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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곡의 혼-변훈 추모 헌정음악회 2003/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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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외롭고 가난한 시인이/밤늦게 시를 쓰다가 쇠주를 마실때/그의 안주가 되어도 좋다/그의 시가 되어도 좋다/짜악 짝 찢어지어/내 몸은 없어질지라도/내 이름만은 남아있으리라/명태/명태라고 이 세상에 남아 있으리라.'

한국인의 애창 가곡인 '명태'의 출생지는 부산이다. 1952년 가을 부산시민극장에서 변훈이 작곡한 '명태'와 '떠나가는 배'가 바리톤 오현명에 의해 초연됐기 때문. 하지만 당시 동요나 찬송가풍의 가곡에 익숙해 있던 한국의 음악가들에게 극히 사실적이고 충격적인 이 가곡들은 '노래같지 않은 엉터리'로 혹평받았고 변훈은 그 충격으로 음악을 접고 외교관의 길을 떠나 1981년 귀국 때까지 30년간 음악적 공백기를 갖기도 했다.

음대 출신이 아니라는 이유 때문에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고 사회적 부조리를 외면하지 않고 통렬한 풍자로 쓴 곡들은 금지곡으로 낙인찍히기도 하는 등 곡절 많은 작곡가 변훈.

부산의 민간합창단이 지난 2000년 8월 29일 작고한 작곡가 변훈을 추모하는 음악회를 마련했다.

한울림합창단이 오는 9월 1일 오후 7시30분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여는 '한국가곡의 혼-변훈 추모 헌정음악회'.

서울서도 열지 못했던 그의 추모음악회를 부산서 열게 된 데는 변훈의 막내아들로 불릴 정도로 각별했던 한울림합창단 차재근 단장과의 인연이 큰 몫을 했다. 또 지난 91년 한울림합창단이 열었던 '변훈-음악과 시의 만남'에서 고인이 직접 시를 낭송했던 인연도 있다.

이번 음악회에는 78편의 그의 작품 가운데 널리 알려져 있는 곡들과 말년에 그가 병상에서 작곡한 유작 등 모두 20곡이 무대에 오른다.

이 곡들 중에는 쥐를 통해 인간사회를 통렬히 비판한 '쥐'와 고아원서 탈출한 순이의 비극적 삶을 그린 '순이야' 등 현실 풍자적 내용 때문에 80년대 군부독재시절 금지곡 리스트에 올랐던 작품들이 포함돼 있다.

또 임종의 순간까지 작곡에서 손을 놓지 않았던 그의 유작들도 초연된다. 혼수상태에서 기적적으로 잠시 회복했던 지난 2000년 6월 작곡해 결국 장례식에서 초연돼야 했던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고인이 별세한 뒤 병실을 정리하면서야 발견됐던 미완성곡 '사랑'이 처음 무대에서 불려진다.

한울림합창단은 작곡가 최석태가 이번 음악회를 위해 혼성4부 합창곡으로 편곡한 10곡을 노래하고 테너 김창돈,바리톤 박대용,소프라노 배수진이 2곡씩 노래한다. 특히 변훈과 절친했던 바리톤 오현명이 명태를 부르고 테너 임정근이 떠나가는 배를 노래해 고인을 추모한다.

또 부산의 차모임인 청향회가 고인이 이 단체를 위해 작곡했던 '다인의 노래'와 '애다송'을 배경으로 헌다례를 올리고 시인 정공채가 추모시를 낭송한다. 피아노 반주 윤영미,이승윤.

한울림합창단은 내년에는 서울 예술의 전당에서 같은 프로그램으로 음악회를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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