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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칼의 게세르신화

鄭宇東 0 1493
바이칼의 게세르신화
게세르(Geser)는 동아시아와 시베리아를 아우르는 넓은 지역에서 발견되는 영
웅 서사시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서사시 등장인물의 이름입니다. 게세르란 이름
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이야기는 바이칼 호수 인근에서 채록된 판본만 해도 백
여개에 달한다고 하고, 게다가 티베트와 몽골 지역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를 합치
면 그 수를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게세르 신화는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하늘은 4개 구역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각각에 하늘 신들이 거주하고 있습니다.
이중 남과 북의 신들은 지상 세계에 관심이 없으나, 동서에 있는 신들은 지상세
계의 운영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서의 신들은 하늘세계에서 전쟁을
일으키고, 동쪽은 전쟁에서 패하고 지상으로 던져집니다. 그런데 동쪽 하늘신의
우두머리인 아타이 울란 텡그리는 사지가 분할되어 지상에 떨어진 다음 지상을
괴롭히는 마법사로 환생합니다. 각각의 사지는 굉장한 힘을 가진 존재로 지상
세계에 기근과 질병의 고통을 가져옵니다. 하늘세계에서는 이 문제들을 해결하
고자 하늘신의 아들을 지상세계로 보내게 되는데, 그가 바로 아바이 게세르입니
다. 지상으로 내려온 그는 지상을 도탄에 빠뜨린 사악한 마법사들과 전투를 벌이
게 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겪게 되지만, 결국 전투에서 승리하여 지상세계에
평화를 가져옵니다.

신화의 세계에서 하늘과 인간세상의 연결은 보편적인 현상입니다. 게세르 신화
의 주인공인 게세르도 하늘에서 내려온 신입니다. 이는 신화를 만들어낸 한 부족
이 자신들이 바로 하늘에서 내려온 사람이라는 선민의식 즉 天孫思想을 바탕에
깔고 있으며, 부족 내에서도 이런 신화가 대대로 구전된다는 것은 부족의 단합에
도움이 되는 부분입니다. 또한 선과 악을 대비시킴으로써 윤리와 도덕적인 교화
를 바탕으로 깔고 있는 것도 보편적인 모습입니다.

우리가 게세르 신화에 주목하는 것은 이 게세르신화와 <삼국유사>에 수록되어
있는 단군신화와의 연관성 부분이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또한 한반도에서 면면
히 생명력을 이어온 샤머니즘 전통과의 연관성도 관심이 가는 부분입니다.
六堂 崔南善은 <불함문화론, 不咸文化論>에서 조선 고대사의 비밀을 파헤칠
단서로 단군신화를 지목했고, 단군신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의 고대
게세르신화를 비교 연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우리말의 "단골, 당골, 당골레"은 제정일치시대의 수장인 檀君과 깊은
관계가 있으며 이 단군과 게세르신화의 하늘과 땅을 중재하는 영웅신들인
텡그리는 하늘을 뜻하는 말로 이들간에는 어원적인 밀착성과 역할상의 유사성
을 보이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제국에 분포하는 알타이 어족의 "당그리'에서도
그 어원적 유사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당골" 내지 "당골레"라는 말은 우리나라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 점을
치고 상담해 주는 카운셀러역과 거래에서 상인을 믿고 한곳에서 사고 파는 등
의 뜻으로 여러지방의 방언에 그 형적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한편으로 우리들이 특별히 이 게세르신화에 유의해야 할 점은 이 신화의 채록
이 비교적 가까운 시점인 것은 삼국유사의 선대적 기록정착으로 미루어 보아
그 유입모델일 가능성까지가 점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신화의 내용 중 바이칼 호수가 생성된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아바이 게세르가 친아버지인 센겔렌 칸과 함께 엘리스테산의 북쪽을 올라갑니다.
그곳 비탈에서 산자락에 아무렇게나 버려져 있는 석상을 발견하는데 그 석상은
아바이 게세르와 함께 지상으로 내려온 하늘의 용사들이 생명을 잃고 돌덩어리
로 변한 것입니다. 그 모습은 본 아바이 게세르는 두 눈에서 눈물을 쏟아 냈는데
오른쪽 눈에서 나온 눈물은 바이칼 호수를 만들었고, 왼쪽 눈에서 흘러나온 눈물
은 레나 강의 강줄기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분자유전학적으로 보았을 때 한민족
중 많은 수는 북방계라고 합니다. 이 북방계는 마지막 빙하기 때에 바이칼 호수
부근에서 살았으리라고 추정됩니다. 아마 이런 부분 때문에서도 게세르 신화와
단군신화와 연관되지 않나 하고 생각이 됩니다.

그리고 몽골의 선대의 제정일치시대의 지도자 "텡그리"가 후대에 칭기스 칸등의
정치적 지도자 "칸 - 한"으로 바뀐 것과 우리나라의 옛 신라 군왕의 칭호중에
"마립간 - 거서간"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단군(탱그리)이 마립간 등의 "-- 칸"으로
공교롭게 대응하여 변화한 것이라고 볼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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