밑천의 전부이다.
정물이나 구상보다는 추상에 가까운 찌그러짐.
누가봐도 까무라칠만큼 괴상망칙한 추상파 화가 실력.
그래도 나는 그것이 내 자신의 수채화라고 믿고 있다.
남은 놀리고, 무시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고흐도 그렇게 갔고, 고갱도 그렇게 갔다.
다른 많은 예술가들도 자신의 시대에선 사랑받지 못했다.
당장 남이 이해 못 한다고 해서 조바심할 것 까진 없다.
좀 배고프면 되고, 인정을 덜 받아서 외로운 것 뿐이다.
그냥 물감통을 들어 확확 도화지에 부어볼까. 자유스럽게
붉은 색 1/3 통, 파아란 색 반 통, 녹색 2/3통, 노란색 1통
아, 그 광적인 기쁨! 부어라 또 부어라
쫙쫙 도화지 전체에 퍼져서 내 창조의 에너지가 큰 물처럼 넘쳐나라.
내 혼과 내 개성과 내 사랑과 내 열정이 모두 표현된 수채화, 음악 하나.
수리수리 마수리, 얏!
금 나와라 뚝닥, 은 나와라 뚝닥!
흥부의 박씨, 흥부의 대박 터져라!
놀부는 그냥 보쌈만 만들어 돈이나 벌게나,
착한 사람에게 신이 보내시는 박은 키우지 말고.
그러다 잘못하면 쪽박 차는 수가 있는 법이니.
무엇이든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라. 최선을 다 하라.
누가 뭐래도 난 놀부보단 흥부 편이다.
욕심 많아 재물 많은 사람이 되기 보단
좀 어눌하고 착해서 성공을 덜 하는 것도 괜찮은 삶이다.
잘 해보입시더!
꼭 만나야 되유. 알겠지유!
사랑은 모든 것을 덮는데요.
저도 그저 이성적으로만 알고
가슴으로 잘 실천을 못해유...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네요.
그 결과 내 가슴이 찢어질 망정.
생채기 난 남 가슴 정성껏 싸매줄 수 있다면
내 가슴 좀 파여지면 어떠랴, 찢어지면 어떠리.
항상 보호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신이 내겐 있는데.
사랑해 주세요!
예뻐해 주세요!
좀 봐주세요!
못 난 부분 감춰주세요!
인정해주세요!
여기저기서 외치는 아프고 외로운 인간의 소리.
나약하지만 불완전하지만 아름답게 들리는 그 소리, 우리 소리
그 소리와 색채를 도화지에 밤처럼, 사과처럼 소복히 담아본다.
인간들끼리의 관계가 다시 새로운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아니 모자이크나 샐러드바의 모양을 이곳저곳 퍼뜨리고 있다.
그래도 명교수님은 자신의 수채화 붓끝을 놓지 않고 있다.
그 모습에 감동이 되어 낮도 밤도 눈 감고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손끝이 자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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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 싶다고 늘 볼 수 있으랴.
고함치고 싶지만, 항변하고 싶지만
오늘은 참으리.
내 마음 속의 님만이라도 붙잡아야 하기에
그 모양새라도 곱게 간직해야 하기에.
쓰디 쓴 마음에 단 꿀을 조금씩 발라본다.
님 만나도 다 보여줄 수 없는 감춰진 내 맘
목련 필 무렵에는 나를 안아 주실까
둥근 달 뜰 무렵에는 내 그림자 속으로 살며시 들어오실까
가시라고 어서 가시라고 처절히 말은 뱉었지만
가면 안 되요, 가시면 절대로 안 되요
간절히 눈물흘리며 끄잡아본다.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기에.
님이사 바쁘시단 핑계로 날 잊어버리셨겠지만
내 맘이야 님 잊을 만큼 어찌 바빠질 수 있으랴.
오늘도 내 맘의 님을 모시고 아침 이슬을 밟으러 나간다.
김형준
누가 뭐래도 나는 나의 수채화를 그린다.
봄이 반갑다고 맘에 파고들면 어떤 색깔들로 멋을 부릴까.
파란 하늘, 흰 구름, 노란 개나리, 분홍색 철쭉,
연두색 새싹...
아니, 아니, 아니야!
그건 누구나 다 하는 거잖아.
