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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

산처녀 12 916
어느덧 결실의 계절이 수확의 계절로 바뀌나 싶더니
들녁은 하나둘 비어가고 있다
우리는 500여 평의 밭에 담배후작으로 검정 서리태를 심었다
가을날이 가물어서 콩알이 쥐눈이 콩같이 잘기만하다
우리 남편은 쉬는날 품값 아끼려고 풀베는 제초기로 콩을 깎았다

우리 어머니는 콩을 낫으로 깎지 않는다고 걱정 걱정하시더니
아니나 다를까? 콩은 천지 사방으로 튀어 달아났다
아침 식사 끝나고 나면 허리에 보자기를 동여매고 밭으로 콩을 줏으러 나간다
허리가 아픈 나는 엎들여서 줍지 못하고 갓난아이 들 기는 연습하는 것처럼
엉금엉금  엎드려 무릎으로 기면서 콩을 주웠다
하루 종일 주워야 오전에 한 되 오후에 한 되 돈으로 치면 한 만 원 정도 될까?
이것을 주으러 하루종일 펴지지 않는 허리를구부리고 기어다닌다

전에 나이가 젊어서는 이런 실속없는 일을 해야 하느냐고 짜증도 많이 냈었다
그러나 나이먹으면서 점점 농심을 이해하게 되였다
그것은 돈으로 환산하기에는 절대로 안 되는 농심을...
일 년 내 더우나 추우나 농사를 짓는 농민들은 한 알의 곡식이 자식같고
수족같고 콩 한 알을 들에 버리기에는 나의 무엇인가 한쪽을 떨구어 놓은 것 같기에 
그 바쁜 시간에도 콩 한알 팥 한 알을 줍느라 허리굽은 애 늙은이가 되는 거다

이 농민의 마음을 농민이 아닌 도회인들은 상상이나 할까?
12 Comments
바다 2004.11.02 23:01  
  이 글을 읽으니 제 어머니 생각이 납니다.
바로 그 모습이 제 어머니의 모습이었으니까요.
서들비 2004.11.02 23:26  
  모두 콩 주우러 가고 싶습니다.
이삭줍기 아닌 이삭줍기!!!
많이 힘드셨겠지만 풍요로운 마음으로 가득하실겁니다. ^^
오숙자.#.b. 2004.11.03 09:27  
  말만 들어도 허리가 아파오는듯 합니다
콩 한알 쌀 한톨 하나하나 사람 손길의 노고가 다 담겨있죠
정말 쌀밥 한술 이라도 남기지 말고
먹을 만큼 먹고 남겨서 버리는 음식 없도록 해야합니다
특히 식당에서도요,

다시한번 농사짖는 손길의 고마음이
눈물겹도록 소중합니다.

산처녀님 틈틈히 고은 글 쓰시고
고운 음악 들으시며
애 늙은이는 정녕  되지마셔요

영원한 처녀로...
유랑인 2004.11.03 18:08  
  따가운 가을 햇볕아래
콩밭에 서 있었다.

쏴-- 하는 가을 바람소리속에
낮은 타닥거림이 사방에
깔리고 있었다.

아!
그것은 한여름 동안 두꺼운 껍질속에
태양과 비바람과 천둥 속에
안으로 안으로만 껴안고
삭여온 가슴 가득한 많은 이야기들이
차마 이 가을에 이 푸르름에
어쩌지 못하고 터져버린 수많은 이야기 였다.

찢어진 가슴이었다.

사랑이었다...
장미숙 2004.11.03 18:45  
  어떻해요~
바싹마른 콩은 만지기만 해도 탁!탁! 튀는데..
얼마나 힘드셨을까~

튀어나간 콩은 유랑인님께 시심을 주었군요^^
시의 재치에 감동입니다~
산처녀 2004.11.03 19:24  
  아 !유랑인님 어찌그리 멋진 시를 주셨나요.
힘들고 비진취적인일에 조금은 짜증이 났는데
유랑인님의 멋진 시한수에 탁 터지는 콩의괴음이
아름다운 싯귀로 변하면서 아름다운 노동이 되였군요
바다님 우리네 영농방법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않는것도있지요
서들비님 콩주우러 오실래요?
오교수님 애늙은이 더되기전에 산처녀 내마음의노래로 컴벡해야겠어요 ㅎㅎ
산처녀 2004.11.03 19:25  
  장미숙님 도 아세요?
콩가지가 만지기만 해도 탁탁튀는것을////
우지니 2004.11.03 23:33  
  산처녀 아우님 수고가 많네요.
곡식이란 돈의 가치를 떠나서 거기에 우리 농부의 피와 땀으로 길러낸 정성이  한알 두알 영그러져 우리 모두의 양식이 되는 것이라 생각됩니다.
아깝게도 콩이 땅에 그렇게 많이 터져 나왔다니 어떻게 다 줍겠습니까?
가까웁다면 조금 도와드릴텐데 허리가 아픈 아우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안타까웁네요.
저도 십여년 전에 과천에 500평 정도 서리태콩을  심었다가 혼이 난 적이 있거든요.  흔히들 농촌을 낭만적으로 생각하는데 정말 얼마나 많은 땀을 흘러야 한다는 것을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이해하기가 힘들죠.
허리가 그렇게 아픈데도 콩을 또 주어야하는 아우님께 하루 빨리 건강하시기고 편안한 날이 되시기를 빌께요.
산처녀 2004.11.03 23:55  
  우지니언니도 농사지여보셨어요?
우리집은 제가 허리가 아픈이유로 밭작물농사는 별로안하다
 올해 되게 혼나네요
어떻게 된것인지 줍고 돌아서면 또떨어지고
정말웃기는 작업이네요
유랑인 2004.11.05 20:52  
  콩! 성질이 급해서 콩콩튑니다. 만지지 않아도 걔네들 못 참습니다. ㅋㅋㅋ
콩밭에 서 게셔 보시면 껍질 파열음이 어떤 오케스트라 못지 않습니다.
그러나
농심은 속 터지지요 ㅎㅎㅎ
산처녀 2004.11.06 02:03  
  하하하 유랑인 님 아세요?
우리 동네로 오세요 이곳은 폐교도 있고
후한인심도있고 땅값도 싸죠
나비 2004.11.06 13:24  
  밥을 지으려 검은콩을 불리며 산처녀님을 생각합니다!
콩한알에도 귀한 정성과 땀을 봅니다!
그저 감사를 드릴뿐입니다!얼른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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