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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요칼럼
 

가곡 <고독> 이야기

鄭宇東 0 2884
독일의 철학자 니체는 고독을
자기의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아모르파티(AMOR FATI)의
철학을 퍼뜨리며 고독을 자기의 고향이라고 읊조렸습니다.
 
오오. 고독! 너. 나의 고향인 고독이여!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낯선 타향에서 거칠게 살아왔다.
그리하여 눈물없이는 네 곁으로 돌아갈 수 없을 정도이다.
나는 너무나 오랫동안 고독곁에 앉아 있었다.
까닭에 나는 침묵함을 잊어버리고 말았다.   
오오. 고독! 너. 나의 고향인 고독이여!
너의 목소리의. 행복하고 상냥하게                                                       
내게 말을 걸어오는 그 목소리여!
우리가 서로 오가는 대문은 활짝 열려 있는 체이다.
                                                           
우리 가곡중에서 고향의 어머니 같은 명가곡 <고독>은
황인호 시인의 詩에다가 길지 않은 전생애를 고독하고
어렵게 살다 간 윤용하 작곡가가 曲을 붙혔습니다.

밤은 고이 흐르는데 어디선가 닭소리
산매에선 달이 뜨고 먼 산슭의 부엉소리
외롭다 내 맘의 등불 꽃처럼 피어졌나니
내 사랑 불되어 타고 님 생각아 내 마음에 차라

사랑아 내 사랑아
너 홀로 날개 돋아 천리 만리 날지라도
사랑아 내 사랑아 금빛 오리 님 생각
이 몸 깊이 아롱져 이끼 핀 돌 되라

밤은 고이 흐르는데 어디선가 닭소리
산매에선 달이 뜨고 먼 산슭의 부엉소리
외롭다 내 맘의 등불 꽃처럼 피어졌나니
내 사랑 불 되어 타고 님 생각아 내 마음에 차라

둘째 사랑 聯에서 "금빛 오리"는 해석이 갈라지고 있습니다.
(1) 물위에 뜨다니는 날짐승으로서의 금빛(의) 오리인지 ?
(2) 위의 경우라면 과연 금빛오리는 무슨 뜻으로 쓰였는지 ?
(3) 금빛(처럼 찬란히) 다가오는 님의 생각이인지 ?
(4) 일부 서책에 기록된 금빛(같이 눈부신) 우리 님인지 ?

이 시를 보자 작곡가 윤용하는
지금까지 어둡고 어렵게 살아 온 과거를 청산하고 금빛 찬란
한 미래를 열어주는 밝고 힘찬 용기를 북돋우는 메세지로 생
각했다는 작곡자의 변으로 미루어 보아 제(3)의 해석일 가능성
이 많습니다. 제4 해석에서 일부서책에 기록된 가사와 음반이
"금빛 우리 님" 이란 사실을 그냥 간과하여 가벼히 넘길 수 없
는 중요한 구절이라고 생각하기에 나는 이 설에 찬동합니다.

작곡가 윤용하(尹용하, 1922~1965)는
1922년 황해도 은률에서 태어나 1965년 부산에서 죽었습니다. 
따님 윤은희는 그녀의 저서 <국민예술가 윤용하>아버지를
회상하면서 곤고하게 살았으나 굶을 정도는 아니었다고 이전의
잘못된 소문을 정정하였습니다. 명가곡 보리밭. 도라지꽃. 고독
등 명가곡의 작곡자로만 알았으나 200여곡의 작곡품이 있는데
그 대부분이 나무잎배를 비롯한 동요곡으로 그 제자들이 기려
부르는 "국민음악가" 의 칭호가 더 잘 어울립니다.
이런 자리에서라도 밝혀 두어야 할 것을, 유감스럽게도 작시자
황인호 시인의 행적을 더 캐내지 못하여 참으로 아쉬운 느낌을
금할 수 없습니다. 


이와 유사한 해석상의 논란들은 곳곳에 도사리고 있습니다.
유경환 시, 박판길 곡의 "산노을" 에서도 똑같이 일어날 수 있습
니다. 유경환 시인의 원시집 산노을에는
나무에 가만히 기대 보면으로 시작하는 지금의 2절이 없습니다.
애청 애창자들의 열화같은 인기에 호응하기 위해 제2절을 자기
자신이 추가하였다고 확언하였습니다.

1. 먼 산을 호젓이 바라보면
    누군가 부르네
    산너머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산울림이 외로이 산 넘고
    행여나 또 들릴 듯한 마음
    아아, 산울림이 내 마음 울리네
    다가오던 봉우리 물러서고
    산 그림자 슬며시 지나가네

2. 나무에 가만히 기대보면
    누군가 숨었네
    언젠가 꿈속에 와서
    내 마음에 던져진 그림잔가
    돌아서며 수줍게 눈감고
    가지에 숨어버린 모습
    아아, 산울림이 그 모습 보듬네
    다가서던 그리움 바람되어
    긴 가지만 어둠에 흔들리네

1절의 "산 넘어 노을에 젖는
내 눈썹에 잊었던 목소린가" 하는 구절은
어순 차례대로 결합하여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있지 않습니
다. 어떤 사람이 말하기로  어느 전철역 시 게시판에 문제의
부분이 "내 눈썹에 얹혔던 목소린가" 로 적혔더란 증언이
오히려 정답에 가깝다는 생각을 하게 하였습니다.

2절의 (그 모습) 보듬네 <=====> (그 모습) 더듬네
* 항간에서 제2절 가사는 박작곡가가 지었다는 설은 오류입
니다. 음악저널 2005년 4월호에 유시인이 기고한 가곡이야기
(1) 에 유시인 자신의 작시임을 분명히 밝혀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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