내가 만드는 음악이 바로 나의 수채화야!
시 속에 들어있는 그 아름다운 색채와 형상
거기에다가 다시 나 자신만의 독특한 색채를 더 하련다.
하나의 완성된 작품에 또 다른 하나의 멋진 작품이 입혀진다.
이 색 저 색을 섞어도 보고, 물도 타본다.
나 자신의 색을, 나의 독특한 모양새를 담고자
전화도 오지 않는 이 달밤에 눈 속에서 금빛 만들어
검은 색이 담긴 하이얀 종이 앞에서 도를 닦고 있다.
내 영혼 속에서 그려지고 있는 수채화....
여기도 고쳐보고, 저기도 바꾸어보고.
명품을 남기고자, 명작을 이루어보고자
검은 밤과 더불어 하얗게 지샜다.
아침이 되면 나는 연분홍색의 신부가 되리라.
내 영혼이 창조해낸 그 예술품을 소중히 안고
하이얀 말타고 오는 그 늠름한 남색의 공자와 더불어
황금색으로 둘러싸인 연회장에서 무지개빛 왈츠를 그려나가리라.
보라색과 오렌지색, 은색의 물결들이 하모니 이룰 때
나는 차디찬 들에 서광 비쳐오는 갈색 흙을 밟으러 가리라.
얼어붙은 듯 하던 그 들에, 산에 상록수의 푸르름이
찬 바람을 뚫고 생명의 호흡을 전해 주고 있다.
가을이 되면 황금빛 물결을 이룰 그 파릇파릇한
새싹들이 솎아 놓은 흙 속에 소중히 심겨진
씨앗의 심장 속에서 소록소록 단잠에 빠져 있다.
한 알의 씨앗이 죽어야 꽃이 세상에 나오고 열매가 고개 숙인다.
죽어라, 죽어라!
나의 자아여,
살아라, 살아라!
나의 창의성이여.
돌을 깨고, 흙을 갈다 보니
손이 부르트고 피가 난다.
여기저기 까지고 터졌다.
거칠어져서 대지와 같이, 나무 껍질 같이 되어버린 내 손!
그 투박해진 손 덕분에, 고뇌 속에 보내 었던 그 많은 밤 가운데
영감이 만들어 내는 창작물이라는 아름다운 생명체가 탄생했다.
노랑색 조금, 파랑색 약간 더
거기에다가 황색을 왼쪽에 덧칠하고
오른쪽 윗부분에 보라색을 약간 가미하면
무슨 그림이 나올까?
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궁금해 미치겠다.
참아야지, 참아야지. 오래 오래 견뎌야지.
사랑으로 정성으로 태어날 아기 따스히 껴안으리라.
쓸만한 답은 아직 없지만 미친듯이 그려봐야지.
파랑 + 보라 + 자줏빛 + 노랑 = ?
일단은 저지르고 봐야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맘 안들면 다시 하고. 지우고 또 칠하고, 휘뿌리고.
명교수님은 자신의 수채화를 오늘도 그리고 있다.
나도 나의 수채화를 지금 이 밤 늦은 순간에 그리고 있다.
좀 못나면 어떤가. 좀 색채가 조화를 못 이루면 어떤가.
다른 사람 보기엔 약간 흉할지 모르지만
난 내 자신의 수채화를 그린다.
신의 영광을 위해서.
메마른 인간 세상에 오래 남을 소중한 선물로.
미솔솔파
노랑 파랑파랑 초록
라도파라
남색 빨강 초록 남색
도도시라
빨강빨강 보라 남색
레도미....
주황빨강 노랑
직선도 넣고, 곡선도 넣었다.
원도 잇고 삼각형도 삐뚤빼뚤
그러나 온갖 정성을 다해, 죽을 각오로 필사적인 자세로.
집중, 집중, 집중,
자유로이, 편안하게, 힘을 모두 빼고
나의 모든 것을 쏟아 붓는다. 차고 넘치도록
노빨파보
솔파미라....
균형감이 넘치는 수채화가 아니라
왠일인지 피카소의 게르니카가 보인다.
잘린 목은 여기, 몸둥이는 저기... 기형의 형상들
전쟁으로 인해 모든 것이 혼란 속의 부조화
깨지고 터지고 잘리고 뭉그러진 그로테스크한 형상들
새디스트가 지나간 자국이 선명한 그 참상의 순간들
이게 현재까지 발견된 내 밑천의 전부이다.
