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
겨울이면 아랫목에 생쥐들이 와서 이불 속에 들어와 잤다. 자다 보면 발가락을 깨물기도 하고 옷 속으로 비집고 겨드랑이까지 파고 들어오기도 했다. 처음 몇 번은 놀라기도 하고 귀찮기도 했지만 지내다 보니 그것들과 정이 들어 버려 아예 발치에다 먹을 것을 놓아 두고 기다렸다. 개구리든 생쥐든 메뚜기든 굼벵이든 같은 햇빛 아래 같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고통도 슬픔도 겪으면서 살다 죽는 게 아닌가. 나는 그래서 황금덩이보다 강아지 똥이 더 귀한 것을 알았고 외롭지 않게 되었다.
권정생 선생님의 글입니다. '강아지 똥'이라는 동화를 쓰신 분이라고 합니다.
임길택 선생님의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합니다'라는 책을 보고 있습니다.
그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인용하였습니다.
위의 글은 권정생 선생이 서른 나던 해에 쓰신 글이라고 합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제 나이 사십대 중반인데도 저는 아직 그런 생각의
발가락 끝에도 이르지 못했음은 물론, 그 실천이 무망한 까닭입니다.
술만 퍼마시며 폼만 잡으며 살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유구무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