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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임제선사의 선시

鄭宇東 0 3016
임제선사의 선시
臨濟禪師의 禪詩
 
是是非非都不關
시시비비도부관 / 옳고 그른것이 다 상관이 없고
山山水水任自閑
산산수수임자한 / 산과 물은 스스로 한가로운 것을
莫問西天安養國
막문서천안양국 / 서방 극락이 어딘지 묻지 마라
白雲斷處有靑山
백운단처유청산 / 백운이 그치면 청산이 열리나니


임제의현(臨濟義玄)선사

당나라 이후 중국선종은 오가칠종(五家七宗)으로 나눠집니다.
"5가"란 임제종· 조동종· 위앙종· 법안종· 운문종을 가리키고,
"7종"이란 오가에 임제종을 양기파와 황룡파로 나누어서 모두
칠종이라 합니다. 당말에서 송대에 걸쳐서 이 오가칠종이 번갈
아 가면서 융성하다가 송대 말이 되면 임제종이 중국선종을 석
권하게 되어 명, 청대에도 이어집니다.

이 임제종을 처음 세운 사람이 바로 임제의현(臨濟義玄, ?-867)
입니다. 속성은 형(邢)씨이며, 하남성(河南省) 조주(趙州)출신
입니다. 출가한 후 처음에는 율이나 화엄에 열중했지만, 이러한
공부가 불교의 진실을 얻는 도가 아님을 깨닫고 황벽희운(黃蘗
希運)선사에 참학하였습니다. 임제라는 명칭은 나중에 그가 거
주한 임제원(臨濟院)에서 유래합니다.


임제록(臨濟錄)

중국의 선림에서 스승이 제자를 가르치는데 경전의 강의나 설법
외에 일상의 인사나 대화를 중시해서 말로 꾸짖고, 봉으로 때리
는 등 직접 행위로 호소하는 것으로, 덕산(德山)의 봉(棒), 임제의
할(喝)이 가장 유명한데, 제자인 삼성혜연이 임제의 할을 따라하
다가 혼이 나지만, 삼성혜연은 "임제록"을 편집한 사람으로 또한
유명합니다. 임제록에서 유명한 어구를 몇 개 들어 소개합니다.

① 무위진인(無位眞人)
임제가 상당하여 말하기를 “적육단(赤肉團) 위에 한 무위진인
(無位眞人)이 있어서 항상 너희들의 얼굴에서 출입한다. 증명하
지 못한 자는 보라, 보라."했습니다. 어떤 승이 나와서 묻기를
“무위진인이란 무엇입니까?” 묻자 임제는 법상에서 내려와 그의
멱살을 붙잡고는 "말하라, 말하라"하였습니다. 그 승이 뭔가 말하
려고 하자 임제는 밀쳐버리고 "무위진인은 무슨 마른 똥덩어리인
가(乾屎?)!"하고는 바로 방장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위에서도 보듯이 임제는 어떠한 관념, 심지어는 불법에도 개의치
않았습니다. 그는 무위진인을 강조하면서도 제자가 묻자마자 바
로 ‘무위진인은 무슨 마른 똥덩어리인가!’하고 부정해 버립니다.
심지어는 부처와 조사라는 생각에도 집착하지 말고 "부처를 만나
면 부처를 죽이고, 조사를 만나면 조사를 죽여라(殺佛殺祖)"라고
했던 것입니다.

②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임제가 시중하여 말하기를 "수행자들이여! 불법은 힘쓸 곳이 없다.
단지 평소 무사(無事)이면 된다. 똥누고 오줌누며, 옷을 입고 밥을
먹으며, 피곤하면 잠을 자는 것이다. 어리석은 사람들은 나를 비웃
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안다. 옛사람이 말하기를 밖에서 추구하면
모두 어리석은 짓이다고 하였다. 네가 우선 어디서나 주인이 되면
서 있는 곳이 모두 진실이다.(隨處作主 立處皆眞). 어떤 대상도 너
를 어찌 할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이렇듯 우리들의 번뇌는 주인인 나에게서 생기는 것이 아니라 바
깥 대상인 객에서 생깁니다.(客塵煩惱). 반면에 주인은 내 마음입
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이것을 알지 못하고 항상 대상에 휘둘리
면서 살아갑니다. 만약 내 마음이 주인이 될 수만 있다면 우리는
언제, 어디서나 행복할 수 있을 것입니다.

연꽃은 진흙탕에서 자라고 살지만
때묻지 아니한 황홀한 꽃을 피우고, 청정한 향기를 퍼뜨려 주위
를 정화시켜 주고 벌과 새에게 감미로운 꿀을 선물합니다. 이것
은 구정물을 탓하지 않고 제 할 일을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 사람도 이 정제되지 아니한 혼탁한 세상에 악다구니로 살
면서 구정물 한 방울도 안 튀기며 살 수 있겠습니까?  어떤 위치
에 처하든 무슨 일을 하든 주위 탓만 하는 사람은 드라마의 엑스
트라밖에 되지 못하는 반면에 자기가 할 일을 찾아 최선을 다하
면 인생소설을 엮어나가는 그 주인공이 될 수 있겠습니다. 

제주도 보다 더 좋은 섬은 "그래도" 섬입니다.
신앙에 관계없이 사람들이 모두 가는 절은 "우여곡절" 입니다.
인생살이의 시비와 선악에서 우여곡절을 다 당하더라도
세상살이의 모순과 당착에서 그래도 한 걸음 양보하고 반성하면
즉, 수처작주(隨處作主) 입처개진( 立處皆眞)의 진리에 가까히
다가온 것이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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