정물이나 구상보다는 추상에 가까운 찌그러짐.
누가봐도 까무라칠만큼 괴상망칙한 추상파 화가 실력.
그래도 나는 그것이 내 자신의 수채화라고 믿고 있다.
남은 놀리고, 무시하고, 이해를 하지 못하더라도.
고흐도 그렇게 갔고, 고갱도 그렇게 갔다.
다른 많은 예술가들도 자신의 시대에선 사랑받지 못했다.
당장 남이 이해 못 한다고 해서 조바심할 것 까진 없다.
좀 배고프면 되고, 인정을 덜 받아서 외로운 것 뿐이다.
그냥 물감통을 들어 확확 도화지에 부어볼까. 자유스럽게
붉은 색 1/3 통, 파아란 색 반 통, 녹색 2/3통, 노란색 1통
아, 그 광적인 기쁨! 부어라 또 부어라
쫙쫙 도화지 전체에 퍼져서 내 창조의 에너지가 큰 물처럼 넘쳐나라.
내 혼과 내 개성과 내 사랑과 내 열정이 모두 표현된 수채화, 음악 하나.
수리수리 마수리, 얏!
금 나와라 뚝닥, 은 나와라 뚝닥!
흥부의 박씨, 흥부의 대박 터져라!
놀부는 그냥 보쌈만 만들어 돈이나 벌게나,
착한 사람에게 신이 보내시는 박은 키우지 말고.
그러다 잘못하면 쪽박 차는 수가 있는 법이니.
무엇이든 자신이 잘 하는 것을 하라. 최선을 다 하라.
누가 뭐래도 난 놀부보단 흥부 편이다.
욕심 많아 재물 많은 사람이 되기 보단
좀 어눌하고 착해서 성공을 덜 하는 것도 괜찮은 삶이다.
잘 해보입시더!
꼭 만나야 되유. 알겠지유!
사랑은 모든 것을 덮는데요.
저도 그저 이성적으로만 알고
가슴으로 잘 실천을 못해유...
그래도 한 번 시도는 해봐야겠네요.
그 결과 내 가슴이 찢어질 망정.
생채기 난 남 가슴 정성껏 싸매줄 수 있다면
내 가슴 좀 파여지면 어떠랴, 찢어지면 어떠리.
항상 보호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신이 내겐 있는데.
사랑해 주세요!
예뻐해 주세요!
좀 봐주세요!
못 난 부분 감춰주세요!
인정해주세요!
여기저기서 외치는 아프고 외로운 인간의 소리.
나약하지만 불완전하지만 아름답게 들리는 그 소리, 우리 소리
그 소리와 색채를 도화지에 밤처럼, 사과처럼 소복히 담아본다.
인간들끼리의 관계가 다시 새로운 수채화를 그리고 있다.
아니 모자이크나 샐러드바의 모양을 이곳저곳 퍼뜨리고 있다.
그래도 명교수님은 자신의 수채화 붓끝을 놓지 않고 있다.
그 모습에 감동이 되어 낮도 밤도 눈 감고 쉬고 있는 이 순간에도
나의 손끝이 자판에서 떨어지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여행을 계속하고 있다.
------
보고 싶다고 늘 볼 수 있으랴.
고함치고 싶지만, 항변하고 싶지만
오늘은 참으리.
내 마음 속의 님만이라도 붙잡아야 하기에
그 모양새라도 곱게 간직해야 하기에.
쓰디 쓴 마음에 단 꿀을 조금씩 발라본다.
님 만나도 다 보여줄 수 없는 감춰진 내 맘
목련 필 무렵에는 나를 안아 주실까
둥근 달 뜰 무렵에는 내 그림자 속으로 살며시 들어오실까
가시라고 어서 가시라고 처절히 말은 뱉었지만
가면 안 되요, 가시면 절대로 안 되요
간절히 눈물흘리며 끄잡아본다. 내가 도저히 견딜 수 없기에.
님이사 바쁘시단 핑계로 날 잊어버리셨겠지만
내 맘이야 님 잊을 만큼 어찌 바빠질 수 있으랴.
오늘도 내 맘의 님을 모시고 아침 이슬을 밟으러 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